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국인들과 한국의 이슈를 놓고 대화하는 컨셉의 영상을 촬영하며 강형욱 훈련사의 보듬컴퍼니 논란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뜻밖에도 프랑스 등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은 고용주의 메신저 감시에도, CCTV 설치에도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어요. 대화를 이어가면서 차이를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일'과 그 외 '삶'을 분명하게 나눈 개념을 체화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고용주 등 직장 상사나 다른 동료 역시 같은 개념을 갖고 일터에 나온다는 사실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거였죠. 업무용 메신저를 쓰더라도, 사무실 천장에 보안용 CCTV가 달렸더라도 관리자가 일 외에 다른 목적으로 메시지 내용과 영상을 들여다보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엿보였습니다. 일하는 사람 역시 업무용 메신저로는 정말 일 얘기만 하기에 켕길 게 없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한국의 직장인 중에는 보듬컴퍼니를 보면서 자신의 일터를 떠올린 사람이 적지 않았나 봅니다. 이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한국의 직장 문화가 유독 엉망진창인 걸까요? 꼭 메신저·CCTV 감시 같은 엄혹한 상황을 떠올리지 않아도, 많은 직장에서 '일'과 '삶'의 경계가 여전히 불분명한 건 사실 같습니다. 퇴근 후 카톡을 통한 업무 지시는 지금도 만연합니다. 오죽하면 국회가 퇴근 후 카톡 금지를 법으로 규정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죠. 웬만한 대기업이 아닌 다음에야 별도 업무용 메신저 대신 카톡을 쓰는 문화도 일터와 삶터가 혼재된 풍경을 보여줍니다. 또, 기본적으로 연말연시에는 퇴근 후 회식을 당연한 의례로 받아들이죠. 기껏해야 참석이나 음주를 강요하지 말자는 정도입니다. 서로 경조사를 챙기고, 주말에 만나 등산이나 축구를 함께 하는 문화도 우리 직장의 특이한 단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K-직장'은 이런 '관행'이 곳곳에 자리 잡아 일터를 개인의 삶과 마냥 분리할 수는 없는 곳으로 인식하게 하고, 또 이런 인식은 앞의 관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순환 구조가 존재하는 곳 같습니다. 물론, 이 모든 관행을 다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마음이 내킨다면야 주말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공 차는 일이 무슨 문제가 될까요. 또, 직장을 자신의 삶에서 거의 유일한 관계망으로 의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의 직장 문화가 꼭 서구의 것과 같으란 법도 없고요. 이렇게 칼같이 일과 삶을 나눌 수 없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그사이 적절한 선을 찾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MZ오피스' 운운하며 세대 간 인식 격차는 날이 갈수록 뚜렷하게 벌어지고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선을 탐색하는 일을 아예 포기하면 '퇴근 후 카톡 지시'처럼 명백히 후진적 관행을 고수하는 사장님으로 남겠죠. '악덕'이란 수식어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사장님'을 '부장님', '팀장님'으로 바꿔도 마찬가지고요. 노력 없이 거저 되는 건 정말 없습니다. 거듭 실패할지언정 선을 자꾸 긋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윤곽이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다 같이 배워보자고요. 예약 메시지 등 카톡의 다양한 업무용 기능부터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