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늘 아래 전쟁과 패션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8개월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6일, 이스라엘은 국제사회 만류에도 끝내 가자지구 최남단인 라파에 탱크를 투입했습니다. 민간인 140만명이 모여있는 라파는 가자지구 '최후의 피란처' '생명줄'로 불리는 곳입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이곳에 지상전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은 폭격으로 인한 굉음에 둘러싸인 채 길을 다시 피란길에 올랐습니다. 같은 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미국 최대 패션 행사인 '멧 갈라'가 열렸습니다. 내로라하는 셀럽들이 자리했어요. K팝 스타인 블랙핑크 제니, 스트레이키즈 멤버도 참석했습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연예인들을 비판하고 SNS 팔로우를 차단하는 움직임이 확산했습니다. 일명 '디지털 단두대' 운동을 취재한 김서영 기자의 기사를 읽고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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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지구, 다른 세계" 2024. 5. 13. 김서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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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행사 '멧 갈라'를 기점으로 가자지구 참상에 침묵한 미 유명 연예인을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최근 개최된 '멧 갈라' 이후 유명 연예인들을 차단하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과 화려한 패션 행사가 대조되며, 가자지구를 외면한 채 멧 갈라에 참석한 유명인들에게 비판이 가해지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과 '단두대(기요틴)'을 합성한 '디지털 단두대(디요틴)'란 용어로 확산했다. 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처럼 디지털 단두대에 오른 유명인에는 셀레나 고메즈, 드레이크, 저스틴 비버, 젠데이아, 카다시안 가족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유명 모델 헤일리 칼릴은 프랑스대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이라고 전해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해"(Let them eat cake)라는 말을 립싱크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분노를 키웠다. 해당 동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멧 갈라는 미국판 보그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매년 주최하는 자선 패션 행사로, 올해는 지난 6일 열렸다. 이 시기가 공교롭게도 이스라엘이 피란민이 집결된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군사 작전을 발표한 때와 맞물려 비판을 키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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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멧 갈라에 참석한 배우 젠데이아.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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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단두대 운동을 시작한 소셜미디어 제작자 '레이디프롬더아웃사이드'는 "도움이 절실한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이 가진 어떤 것도 쓰지 않는 유명인과 인플루언서, 부유한 사교계 인사들을 차단할 때"라며 "우리가 그들에게 준 플랫폼과 조회 수, 좋아요, 댓글, 돈을 빼앗을 때"라고 밝혔다. 한 엑스 이용자는 "같은 지구인데, 전혀 다른 세상"이라며 멧 갈라에 참석한 연예인들과 가자지구에 폭격이 떨어지는 장면을 교차한 영상을 올렸다. 또 다른 틱톡 이용자 역시 "보통 사람들에게 세상이란 유명인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을 받아들여 줄 정도로 안정적이지도 평화롭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SNS 분석업체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차단 목록에 오른 많은 유명인은 디지털 단두대가 시작된 이후 하루 평균 팔로워 수만~수십만명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멧 갈라 전까지 칼릴의 팔로워는 1000만명 이상이었으나 이후 990만명으로 떨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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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멧 갈라가 열린 지난 6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집 잔해 아래서 사상자를 찾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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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매체 NPR은 "유명인들의 (가자지구에 대한) 침묵을 보이콧하라는 요청은 수개월 동안 천천히 진행됐다. 그러나 특권과 부를 무자비하게 과시한 사건(멧 갈라)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라파 탈출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일어나며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디지털 단두대의 목적은 유명인들의 광고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해,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막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게끔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가자지구 전쟁에 침묵을 지킨 연예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 자체로 목적이 변질돼선 안된단 우려도 나온다고 NPR은 전했다. SNS 마케팅 업체 '마이티 조이'의 에릭 더한 대표는 "유명인을 차단한다고 해서 그가 광고에 등장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광고가 그의 계정을 통해 실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이들은 채널을 여럿 보유하기 때문"이라고 NPR에 밝혔다. 다만 마커스 콜린스 미시간대 교수는 "변화를 가져오는 일을 하도록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은 소속감을 제공한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이들에겐 (차단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멧 갈라가 열린 뉴욕에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이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라파"나 "가자지구"를 외쳤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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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으며 2년 전 싸이의 흠뻑쇼를 두고 일어난 갑론을박이 떠올랐습니다. 2022년,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각했습니다. 6개월 강수량이 평년 절반에 미치지 못했고, 5월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강수량이 고작 평년의 6% 수준에 불과했어요. 이즈음, 싸이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매년 여는 콘서트 '흠뻑쇼'에서 회당 물을 300t 가량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배우 이엘이 자신의 SNS에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는 게시물을 올리며 논쟁이 벌어졌고요. 기후위기와 이로 인한 이상기후가 심각한데 공연에서 물을 낭비하는 데 대한 비판도 있었고, 이엘을 'PC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여론도 강했습니다. 스타가 같은 시대 고통에 공감하고 동료 시민의 고민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멋지고 바람직합니다. 탄소배출을 절감하기 위해 더욱 친환경적인 방법을 마련할 때까지 투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콜드플레이 같은 이들도 있어요. 논란 속에서 흠뻑쇼가 더 친환경적으로 바뀌었다면(바뀌진 않은 것 같습니다), '디지털 단두대'에 오른 셀럽들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멈추기 위한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이것이 팬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면 좋은 일일 겁니다. 오늘은 이런 스타를 향한 개별의 비판이 옳냐 그르냐를 떠나, 이것이 운동의 시작이자 끝이어선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기사에는 "가자지구 전쟁에 침묵을 지킨 연예인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 자체로 목적이 변질돼선 안된다"는 우려가 실렸습니다. 셀럽을 비난하면서 '할 일을 다했다'고 느끼기에는 저 자신도 기후위기, 전쟁범죄의 일부가 아닌가 하는 찜찜함이 계속 남습니다. 얼마 전 읽은 계간지에서 이런 글을 만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홀거 하이데 독일 브레멘대 명예교수는 녹색평론 182호에서 "공동책임으로부터 교묘히 빠져나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이 지금의 구조에서 엄청난 부를 누리는 탐욕적인 자본가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정부 기관을 비난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지적은 지극히 정당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남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책임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모두가 동참하거나 방관한 문제의 원인을 소수에게 전가하면서 "이를 간단히 외면해버리거나 망각해버리"고, "그러면서도 우리 스스로는 문명인으로 산다고 계속 착각"하면서 속 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거예요. '자본가' '정부 기관'의 자리에 '연예인' '셀럽'을 넣어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이데 교수는 파괴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파괴의 외부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연예인은 누구보다도 외부화의 대상이 되기 쉬운 이들로 보입니다. 어떤 정치적인 움직임이 소수의 누군가를 비난하는 데에서 멈춘다면 너무 아쉬운 일이지 않을까요. 지구인으로서의 우리는 이상 기후를 가져온 기후위기의 공범이자,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국가에 무기를 지원하는 국제질서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안뿐 아니라, 어떤 구조적인 문제라도 우리는 그 자장 안에 있을 겁니다. 그럼 무엇을 더 해야 할까요? 거기서부터 다시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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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후의 피란처'에 지상작전을 개시한 날 미국 뉴욕에서는 패션 행사 '멧 갈라'가 열렸다.
✦ 2. 가자지구 참상에 침묵한 유명 연예인을 비판하는 '디지털 단두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목록에 오른 연예인들을 하루 평균 수만~수십만명의 SNS 팔로워를 잃었다.
✦ 3. 이 운동을 두고 "효과가 없다"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등 의견이 엇갈린다. 홀거 하이데 교수는 특정 소수를 비난하는 일을 통해 공동책임을 외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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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였던 에브라힘 아리시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했습니다.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도, 아닌 이들도 있습니다. 엇갈린 이란의 분위기를 전합니다. |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책임자 중 한 명인 그가 참사 당시 어떤 대응을 했는지는 이 레터를 참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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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4>가 지난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 4편 중 3편이 '1000만'의 벽을 넘었어요. 그런데 어쩐지 <파묘> 때와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결국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 법은 일주일 뒤 국회에서 재표결에 부쳐질 예정입니다. 국민의힘에서 반대표가 나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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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주는 이른바 '민생회복지원금'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총선 운동 중 내건 공약입니다. 이 약속은 즉시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마주했습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포퓰리즘일까요? 아니면 민주당 주장대로 고금리와 고물가 시대를 견뎌내는 데 꼭 필요한 정책일까요? 5월28일 점선면Deep은 이 문제를 한번 살펴봅니다. 아래 버튼을 꾹 눌러 잠깐 즐거운 상상과 함께 오늘 하루를 시작하면 어떨까요? 점선면은 독자님과 함께 만드는 레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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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 오빠를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동생입니다. 지금은 제가 오빠보다 나이가 많네요. 가족에게 너무나 큰 상처였기에 한동안은 아무도 오빠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씩 그때의 이야기를 합니다. 오빠가 일찍 간 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좋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요. 자식이 먼저 죽은 게 행운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요. 오빠의 영향 때문인지 저희 가족은 대부분 특수교육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학부모 상담을 하면 많은 부모님들이 우십니다. 오빠 친구의 부모님들과 아직도 친하게 지내는데, 그분들도 항상 같은 문제로 우십니다.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돌봄'의 필요성을 자주 느낍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장애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길거리에 없으니까요. 오히려 장애인혐오만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요. 사회를 함께 살아가야하는 구성원입니다. 지속적해서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글이 길어졌네요 ㅎㅎ 언젠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특수교육' 현장에 대해서도 다뤄주시면 좋겠습니다. 인식도 좋지 않고 환경이 너무 열악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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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점선면Lite <⚖️ 누구의 잘못인가>를 읽고 여러 독자님이 의견을 보내주셨는데요, 오늘은 그 중 하나만 소개하려 합니다. 익명의 독자님이 말씀하신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돌봄', '곁의 곁'에 대해 더 곰곰이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기에요. 여러 독자님이 기사를 읽고 마음이 아팠다며 개인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요, 여기에서 힌트를 얻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들이 나눠주시는 생각으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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