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이라고? 독자님, 아이돌 좋아하시나요? 전 멤버들이 사건·사고에 연루돼 이제는 공중분해된 한 보이그룹을 10여 년 전 열렬히 좋아했습니다. (짐작하시는 그 그룹이 맞을 거예요😇) 당시엔 눈 떠서 잘 때까지 모든 생활이, 아니 꿈까지 아이돌 생각으로 점철돼 있었어요. 모든 멤버의 나이가 저보다 많았지만 '○○이'라 부르며 '내 새끼'처럼 여기기도 했습니다. 이미 10년도 더 지난 그때를 떠올린 건 일본 아이돌에 관한 박용하 기자의 기사를 발견하고 나서입니다. 기사는 한 설문조사를 소개합니다. 이 조사에 참여한 일본 여성 아이돌 절반 이상이 정신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어요. 2분 정도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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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 아이돌이 겪는 일 2024. 5. 6. 박용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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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성 아이돌 절반 이상은 정신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일본 특유의 '지하 아이돌' 문화의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 은퇴한 아이돌의 취직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 '츠기스테'는 여성 아이돌 가수 100여명을 대상으로 노동 환경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월 온라인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현역 44명과 경험자 58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대다수는 미디어 출연보다 라이브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지하 아이돌'이었다. 일본에서는 아이돌의 형태가 다양화되면서 소규모 공연장 등에서 활동하며 팬들을 직접 만나고, CD를 파는 형태의 아이돌 산업이 발달했다. 하지만 기획사의 자본력이 낮고, 가수들의 노동 환경이 열악해 논란이 돼 왔다. 이번 조사에서 활동 중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이는 응답자의 52%에 달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신들의 외모를 평가받는 경우가 많아 외모 고민이 심했기에 남들보다 우울하다고 느꼈으며, 78.4%는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고 답했다. 또 휴일조차 쉴 수 없는 노동환경과 은퇴 후에 관한 문제로 여러 불안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런 고통을 누구에게도 상담할 수 없는 상황을 문제로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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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신주쿠 ‘지하 아이돌’ 공연을 홍보하는 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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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피해도 적지 않았다. 여성 지하 아이돌의 48%는 '파워하라'(갑질의 일본식 표현)를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으며, 12%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여성 아이돌의 80% 이상은 남성 스태프가 많은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츠기스테 관계자들은 이번 조사로 밝혀진 피해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의 대표인 하시모토 유키(31)는 자신도 10·20대에 아이돌로 활동했다며, 현역 시절 옷을 벗고 체중이 얼마나 감소했는지를 확인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신적으로 병드는 이들이 많은 아이돌 업계의 문제를 인식하고 츠기스테를 설립했다. 츠기스테 측은 현재 대다수 아이돌들이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면 활동에 안 좋은 결과가 생길까봐 두려워하는 풍조가 있다며, 이를 바꾸기 위해 기획사들이 상담 기관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팬들도 아이돌이 겪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는 이에게 귀를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와 아이돌 등을 경험한 뒤 현재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가미오카 마나 게이오대 강사는 "(이런 문제는) 연예계에서 자주 생기는 일이라고 방치돼 왔다"라며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좋은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아이돌도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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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돌'은 작은 공연장 무대에서 관객을 직접 만납니다. 대규모 공연이나 방송을 통해 팬들과 주로 만나는 한국 아이돌과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K팝이 주류인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아이돌 문화가 '서브 컬처'로 여겨진다고 해요. 하지만 이들 사이엔 공통점도 많습니다. 한국 아이돌도 악수회·사인회 같은 행사와 각종 출근길, SNS 등에서 팬들과 소통하기를 요구받습니다. 고민도 엇비슷해 보여요. '다이어트 등 외모 고민' '휴일조차 쉴 수 없는 노동환경' '은퇴 후 문제'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갑질과 성희롱' 등의 문제에서 K팝 아이돌도 자유롭지 않을 겁니다. 두 달 전 점선면Lite < 🤔뭐가 미안한데?>는 카리나의 사과문을 계기로 아이돌의 '친밀성 노동' 문제를 다뤘습니다.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은 아이돌은 "팬들과 손깍지, 하이파이브 등 신체적 접촉을 하고 정서적 욕망을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친밀성 노동을 수행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돌은 춤과 노래만 잘해서는 안 되고,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며 친밀하게 다가오고, 팬들의 사랑과 인정을 기꺼워해야 하고, 또 거기에 기대되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거예요. 몸과 말·행동·일상이 곧 상품이고, 그 노동을 쉴 공간과 시간은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연예계에서 자주 생기는 일이라고 방치돼 왔다"는 기사 속 연구자의 말이 가슴을 때립니다. 흔한 일, 모두가 다 아는 일일수록 '문제'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아이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명 아이돌이 사망할 때마다 K팝 산업의 문제를 진단하는 말과 글이 쏟아져 나오지만 큰 변화는 보이지 않습니다. "세계적 위상을 자랑하는 K팝의 찬란한 성채는 드넓은 인권 침해의 진창 위에 세워져 있다" 경향신문은 2020년 2주 전, K팝이 또 한번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 때문이었죠. 여러 논객이 한 마디씩 거들었고, 일상에서도 "민희진 보셨어요?" 한 마디면 열띤 대화가 이어졌어요. 저도 친구들과 한창 토론을 했는데요, 누구를 더 응원하는지 입장을 취해야 할 때면 꼭 한 발 뺐습니다. '다윗 대 골리앗'으로 여겨지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분쟁이 한편으론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처럼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는 "방시혁이 10대 연습생들을 자본으로 환전해내는 사업가라면 민희진은 그들을 질료 삼아 상품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제작자"라고 말합니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뉴진스를 두고 '내 새끼'라 발언한 데에 대해서는 "그가 반복적으로 '내 새끼'를 강조하며 말하고자 했던 건 모기업에 대한 성토였다. 모기업 대표 방시혁이 뉴진스를 상품화해 홀대했다는 주장"이라며 "그러면 민희진에게는 뉴진스가 상품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묻습니다. 민 대표가 개인으로서는 뉴진스를 상품으로 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작자로서는 뉴진스를 상품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이브가 이기든 민 대표가 이기든, 뉴진스 민지처럼 아이돌이 잘못하지 않은 일 때문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려야 하는 풍토는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민 대표도 '정신적으로 병드는 이들이 많은 아이돌 업계의 문제를 인식하고 츠기스테를 설립'한 하시모토 유키와는 다른 위치에 있으니까요. 아이돌이 자살할 때마다, K팝 산업 관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아이돌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구호가 등장합니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듭니다. 우리 사회는 비단 아이돌뿐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데부터 실패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스스로, 서로에게 가혹한 만큼 아이돌에게도 가혹한 건 아닐까요. 더 뭉툭한 생각으로 뻗어가기 전 레터를 마쳐야겠습니다. "하이브 경영권 분쟁의 의미가 도파민을 자극하는 부자들의 난타전에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앞으로 더 많이 더 치열하게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최이삭 K팝 칼럼니스트의 문장으로 오늘 이야기를 갈무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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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 여성 아이돌 절반 이상이 정신질환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외모 고민, 열악한 노동 환경, 은퇴 후 문제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 2. K팝 아이돌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아이돌의 자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전문가들은 아이돌 노동 환경과 산업의 문제를 지적했다. ✦ 3.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사이 공방은 K팝 아이돌 노동의 현실을 다루지는 않는다. 뉴진스 민지가 ‘칼국수가 뭐지’ 발언 때문에 장문의 사과문을 올리는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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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월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 의사를 재차 밝혔습니다. 처음으로 사과도 했습니다. |
일부 시민단체가 '유해도서'라고 주장한 성교육 도서들이 경기지역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됐습니다. 최근 1년간 2500권이 넘습니다. 교육청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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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이민자 출신인 사디크 칸이 런던 시장에 세 번째로 당선됐습니다. 서구권 주요 수도 시장으로 당선된 첫 무슬림이었던 칸을 소개하고 영국 정치 현황을 진단합니다. |
지난 4월18일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이 별세했습니다. 김종목 사회에디터는 그를 '중심'을 지향하지 않고 '가장자리'에 머물려 했던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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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양당의 파워게임에서 언제나 저(20대, 여성)는 호명되지 않고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의당은 원내 진입에 실패했고, 제3지대를 대표하는 뚜렷한 정치 진영이 없는 지금 더더욱 정치에 소외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기분은 저 말고도 다른 특성을 가진 분들도 많이 느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써니님) 📬 비단 중앙 정치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아파트 동대표들 간이나 아파트 주민 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라는 공동체 속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들이 건강하게 부딪치며 조율되기보다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에게 ‘반대편’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나 다수 의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그 외의 사람들을 억누르는 방식이 종종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워터타운의 게리 목사가 운영하는 모임처럼, 직접 만나고, 음식을 나누며, 시간을 함께 보내면, 서로 인간적 관계를 쌓게 될 것이고, 서로가 다르더라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적어도 풀뿌리 공동체 차원에서의 문제는 많이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레드벨님) 📬 독설이 미디어의 수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정치적으로 극단을 부추기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안 그래도 사회갈등이 커져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데. 워터타운의 사례처럼 자주 만나고 상대를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박님) 📬 특정한 정당의 요구가 아닌,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과반의, 180석 이상의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법안 심사를 100여석의 국회의원이 반대하면 표결로 정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중립이야말로 국회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면, 중립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입니까? 100석이 겨우 넘는 정당의 말에 휘둘려가며, 국민 대다수가 원하며, 국회의원 절대다수가 필요하다고 하는 법을 뭉개기만 하는 것이 옳습니까? (익명의 독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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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향신문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인터뷰를 전했습니다. 그는 "협치는 지향해야 할 가치임은 분명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무능한 건 안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국회의 최일선 협상가인 '제1당' 원내대표의 언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협치'와 '유능'이 왜 대립하는 말이 되어야 할까요? 이날 레터에 비판적 의견을 주신 독자님께는 이런 문제의식을 담았다는 점을 한번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들이 나눠주시는 생각으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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