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착하게 살기 어느 때부턴가 '착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잘생기거나 똑똑하지 않고, 특별한 능력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좋게 묘사하려 하는 말 같달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착함'은 생존에 필요하지 않은, 오히려 방해가 되는 성격으로 여겨지기도 해요. '착하면 손해 본다'거나 '착하게 대하면 호구로 본다'는 말도 있듯이요. 오늘은 이 '착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칼럼을 가져왔습니다. 약 2분 분량의 짧은 글을 읽고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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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의 힘 2024. 5. 14.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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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면 손해 본다'는 게 통념이다. '착하다'는 말이 자기주장 없이 남의 마음에 드는 행동만 한다는 뜻으로 흔히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비슷한 맥락이다. 내면의 욕구를 무시한 채 부모의 기대에만 부합하려고 애쓰다 보면 성인이 되어 병리적인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가 더해져서, '착함'은 더 이상 추구할 덕목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어휘사 연구에 의하면, '질서정연한 모양이나 동작'을 가리키는 '착'이라는 만주어가 17세기 후반 우리말에 유입되어 '분명하고 바람직한 사람의 모습'을 나타내는 형태소로 쓰이기 시작했다. '착하다'는 18세기 중엽 <주해 천자문> 등에서 '선(善)'의 풀이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善'이라는 한자가 '말다툼의 옳고 그름을 판정해 주는 양'의 모양에서 비롯된 것처럼 '착하다'의 본디 의미 역시 '옳다, 훌륭하다' 등이었다. 현대의 국어사전에 '착하다'의 뜻에 '바르다'가 들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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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는 김민기.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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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영된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다른 내용들에 비해 사소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김민기씨가 연천 지역에 농사지으러 갔을 때 함께했던 동네분들의 회고담이 나에게는 유독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참 착하고 좋았지. 여기 사람들이 다 좋아했어, 김민기씨를." 알량한 지식으로 판단하고 가르치려 들었다면 듣지 못했을 표현이다. 그저 말없이 같이 일하고 같이 먹으면서 따뜻하게 함께했기에, 농사라곤 지어보지 못한 서생이 그들과 그렇게 어울릴 수 있었을 것이다. 다들 능력을 내세우고 높은 봉우리에 오르려 애쓰는 세상에서,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를 향해 묵묵히 걸어온 뒷것의 삶.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았기에 견지할 수 있었던 착함, 그것이 지닌 무한한 힘을 떠올린다. "새하얀 눈 내려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 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정말 착한 건 바른 거라는 사실, 그리고 바로 그게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그의 삶에서 본다. 한없이 착해서 진정으로 강한 분, 김민기님의 건강을 기원한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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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읽고 뒤늦게 SBS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찾아봤어요. 다큐멘터리는 음악가이자 공연 연출가였던 김민기의 삶을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돌아봅니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 곡을 써 살아있는 전설로 여겨졌던 김민기는 전두환 정권이 쿠데타로 들어선 이후 돌연 사라졌습니다. '너 죽는 꼴 보기 싫다'는 어머니의 부탁에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경기도 연천으로 가 농사를 지었다고 해요. 당시 김민기를 만났던 주민들은 다큐멘터리에서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착하고 좋았지. 말도 없었어." "여기 사람들이 다 좋아했어. 같이 일하고 같이 모내고 같이 밥 먹고 그랬거든. 그런데 참 사람 좋았어." 송 교수는 이 말이 인상 깊었다며, '착하다'는 표현을 다시 들여다 봅니다. 송 교수에 따르면 김민기는 '착한 사람'입니다. 옳고, 훌륭하고, 바르다는 면에서요. "장사하는 게 아니다. 애들(배우들) 키워서 내보낸다" "계산이 안 맞지.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구석에서는 그걸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될 것 같아요. 돈이 안 되더라도." " 어린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에 상업적인 가치를 두고 싶지 않다" 김민기가 소극장인 학전을 만들고 운영하며 남긴 말들입니다. 경험 없는 배우를 가르쳐 무대에 올리고, 배우·스태프와 서면으로 계약해 4대 보험을 가입하게 하고, 잘 나가던 공연을 '돈만 벌면 돈 안 되는 일을 못할 것 같아서' 중단하고, 극장이 적자를 겪을 때 저소득 어린이도 공연을 볼 수 있어야 한다며 푯값을 오히려 내리고… 그야말로 돈 되는 건 안 하고, 돈이 안 되는 일만 했습니다. 여간 심지가 굳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김민기는 오히려 요즘 용법속 '착함'과는 오히려 거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송 교수는 '착하다'는 말이 '자기주장 없이 남의 마음에 드는 행동만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고 썼는데요, 김민기는 오히려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고집이 셉니다. 김민기는 어떻게 그렇게 단단할 수 있었을까요. 남들 앞에 나서는 일을 싫어하고 스스로 '뒷것'으로 자처했던 김민기는 2000년대 들어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요, 2015년 한겨레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학전의 적자와 관련한 질문이 이어지자 언성을 높였습니다. "내 목표는 더 이상 빚낼 수 없어서 문 닫을 때까지 그 짓을 하는 거다. 돈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거지. 이건 피할 수 없는 내 팔자야. 그래도 이런 것 정도는 우리한테 있어야 된다고! 논리를 떠나서! 낫살 먹은 놈이 해야 될 일을 하는 것뿐이지." 세상의 논리, 시장의 셈법을 떠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그는 그걸 자신의 팔자라고 낮춰 표현합니다. "혼혈아 얘기, 공순이 얘기 왜 노래로 만드냐"는 질문에도 "어차피 보이는 거 어떻게 하느냐"는 식으로 답했다고 해요. 어쩔 수 없었다, 저절로 그렇게 됐다고 말하지만 제게는 그가 했던 일들이 가장 어렵고 귀한 일처럼 보입니다. 되는 대로 산다면 김민기의 삶과 정반대로 가기에 십상일 것 같아요. 김민기는 투병 중입니다. 학전은 33년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철학은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줬고, 주고 있습니다. 가수 박학기는 "학전은 저희가 첫발을 내디딘 꿈의 장소였다. 거기서 뿌리를 내리고 나무로 성장한 것 같다"고 회고했습니다. 설경구·이정은·조승우·황정민·장현성·윤도현·노영심 같은 배우, 가수들이 학전을 거쳐갔습니다. 김민기의 노래굿 ' 공장의 불빛'을 들은 전 YH무역 공장 노동자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런 좋은 사람도 있네"하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가까운 이에겐 뿌리 내릴 땅이 되고 먼 이에겐 위로를 전했던 김민기의 '착함'에는 값을 매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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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송혁기 교수는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보고 김민기를 "한없이 착해서 진정으로 강한 분"이라고 말한다.
✦ 2. 송 교수는 더는 추구할 덕목으로 여겨지지 않는 '착함'의 가치에 대해 재평가한다. 김민기는 '자기주장 없이 남의 마음에 드는 행동만 하는' 통념 속 착함을 추구하지 않고 '분명하고 바람직한' 본래 의미의 '착한' 삶을 살았다.
✦ 3. 그는 투병 중이고 학전은 문을 닫았지만 그의 정신은 이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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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을 기리는 추모곡이자 민주화운동 대표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통해 알려졌을까요? 임영희 작가가 당시 이야기를 전합니다. |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건희 여사 수사 지휘 책임자들이 대거 교체된 데 관해 "상남자의 도리"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두둔했습니다. '상남자 대통령'이 필요한지 되묻는 칼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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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향 MC에게 진행을 맡기려다 실패한 뒤 <역사저널 그날>을 폐지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KBS. 이번에는 보수 유튜브 채널 운영자를 라디오 진행자로 발탁했습니다. |
알고리즘이 추천한 '갓생' 브이로그를 보며, 스마트워치가 제안하는 하루 활동량을 채우고, 결제할 때마다 앱으로 소비 습관을 검토하는 현대인의 삶.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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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과 관련해서 여러 정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국민연금 불신이나 충돌이 생기는 기저에는, 우리 사회가 사회보장성 보험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더 낸다' '뺏긴다' '등쳐먹는다' '본전 뽑는다' 같은 도식으로 이해해서인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저출생-고령화 시대일수록 사회보장제도의 사례가 언론에 더 많이 소개되면 좋겠어요. (y21님) 📬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지 않아서 정확히 내용을 몰랐는데 이번 점선면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익명의 독자님) 📬 하나의 주제를 깊게 다뤄주셔서 잘 몰랐던 부분까지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누군가 연금과 관련해 궁금해할 때 이번 레터를 보내줘야겠어요. (라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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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14일 보내드린 점선면Deep <😧 국민연금, 그래서 어떻게 해?>를 읽고 독자님들이 보내주신 의견입니다. 우리의 노후가 안전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공적 연금이 오래 신뢰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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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살 겨울방학, 공사장에서 두 달 정도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안전 교육 목적으로 시청한 영상에서 일터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음을 맞이했음을, 산업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억울한 희생이 많음을 알게 되었어요. 안전하게 일할 권리, 정말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권리가 지켜지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소금 관련 주식이 요동쳤다는 문장에 마음이 씁쓸해집니다. (데부씨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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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13일 보내드린 점선면Lite <🔎 '소금대란'의 내막>을 읽고 독자님이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얼마 전 한 강연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직후 현대산업개발(HDC) 주가가 폭락했고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HDC 주식을 언제 매수할지 이야기가 뜨겁게 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란' '주가 폭락·폭등' 이슈가 무엇을 보이고 무엇을 가리는지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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