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과서요? 최초로요?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전반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교실로 들어간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져요. 독자님은 인공지능이 공교육 현장에도 등장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신 적이 있나요? 교육부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2025년 전면 도입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교육 분야 전문가들의 걱정이 많아요. 어떤 문제인지 칼럼 한 편 읽고 대화 이어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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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과서 정책이 말하지 않는 것 2024. 7. 31.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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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내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내건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교육 전문가들은 최소한 속도라도 늦추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좀처럼 수용하려고 들지 않는다.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이 몰고온 파장만큼이나 이번 디지털 교과서 정책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이 사업의 핵심은 2025학년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디지털 교과서를 적용하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화려한 수사들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에는 몇 가지 깊은 검토가 필요한 문제들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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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교육부가 말하는 인공지능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GPT 등 거대언어모델(LLM)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단순한 논리에 기반한다. 즉 학생들의 문제풀이 행동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축적하고, 그로부터 추출되는 알고리즘을 통해 학생들의 오답 패턴을 예측하고 오답률을 줄여가려는 것이다. 그런데 오답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수업은 당연히 수많은 정답 찾기 문제풀이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실제 이번 여름 수행된 선도교사 연수에서 활용된 프로토타입도 대부분 문제풀이와 그 오답 분석 과정으로 채워져 있었다.
사실 오답률이란 근대 공장제 체계에서 표준화된 생산품의 불량률을 점검하던 방식에서 유래한 것이다. 오답률을 중심에 둔 교육은 교육을 정답을 향한 폐쇄적 지식체계 전수과정으로 보고, 학교를 불량률(오답률)을 줄이는 표준화 지식생산기지로 이해한다. 이런 관점은 우리가 지향하는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미래교육의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미래교육의 핵심은 문제풀이를 넘어 창의력과 비판적 능력 등을 포함한 "답 없는 질문들"을 다루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정답주의-객관식 시험-수능-서열화-학력사회로 연결되는 쳇바퀴에만 머물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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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Arthur Lambillot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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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디지털 교과서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에듀테크들이 주로 사교육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구축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으며,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에서 교육 전문가나 학교 교사들의 참여는 거의 없었다. 그 결과, 사교육 시장의 학습 관리 방법이 별다른 거름 장치 없이 '디지털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들어오게 되며, 학생들은 마치 공장 노동자들의 과학적 행동관리 방식인 테일러리즘을 연상시키는 시험 중심 학습관리장치들에 의해 관리받게 된다. 시험 점수 향상을 위해 이미 학원가에서는 이런 기능을 탑재한 학습기제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주로 문제풀이 과정을 관리하며, 오답 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전용 앱 대시보드에서 자동 채점, 풀이 기록, 필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교육부가 강조하는 '맞춤형 교육'의 실제가 대체로 이런 것이다.
셋째, 이번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그 '교육적 효과' 여부를 떠나 에듀테크-사교육 산업의 시장가치와 산업 생태계를 확장시킬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이주호 장관이 기대하는 디지털 교과서 사업의 주요 효과일지도 모른다. 이미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소식이 에듀테크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거나 "에듀테크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나돌고 있다. 한국의 에듀테크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것이 공공성과 교육적 가치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제대로 된 검토와 성찰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에듀테크 산업을 키운다고 하면서 그 대가로 정작 학생들을 폐쇄적 표준화 문제풀이 수업에 가두어버려서는 안 된다. 또한 학교가 단순히 에듀테크들이 제공하는 학습 플랫폼의 프로그램들을 ‘구독’하는 사용자이자 데이터 제공자임과 동시에 비용 지불자로 전락하게 해서도 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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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향후 디지털 교과서의 가장 큰 과제는 '답 없는 개방된 질문들'을 생성하고 스스로 답하게 만드는 창의적 학습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해내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현재 문제풀이 중심의 학습분석을 무리하게 모든 과목에 적용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특히 영어 과목의 경우, 지금까지 문제풀이와 오답 분석 방식으로 영어를 학습해온 폐해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같은 잘못을 '인공지능'이라는 허상으로 가려서는 안 된다.
만약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면, 2025년에는 수학 과목 정도만 실행하면서 그 효과를 분석해보는 것을 제안한다. 2026년 이후의 계획은 유보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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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이나 발명은 기존의 문명을 긴장시킵니다. TV도 그랬죠. 사람 간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시청자를 '바보 상자'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만든다는 비판의 대상이었습니다. 반면 TV가 풍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대화 주제를 환기하고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하는 등 순기능을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견지에서 디지털 기술을 향한 의구심 역시 괜하고 과한 걱정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더군요.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집중력을 해친다는 연구가 무수히 나오는 것을 보면, 확실히 TV 때와는 상황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책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는 집중력 저하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말하죠.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거대 테크 기업, 그리고 주의력 하락을 스스로의 탓으로 돌리게 하는 사회 시스템이 집중력을 훔쳐 가는 주범이라는 겁니다. 디지털 기술에 관한 이 같은 걱정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 우려가 이제 교육 현장을 향하게 됐습니다. 교육부가 도입하겠다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는 태블릿 형태의 교과서라고 해요. 교과서를 라이브러리에 내려받아 이용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학생 수준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챗봇·증강현실(AR)·메타버스 같은 기능이 들어 있어요. 결국 일상에서 접하는 디지털 기기의 모습을 따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형태의 디지털 교과서가 종이와 필기구를 활용한 학습에 비해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신경과학적 근거로 설명하며 걱정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종이에 필기를 하며 배울 때 생겨나는 능동성, 스크롤하거나 검색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낼 능력 같은 것들은 디지털 교과서에서 얻을 수 없기 때문에요. 교육부가 도입할 디지털 교과서가 '만점'으로 질주하는 형태로 설계됐다는 점도 걱정스럽습니다. 알고리즘이 학생의 취약 지점을 파악해서 그 부분을 반복 학습시킨다는 건데요. '문제풀이 훈련'에는 효과적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공교육이 벌써 수십년째 '창의성'을 강조해 온 걸 생각하면 의아해요. 이 방식은 능동적 학습이라기보다, 제품 불량률(오답율)을 관리하는 생산라인 전략에 가까워 보입니다. 친구들끼리 서로 다른 수학문제 풀이법을 비교해 보고, 복잡한 구조의 영어문장을 해석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 보고, 오답노트를 써 내려가는 경험이 사라져도 괜찮은 것일까요? 개인정보 관리도 과제예요. 전국 디지털 선도학교에서 쓰는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이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 정보, 성별·위치·쿠키 등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5만명 넘는 국민이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유보해 달라고 청원하고, 디지털 교육을 앞서 시행했던 국가들이 ' 유턴'을 하는 건 이렇게 아직 필요한 고민과 답해야 할 질문이 많아서겠죠. 디지털 기술을 성급하게 적용한 교육보다, 이 기술을 인간의 대체재로 삼을 것인지 보조재로 삼을 것인지 그 차이를 고민하게 하는 교육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최근 구글이 2024 파리 올림픽을 맞아 제작한 인공지능 챗봇 '제미나이' 광고를 중단하게 된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광고에는 좋아하는 운동선수에게 팬레터를 쓰고 싶은 딸이 등장합니다. 아버지는 제미나이에게 딸이 편지에 쓸 말들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해요. 제미나이가 딸을 '대체'한 것이죠.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꼈고, 구글은 광고를 내려야 했습니다. 이렇듯 고민할 것이 풍부한 주제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 정부는 디지털 교과서 '세계 최초 전면 도입'이란 타이틀에만 마음이 조급해 보인다는 인상을 끝내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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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교육부는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 2. 이 디지털 교과서는 '맞춤형 학습'으로 오답률을 관리하게 설계돼 있다. 사고력·창의성 교육과는 거리가 먼 방식이다.
✦ 3.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유보해 달라고 5만명 넘는 사람이 청원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보다 중요한 건 디지털 기술에 관한 숙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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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선수가 금메달을 딴 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직격했죠. 파리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쑥대밭이 된 협회는 묵묵부답입니다. |
'집게손가락'을 그렸다는 오해를 받고 극심한 사이버불링을 당한 일러스트레이터. 경찰은 그가 '페미니스트는 맞다'며 괴롭힘이 위법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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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의 경기침체를 내다본 숫자가 있습니다. 5일 '공포의 월요일'을 불러온 것 역시 이 숫자였다는데요. 이번 증시 폭락도 경기침체의 신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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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언론인과 정치인을 상대로 무더기 통신조회를 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정권을 막론하고 계속돼 온 검찰의 고질병인데요. 왜 이러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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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냉풍기와 선수들 식사의 양념 하나까지 전부 한국에서 공수했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기후 올림픽 정책과도 동떨어지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것도 없이, 자국중심주의 같아서 좀 미성숙해 보였습니다. 게다가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섬세한 올림픽이었음에도 프랑스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과 환경 파괴가 심하게 일어났습니다. 뉴욕타임스나 유럽 몇몇 매체는 이를 밀도 있게 다루었더라고요. 또한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는 사실상 빚더미에 앉지 않으면 다행이라고도 합니다. 이제 우리는 유로 축구, MLB, 이런저런 세계선수권 대회 등등 국적을 넘어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챙겨보고 응원하는 시대에 삽니다. 자국 중심의 경쟁을 부추기고, 전 지구적 오염을 크게 생산하고, 원주민을 쫓아내고, 심하게는 개최 도시에 빚과 건설 폐기물만 남기는 올림픽 개최 여부 자체를 고민해야 할 때 같습니다. 이건 솔직히 IOC만 배를 불리는, 올림픽 산업 같습니다. (Emm Lee님)
📬 요즘 개인화가 진행되면서 올림픽도 점점 잘 안 보는 추세는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 김우민 선수의 사지가 타들어 갈 것 같은 고통이, 저도 수영을 해봐서 알지만, 힘이 들 때 어느 정도 타협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썼다는 것을 느꼈어요.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하는 것에 더 집중해서 응원한다면 단순히 투자 대비 결과를 못내 아깝다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도 그들의 에너지를 받아서 열심히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슬기로운 불꽃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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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점선면Deep <🏅 파리 올림픽은 올림픽의 미래일까?>를 보내드린 후 도착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mm Lee님께서는 미처 레터에서 다 다룰 수 없었던 올림픽 전후 이슈들을 언급하셨어요. 국내 언론은 파리 도심에서 노숙하던 난민들을 당국이 퇴거한 일을 보도했습니다. 슬기로운 불꽃님께서는 점선면Deep 주제 예고 당시 ‘기억나는 올림픽 명장면’으로 김우민 수영 선수의 인터뷰를 꼽으셨어요. 스포츠를 응원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들의 이야기로 더욱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꾹 눌러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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