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집으로 출발하는 경차 "현재 서울지역 체감온도 35도 이상. 온열질환 예방을 위하여 물을 충분히 섭취, 외출 자제 및 어지럼증 등 이상 시 즉시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지난 주말, 서울시청으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았습니다. 올 여름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고 해요. 당분간은 무시무시한 더위가 가시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웃들은 안녕할까요? 보건복지부는 전국 생활지원사들을 통해 폭염에 취약한 노인들의 안전을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보다 생활지원사는 좀 낯설게 느껴지시죠. 생활지원사는 지역의 독거 노인, 취약계층 노인을 직접 방문해 필요한 돌봄을 제공하는 일을 합니다. 양다솔 작가의 어머니도 이 일을 하고 계세요. 양 작가가 어머니의 일을 두고 '미래를 구원하는'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칼럼을 읽고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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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구원하는 사람 2024. 7. 24. 양다솔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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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생활보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매일 작은 경차를 타고 시골의 좁은 길을 따라 혼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간다. 그중엔 일주일에 한두 번, 엄마가 찾아가는 것이 사람과의 유일한 접촉인 사람들도 있다. 요양원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은 것은 아니니 그나마 상황이 나은 사람들이다. 엄마는 그들의 냉장고에 반찬은 있는지, 보일러가 고장나지는 않았는지, 집 안이 어지럽지는 않은지 생활 전반을 살핀다. 그리고 마주 앉아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아침은 드셨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거리는 없는지 묻는다. 한 할머니는 생활이 유독 궁핍했다.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은 연락이 두절됐다. 모아놓은 돈도 받을 수 있는 연금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끼니를 챙길 돈도 없어 몸이 여위었다. 빈궁한 생활이 창피해 밖을 더 나가지 않게 됐다. 엄마는 그 할머니의 생활을 유심히 지켜보고, 사정을 듣다 몇 가지를 떠올렸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할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할머니 같은 사정이 있으신 분들을 나라에서 도와주는 제도가 있어요"라고 말했을 때 할머니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나라가요? 저를요?" 엄마는 다음날 할머니의 손을 잡고 면사무소를 찾았다. 이후 할머니의 생활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여기에 몇 문장을 쓰는 것으로 다 표현할 수 없다. 또 다른 할머니는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아 반년 동안 거의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엄마도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아 평소에 보청기를 착용해야만 하는데, 그 할머니도 귀가 들리지 않으니 서로를 향해 아무리 소리를 쳐도 대화가 통하지를 않았다. 엄마는 고심 끝에 할머니의 아들에게 연락을 했다. 어머님 귀 상태가 좋지 않으니 병원에 가 보았으면 한다며, 보청기 구입 비용은 나라에서 전부 지원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지원을 받기 위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까지 꼼꼼히 적어서 보냈다. 그 또한 엄마가 인터넷과 면사무소를 오가며 찾은 정보였다. 내가 아는 엄마는 평소에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는 것도 어려워하는 인물이기에,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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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설 연휴를 앞두고 한 할머니가 설인사를 온 생활지원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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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님은 연락을 받고 할머니를 병원에 모시고 갔다. 그리고 할머니가 노화에 따른 난청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 그저 귀가 귀지로 가득 차서 들리지 않았던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할머니는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고 보청기를 맞추지 않았다. 그냥 귀를 팠다. 도대체 얼마만이었을까? 그리고 곧장 다음날부터, 할머니와 엄마는 대화가 통했다. 만나고 처음이었다. 할머니가 외쳤다. "글쎄 나 보청기 필요 없댜!" 환갑인 우리 엄마가 보청기를 하는데 팔순인 할머니는 귀지를 파고 다음날 귀가 뚫리다니, 나는 도저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하려 하는데 엄마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인이란 그런 거야. 아주 익숙하고 단순한 것을 놓치고 있는데도 모르게 되는 것. 내가 마지막으로 귀를 판 게 언제였는지 하는 아주 사소하고 당연한 것을 잊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내 귀가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무감해지고 마는 것." 엄마가 권하지 않았다면 할머니는 그대로도 쭉, 들리지 않는 세계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생활보호사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인가? 엄마가 한 일은 타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구원의 종류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아직 늙고 병든 몸으로 혼자 살아가는 생활을 상상하지 못한다. 언젠가 그 시간이 도달할 것만을 안다. 우리는 모두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엄마의 발은 더욱 바빠진다. 마치 다가올 자신의 미래를 구하고 있는 듯이.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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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하고 당연한 것을 잊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내 귀가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무감해지고 마는 것." 양 작가의 어머니는 '노인으로 사는 것'을 두고 이렇게 표현합니다. 끼니를 챙길 돈도 없어 여윈 한 할머니가 '나라에서 할머니 같은 사람을 도와주는 제도가 있다'고 하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저를요?"라고 비로소 묻습니다. 또 다른 할머니는 귀가 거의 들리지 않은 채로 반 년 넘게 지내왔다가 양 작가 어머니의 제안으로 병원에 다녀옵니다. 칼럼 속 할머니들은 일상적인 불편함을 그저 내 몫이려니 감내합니다. 제겐 이런 모습이 때로는 삶에 적응하는 완숙함으로, 때로는 그저 머무르는 무력감으로 느껴집니다. 오동욱 기자는 땡볕 아래 '전단 알바'를 하는 노인들을 만났습니다. 폭염 속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이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일을 한다" "자식들도 힘드니까 용돈 벌이라도 하려고 하는 거지"라고 말합니다. 노인들은 자신의 노동을 '한 푼'짜리, '용돈 벌이' 정도로 낮추어 말해요. 제때 쉬지 못해도, 쉴 만한 공간이 없어도 견딥니다. 이 기사를 읽고 7월 26일 점선면Lite에 한 독자님이 남기신 의견이 떠올랐습니다. "지속적인 노인 일자리를 만들려면 임금이든 능력이든 차별점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최저임금의 80%를 받더라도 일할 수 있는 것을 노인들이 싫어할까요? 단순히 최저임금을 차등하는 것은 나쁘다는 것이 금과옥조가 된다면 노인 일자리를 위해 최저임금을 다양하게 적용할 방법을 논의해보자는 시작조차 못 합니다. 노인에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독자님 말씀처럼, 노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이 생기면 몇몇 사업체는 노인 일자리를 선뜻 만들지도 모릅니다. 일자리가 필요한 노인들이 그 자리를 마다하지 않고 지원하는 모습도 쉽게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정책 이후의 효과를 가늠하기에 앞서 사회가 만들어온 합의를 깰 것인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아도 되는 존재가 있는가'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에게 "사회가 '최저'로 규정한 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아도 되는 존재"라고 말해도 될까요? 누군가 자신이 겪는 부당한 대우를 그저 '내 팔자' '원래 그런 것'으로 느끼게 내버려 두지 않고 싶습니다. 안부를 묻고, 필요와 욕구를 상기시키고, 개선을 제안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생활지원사도 그런 직업이지요. 이 영웅과 같은 돌봄 노동의 기본급은 2024년 기준 128만원 정도입니다. 돌봄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돌봄 받는 대상의 가치를 알아보는 데서 시작하지 않을까요. 생활지원사가 자신의 다가올 미래를 구하는 직업이라는 양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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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다솔 작가의 어머니는 생활지원사로 일한다. 혼자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찾아가 살피고 돕는다.
✦ 2. 기초생활수급 자격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한 할머니는 양 작가 어머니와 함께 면사무소를 찾았다. 한 할머니는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가 양 작가 어머니 조언으로 병원에 가서 문제를 해결했다.
✦ 3. 양 작가는 어머니가 "마치 다가올 자신의 미래를 구하" 듯이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래인 노인을 대하는 태도, 미래를 구하는 돌봄노동자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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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떠났지만 고양이들은 남았습니다. 한적하지만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재개발 구역. '냥토피아'는 이곳의 고양이를 보살핍니다. 스튜디오 그루 영상을 소개해요. |
지난 8월 2일 서울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60대 청소노동자가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혼자 근무하다가 변을 당했어요. 전지현 기자가 현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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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올림픽에 출전한 대만 복싱 선수 린위팅을 비난했습니다. 그가 XY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에서요. 롤링은 전에도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습니다. |
일주일에 하루를 덜 근무하면 어떨까요?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30명은 지난해 임금을 10% 줄이고 주 4일제 근무를 했습니다. 권미경 노조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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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시간 많은 일을 겪어서 그런지 나이는 어리지만 어른스럽단 평을 들어요. <인사이드 아웃 2>를 보고 한동안 마음이 이상했어요. 불안이의 존재와, 행복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이 저랑 닮아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 뒤로 바쁘게 사느라 눈물이 날 것 같던 그 때 감정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의 레터를 읽고 정류장에 서서 그대로 울어버렸어요. 다시금 제 감정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시고, 또 위로를 주셔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익명의 독자님) 📬 보는 내내 불안이를 빌런처럼 봐서 그런지 마지막에 모든 감정들이 하나가 되어 움직일 때 오히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불안도 나를 구성하는 것 중 하나인데 무의식중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몰아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동아시아 사람이었네요🤣 (익명의 독자님)
📬 이번 레터를 보고 간만에 영화관을 다녀와야겠다 느꼈습니다! (김포송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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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점선면Lite <🌀 그랬구나, 힘들었구나>를 읽고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의견입니다. 개봉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영화이지만, 영화를 보신 많은 독자님이 아직 여운을 곱씹고 계셨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불안이 거기 있다는 걸 알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달래며 살아가는 법을 계속 연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 의견으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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