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공장 세우는 재해관련법 손질해야>, <'중대재해' 공장 중단에 '소금 대란'이어서야>…. 몇몇 언론사는 한주소금 노동자 사망 사고를 두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재해 관련 법(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을 고쳐야 한다는 기사와 사설을 잇달아 내보냈습니다. "햄·김치 못 만들 뻔"이라고 기사 제목을 뽑은 경제매체도 있습니다. 작업중지 명령이 며칠 더 이어졌다면 '햄 대란', '김치 대란'까지 나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 소금대란 전에도 재해 관련 법은 이미 사방에서 '도전'받고 있었어요. 우선,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은 위헌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중대재해법은 일터에서 안전 조치 의무를 어겨 사망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법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대재해법에 담긴 사업주 처벌 규정이 지나쳐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지난 4월1일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따져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그간 규모가 비교적 작은 사업장(상시근로자 50인 미만)에는 중대재해법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안전 조치 보완 등 대비할 시간을 준다는 취지였죠. 하지만 그 유예 기간인 2년(2022년 1월~2024년 1월)이 지나 실제 법을 적용하게 되자 이번엔 위헌 시비를 걸어 법 시행을 저지하러 나선 겁니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움직임을 사실상 부추겼습니다. 유예 기간 마감 코앞에서 2년을 더 유예해야 한다고 입을 맞췄고, 이 결정을 "동네 빵집 사장님도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어요. 실은 정부에게 물어야 했습니다. 2년 동안 민간기업 대비 태세를 감독하고 독려했어야지, 대체 뭘 했느냐고요. 알고 보면 정부는 '가짜 산업재해' 사례를 거론하며 ' 산재 카르텔'을 운운하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추가 유예 논쟁이 한창 벌어질 때쯤인 지난 1월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근린생활시설(상가) 공사현장에서 72세 건설일용직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천장 작업 등에 필요한 비계(발판용 임시구조물)가 흔들리면서 머리부터 콘크리트 바닥에 찧었는데, 그는 안전모조차 받지 못한 상태였어요. 정부·여당이 2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할 때, 현장은 이렇게 어이없을 정도로 안전 조치가 부족한 채로 굴러가고 있었고, 결국 재해로 이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타이어 노동조합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습니다. 공장 기계 센서가 작업자의 신체가 낄 가능성을 감지했는데도 멈추지 않자 작업을 중단시켰는데,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겁니다. 노조의 조치는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에 근거합니다. 그나마 제법 힘을 지닌 대기업 노동조합도 어엿이 법에 나온 권리의 행사가 이렇게 어렵습니다. '소금대란'이 아닌 '한주소금 노동자 사망 사건'. 이를 두고 재해 관련 법을 비판한 언론사들은 '작업중지 명령은 신속하게 내리지만, 해제 절차는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결과적으로 평균 40.5일이란 작업중지 기간이 한주소금에선 불과 10일에 그쳤고요. 정부·여당과 언론이 합심해 2년 내내 흔든 결과, 생명에 관한 규율이 도로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