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보고 6년 전 여름을 떠올렸습니다. 2018년 여름은 올 여름 이전까지 '역대급 폭염'으로 꼽혔는데요. 그해 8월 서울 도심의 한 지하 재활용선별장을 취재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수거된 쓰레기에서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일일이 선별해내고 있었어요.
종량제 봉투에 배출된 일반쓰레기, 플라스틱·비닐·고철 같은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만 처리하는 곳이었는데도 음식물 등 온갖 유기물이 부패하는 충격적인 악취가 가득했습니다. 실내 온도는 32~34도를 오갔어요. 비위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목구멍에서 밀고 올라오는 욕지기를 간신히 눌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곳에 다녀온 이후로 음식물이 묻은 쓰레기는 세제로 꼼꼼하게 설거지를 해서 버리게 됐습니다.
몇 년 뒤 그 선별장 앞으로 이사를 오게 됐어요. 선별장 주위에는 이곳에 쓰레기가 모인다는 것을 알리는 어떠한 표시도 없습니다. 선별장 위로는 잘 정비된 공원이 있어요. 취재를 간 적이 없었다면 뭐 하는 곳인지 잘 모르고 살았을 것 같습니다.
쓰레기 처리시설 같은 껄끄러운 곳, 기피되는 시설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은 매력적인 해결책입니다. 문제는 안 보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기 어렵다는 거겠죠.
전북 전주시의 한 지하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에서 지난 5월
폭발사고가 났습니다. 이 사고로 노동자 1명이 죽고 4명이 크게 다쳤어요. 쓰레기 처리 중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아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혜리 기자가 만난 20대 생존 노동자는 첫 직장에서 온몸에 화상을 입었고, 사고 책임은 여전히 이리저리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처리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작업 일상에 도사린 위험에 관해 낱낱이
이야기합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쓰레기 처리시설에서도 지난 5월
큰 불이 났었어요. 지하에 있는 쓰레기 처리시설 화재 사고는 기사 검색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에서 노동자가 지하 저장고로
추락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지하 시설이 '님비' 갈등을 해결하면서도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묘안'으로 소개되는 사례들은 많이 보여요.
좋은 해결책을 찾았으니 그걸로 된 걸까요? 눈앞에서 골칫거리를 잠시 치워 버린 것에 불과합니다. 지난 3월 25일 점선면Lite <
🌾 대기업이 농촌으로 간 이유>에서 산업폐기물을 치워 버리고 싶은 욕구가 대기업·사모펀드 자본과 만나 농촌이 죽어 가게 된 것처럼요. 또, 지난 8월 12일 우간다 빈민촌에 쌓였던 '쓰레기 산'이
무너져 사람들이 죽은 것처럼요. 2017년 에티오피아 빈민촌에서 쓰레기 산이 무너져 100명이 넘게 죽고, 부국이 배출하는 막대한 쓰레기가 빈국으로 수출돼
쌓여 가는 것처럼요. 보이지 않는 곳은 또 있습니다. 바다예요. 바닷가에 해양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걸 볼 때마다 바닷속의 모습을 똑바로 알기가 두려워집니다.
안 보이지만 제대로 봐야 할 곳들이 많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잘 드러내는 일이 절실해요. 거기에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