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일본은 역사를 대하는 태도를 놓고 가장 자주 비교되는 대상입니다.
독일의 과거사 반성이 마냥 이상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명실상부 강국이죠. 유대인 학살에 관해서는 수 차례 성찰하고 사과한 반면 약소국에 대한 사과와 배상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대표적입니다.
일례로
나미비아 사례가 있습니다. 독일 1904년 식민지이던 나미비아에서도 인종 학살을 벌였는데요. 100년이 지난 2004년에야 첫 사과가 나왔습니다. 배상 논의는 2015년 시작됐고, 배상금이 아닌 개발원조 형태의
지원을 하기로 했어요.
독일에게도 꼬집을 점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죄로 독일이 도덕적 지위를 얻게 됐다는 게 중요해 보여요.
'반성하는 독일'이라는 정체성은 이 나라를 난민 수용에 가장 열린 곳으로 이끌었습니다. 독일에서도 난민 문제가 점점 풀기
어려운 방정식이 되어 가고 있고,
극우 정치 세력이 출현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독일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난민들이 더 비참한 생활을 했을 것이란 점도 분명합니다.
과거를 반성하며 쌓은 도덕적 자산은 독일이 세계 정세 위기마다 중재자로 나서는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나미비아에 늦으나마 책임을 인정한 것도 앞선 사과가 없었다면 더 어려웠을지 몰라요.
독일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역사학자 김태우처럼 집요하게 역사를 입증하고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인종 대학살 피해를 입은 나미비아의 부족은 끈질기게 싸웠고 미국 법정에 독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서 과거를 공론화했습니다. 유대인들도 마찬가지로 노력했고요.
과거사 '위생처리' 도움을 한국 정부로부터 넙죽 받은 일본은 어떨까요? 가해의 역사를 홀가분하게 턴 일본이 독일처럼 국제 문제에 책임감 있는 일원으로 나설 유인이 있을까요? 이것이 동북아 정세에는, 한국의 국익에는 좋을까요?
일본 스스로가 독일이 되지 않는다고 탓할 수만은 없게 됐습니다. 한국 역시 일본을 독일이 될 수 없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때도 있는 건가 봅니다. 그렇지만 이 장면을 확실히 기억은 해둬야겠죠. 바로잡고, 책임을 물을 길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