가성비 떨어지는 점선면입니다. 오늘은 언론에 관한 기사 두 편을 소개합니다. 하나는 기자가 제 역할을 못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정부부처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기자가 제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칼럼이에요. '언론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은 독자님께서 긍정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언론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요. 필요한 언론과 필요하지 않은 언론, 솔직히 그 둘을 명확히 나눌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대화는 4분 동안 기사 두 편 읽고 이어갈게요. ✦ 점선면은 5월6일 대체공휴일 하루 쉬어갑니다. 5월8일에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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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알면 기자들 쫓아다닐 텐데…" 2024. 5. 1. 김혜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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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중 음식점 상호 등 세부 정보를 공개하라며 시민단체가 낸 소송 1심에서 법원이 시민단체의 손을 들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지난달 30일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하 대표는 "2022년 1~9월 법무부 전 부서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며 같은 해 10월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거부했다. 행정심판을 거친 후엔 음식점 상호, 업종 구분, 담당 공무원 등 일부 정보를 가린 내역만 제공했다. 이에 하 대표는 가려진 세부 정보도 공개하라며 지난해 9월 소송을 제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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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하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선 "업무추진비는 특수활동비와 달리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 제기 및 유지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수사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맹점(식당) 등 정보가 공개되면 기자, 유튜버 등이 취재 대상자를 쫓아다니거나 해당 장소에서 대기하면서 비공개 대화를 엿듣고 보도할 우려가 있다"는 법무부 측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가맹점은 불특정 다수가 출입하는 공개된 장소가 대부분인데 그러한 장소에서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 그러한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를 비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무부 측은 "식당명 등이 공개되면 해당 음식점에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일반인들이 이용을 꺼려 해당 식당의 영업이익이 침해될 우려도 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의 이용 사실이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식당의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거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기밀 유지가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공무원이 지출한 업무추진비가 수사 등에 관한 업무로서 기밀유지가 필요한 경우가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그렇다면) 피고로서는 그러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해당 부분만을 분리해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함을 주장·증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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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소용없는 기자회견 2024. 4. 28.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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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는 엉망진창 우당탕쿵탕 흘러가는 이 사태를 뭐라고 부를지 모르겠지만, 일단 '민희진 기자회견'이라 불리는 이 사건의 내용과 형식 간 모순이 압도적이다. 요컨대 기자회견이라면서 기자들이 한 일이 별로 없다. 있었다면 민희진 대표의 비상하고도 비장한 말하기에 추임새를 넣어 준 일이다. 돌이켜 보면 기자가 아닌 다른 누가 말을 거들었어도 달라질 게 별로 없었다. 기자가 소용없는 기자회견이라니, 이런 당착이 어디 있겠냐 싶지만, 실은 그랬기 때문에 우리가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역대급 드라마가 펼쳐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돌이켜 보면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회견을 시작하자마자 셔터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민희진 대표는 돌연 말을 끊고 이렇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 나왔는데, 사진기자 때문에 말을 못하겠다고. 이후 진행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듯했지만, 민희진 대표는 곧 기자회견장을 공연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계속된 중계에도, 회견 후 한 시간도 안 돼 터지기 시작한 인터넷 반응에도, 그리고 다음날부터 이어진 전방위적 논란에도 언론의 존재감은 없다. 오직 민희진 대표와 그 상대방이 기획하고, 선택하고, 주의 깊게 준비해 실행하고 있는 미디어 이벤트만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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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5일 서울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민희진 어도어 대표 기자회견에 몰린 취재진.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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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민희진 기자회견'은 한국 연예언론의 조용한 파산을 증거한다. 방송연예라 해야 할지, 오락산업이라고 해야 할지, 문화계 중 특별분야라 해야 할지, 아니면 그저 유명인 담당이라 해야 할지 구별할 수 없는 이 분야에 언론의 독자적인 취재가 별로 없다. 사업자의 치밀하고도 집요한 홍보와 선전을 걸러주는 해설이 없다. 이해당사자 간 이전투구를 중재하는 3자적 개입도 없다. 인터넷 동영상 채널이나 게시판 인기글보다 믿음직스러운 목소리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희진 기자회견'급 사태가 터지더라도 주류 언론에서 참조할 만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부턴가 이 나라 최고의 연예뉴스는 '유퀴즈온더튜브'이고 가장 인터뷰를 잘하는 연예기자는 유재석이다. 연예부문만 이런 게 아니다. 스포츠도 그렇고, 외신도 마찬가지다. 학술출판 분야도 유사한 방식으로 빠르게 언론 기반이 와해하고 있다. 언론사마다 단 몇명씩만 남아 주요 사안들을 접시돌리기 하듯 다루기도 바쁜 가운데, 해당 취재분야에서 갈등과 내홍이 불거져 결국 곪아 터질 지경이 되더라도 누구를 취재해서 어떤 맥락에서 써야 할지 모른다. 아니 모른 체한다. 민희진 대표가 방언처럼 터져나와 한 말 가운데 '언론도 대기업이 뿌리는 거 막 받아쓰지만 말고, 가난한 쪽 이야기도 써 달라'고 하다가, 갑자기 협박조로 언조를 바꾸어 '내가 보겠어. 네가 그렇게 하는지'라고 쏘아붙인 바로 그 말이 겨냥한 태도로 말이다. 한국 언론에 정치가 과잉이라서 문제라고 한다. 나는 그 과잉이라는 정치언론도 과연 얼마나 잘하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생각하지만, 비정치 영역에 언론의 역할이 빈약한 게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정치에만 권력자가 있고, 정치영역에서만 권력이 부패하는 게 아니다. 연예계도, 스포츠계도, 그리고 전통적인 취재분야로 분류를 거부하는 유명인의 세계에도 권력을 남용하고, 지배력을 농단해서 사익을 추구하고, 모사꾼처럼 거짓말하고 이간질하며, 진짜처럼 나대는 사짜들이 있다. 이들의 타락을 고발하는 탐사보도를 읽고 싶다. 간특하게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을 폭로하는 인터뷰를 보고 싶다. 그들이 구축한 주술적 논리를 파헤치는 해설기사를 읽고 싶다. 그런 기사를 쓰는 기자를 만나고 싶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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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웅 교수는 '기자들이 한 일이 별로 없다'고 일침을 놨지만, 저는 현직 기자로서 '기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헷갈릴 지경에 산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민희진이 '주술 경영'에 의존했다는 하이브의 보도자료, 하이브가 실은 뉴진스를 박대했다는 민희진의 말을 언론은 실시간 받아썼어요. 이준웅 교수는 기자들이 일을 하지 않았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오늘날 기자들은 이런 '일'을 잘해야 한다고 주문받고 있습니다. 하이브와 민희진의 말을 시시각각 온라인에 '퍼나르는' 것만으로도 '클릭 수'에서 쏠쏠한 재미를 봤을 테니까요. 이틀 전 북펀딩을 거친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란 책을 받았습니다. 경향신문 취재·사진·영상 등 기자 10명이 취재해 지난해 6~7월 연재한 기획물이 담겼습니다. 하수처리, 건설, 조리 등 이 사회의 기반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작업복 때문에 인간적 존엄을 위협받고, 심지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어요. 이 기획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도상을 받았습니다. 취재부터 보도까지 4개월 넘게 걸린 이 기획보도의 클릭 수, 그리고 지난 11일 동안 벌어진 '하이브-민희진 갈등'을 짤막하게 전한 기사의 클릭 수를 비교해봤습니다. 후자가 벌써 수천건 더 많습니다. 그 차이는 새로고침할 때마다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토질을 생각하지 않고 농사 짓는 농부는 없습니다. e메일에 온 하이브의 보도자료를 확인하고 기사를 전송하는 데는 30분도 채 안 걸리죠. 그렇게 쓴 기사가 4개월 걸려 세상에 내놓은 기사와 '클릭 수'로는 가치가 비슷하다고 평가되고, 광고 수익에 반영되는 현실입니다. 클릭 수가 아닌 다른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데, 4개월을 망설임없이 투자하기란 쉽지 않죠. 점선면은 그 이름이 표방하는 대로 이준웅 교수가 말한 '독자적인 취재', '홍보·선전을 걸러주는 해설'을 집중적으로 전하려고 경향신문이 기획한 뉴스레터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요즘 내부에서는 '기자 3명이서 굳이 이렇게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독자 수나 클릭 수를 늘릴 방법도 있지 않느냐'는 평가도 나오는 실정이에요. 미디어 환경이 안팎으로 참 녹록지 않습니다. 법무부가 기자들의 취재를 두려워한 것에서 보듯, 여전히 기자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법무부 인사들이 들락거려 '고급 정보'가 떠돌지도 모를 식당이 파악되면, 어떤 성실한 기자들은 정말 그곳에서 탐사를 시작할지도 모르겠어요. 여전히 적잖은 기자들이 '사회의 감시자'로서 사명감을 품고 일하며, '언젠가 파헤칠 테다' 벼르는 아이템 하나씩은 지니고 살아갑니다. '4개월 대 30분'의 환경에서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지만요. '사업'으로서 언론은 오늘도 하이브와 민희진의 말을 열심히 받아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기사의 틈바구니에서 점선면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이 '타락을 고발하는 탐사보도' 혹은 '주술적 논리를 파헤치는 해설기사'를 꾸준히 전하려고 하죠. 전자와 후자의 비율이 얼마가 돼야 조화로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90 대 10? 아니, 99 대 1일지도 모릅니다. 분명한 건 오늘도 그 10이나 1을 위해 애쓰는 기자들이 있고, 그들에 대한 온당한 평가는 좀체 접하기 힘들다는 사실이에요. 이준웅 교수의 지적은 구구절절 옳습니다. 다만, '생존'과 '본분'이 충돌하는 이 상황이 '뼈 때리는 지적'만으로 해소되는 건 아니기에 답답함도 남습니다. 오늘은 이 점을 점선면 독자님들과 한번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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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준웅 교수는 '민희진 기자회견'을 보면서 언론의 독자적인 취재나 홍보·선전을 거른 해설기사가 없다고 지적한다. ✦ 2. 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타락을 고발하는 탐사보도', '주술적 논리를 파헤치는 해설기사'는 언론의 본분임에 틀림없다. ✦ 3. 과연 그런 보도를 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 혹은 독자층은 형성돼 있을까? 지적은 타당하지만, 해법은 잘 보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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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주도로 국회가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의결하자 대통령실이 "나쁜 정치"라고 비판했습니다. '거부권 정국'이 다시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엔 다를까요? |
올해 프로야구 시즌부터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단하는 '기계 심판'을 도입했습니다. '사람 심판'의 심리적 편향, 특히 '베테랑 선수'에 대한 편향이 사라졌다는 분석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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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주택 공급 실적에서 19만채가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1기 신도시 2~3곳과 맞먹는 규모인데, 정부는 "큰 차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
나를 기다리며 내게 그 노력이 전해지기를 바랐던 성숙했던 나의 연인은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니. 성숙은 그런 후회를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삶의 일면일 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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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같이 엮어서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익명의 독자님) 📬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제주도에도 유효합니다. 제주도청은 환경보전분담금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관광업체와 중소상공인은 이를 반대하거나 유예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환경보전분담금을 도입하면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데, 행정당국은 환경보전분담금을 상하수도 시설이나 쓰레기 처리시설을 확충하는데 사용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 제도 도입을 합의하기도,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아요. 관광지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관광객이 상생하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하얀나라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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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1일 점선면Lite <🏖️ 관광객 여러분, 즐거우세요?>를 읽고, 한 독자님께서 제주도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셨어요. 사실 점선면팀도 국내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에 '아차' 했답니다. 대신, 하얀나라님께서 제주도 관광의 뜨거운 현안을 설명해 주셔서 그 내용을 소개할게요. 두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들이 나눠주시는 생각으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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