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근로의욕 상실 2004년, 민주노동당이란 정당이 있었습니다. 현 정의당의 뿌리와 같은 정당입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부유세 도입'을 내세웠고,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그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10개 의석을 차지하며 국회에 처음으로 진출했습니다. 아무래도 부유세 공약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새긴 영향이 컸습니다. 20년이 지난 2024년,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부유세 논쟁이 격렬합니다. 심지어 부자들이 직접 나서 자신한테 세금을 걷으라고 촉구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사회는 지금 '부자 증세'가 아닌 '부자 감세' 논란에 빠져 있습니다. '부유세'란 말은 이제 잘 쓰이지도 않고요. 한국만 외롭게 걷는 이 길, 따라가도 정말 괜찮을까요? 오늘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상속세 개편안을 통해 이 길을 한번 탐방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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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이 손해 보는 나라 2024. 8. 11. 이주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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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라고 말한다. 태어난 나라에 따라 평생 소득의 50% 이상이 결정되고, 부모가 물려준 DNA가 30%의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노력보다는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나고 자랐는지가 한 사람의 평생 소득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세계적 명저 <총, 균, 쇠>(재러드 다이아몬드)에서도 인류 역사와 문명 발전이 대륙마다 다르게 전개된 이유가 환경의 차이에 있음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의대 진학에 목매는 것도 기회의 유무, 인적·물적 네트워크의 차이를 좌우할 이 '8할'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금융지주 연구소의 리포트를 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 10명 중 7명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거주하고, 서울에서도 강남·서초·종로·용산구, 그리고 신흥 부촌으로 부상한 성동구에 집중돼 있다. 부자일수록 근로소득 비율은 낮고 상속증여·부동산·사업소득 비율이 높았다. 김 교수와 다이아몬드의 논리대로라면 이 '부자'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도 있었겠지만 '금수저' '은수저'로 태어난 덕을 톡톡히 봤을 확률이 매우 높다. 올해 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규모 상속세 감면이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상속세 자녀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늘려주는 것이다. 최고세율이 낮아지면 30억원 넘게 물려준 2400명(지난해 기준)의 재산에 매겨진 세금 1조8000억원이 줄어들게 된다. 세법 개정에 따른 상속·증여세 감세효과는 향후 5년간 18조6000억원에 달한다. 세 부담 없이 자식한테 공제한도인 5억원까지 꽉 채워 물려주는 게 가능하려면, 재산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할까. 별다른 소득이 없는 노부부가 집을 담보로 매달 주택연금을 받아 생활한다고 가정해보자.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원(시세 17억원대)인 주택까지 가입 가능한데,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연금 가입 평균 주택가격은 5억5000만원 정도다. 가입 주택 가격을 5억원으로만 잡아도 자녀가 1명이면 12억원(주택연금 가입 5억+자녀공제 5억+기초공제 2억원), 2명이면 17억원, 3명이면 22억원은 있어야 세제 개편 혜택을 볼 수 있다. 통계청의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이 10억원쯤 되면 상위 10% 안에 든다. 다시 말해, 상위 10%에 안정적으로 들어갈 정도의 재산은 돼야 상속세 개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아파트 값이 급등해 집 한 채 물려주려 해도 세 부담이 과하다는 여론을 수용한 것이라지만, 실제로는 국민 대다수의 삶과는 무관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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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남 일대 아파트.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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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거액의 상속을 받는 자녀의 나이가 한창 인생을 설계하고 확장해나가는 시기도 아니다. 보험개발원의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평균 수명은 86.3세, 여성은 90.7세다. 상속이 이뤄진다는 건 부모가 세상을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80대 중반 이후 사망 시 재산을 상속받는 자녀의 연령대는 적어도 50대 이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나이 50이 넘은 중장년층이 최대 5억원까지 세금 없이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부의 대물림을 손쉽게 한다는 것 말고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5억원을 연봉으로 받는 근로소득자도 세금으로 1억7000만원 넘게 내야 하는데, 그냥 물려받은 사람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지향하는 사회상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세금을 깎아줘 생긴 빈 곳간은 다른 누군가에게서 더 거둬 메워야 한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속화되고 복지 수요는 커지는 상황에서, 5억원을 상속받게 될 50·60대가 내지 않는 세금은 결국 미래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상속세 개편은 어차피 되지 않을 일이라고 보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정부 개편안에 일단 반대 입장을 내놓긴 했지만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완화·유예론이 분출하는 민주당에서 언제 또 딴소리가 나올지 모를 일이다. 세제는 모든 정책 중 가장 고난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상속자, 자산가에게 관대한 정책은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부에 대한 왜곡된 인식만 강화할 뿐이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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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주의는 19세기 자본주의를 닮아가고 있다: 토마 피케티가 책 <21세기 자본>에서 내린 결론입니다. 피케티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태동한 18세기부터 최근까지 경제성장률과 노동소득, 자본소득 등의 경향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1980년대 이후 세계 전반적으로 '상속자산 등 자본을 통해 버는 자본소득'의 몫이 '일해서 버는 노동소득'의 몫보다 커졌다는 점을 논증했습니다. 피케티는 이런 체제가 벌린 자산 격차, 불평등을 해소하는 게 최대 과제라고 봤습니다. 2014년 <21세기 자본>이 세상에 나왔을 때, 이미 우리 사회는 그 격차를 '금수저', '흙수저' 운운하는 '수저론'으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노동소득에 비해 자본소득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재는 '피케티 비율'을 따져보니, 한국은 이미 2012년 9.45를 찍어 미국(4.45), 영국(4.92), 프랑스(7.34), 일본(7.95)을 한참 따돌렸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 이후 우리 사회는 '영끌', '빚투', '자낳괴' 같은 말에 익숙해졌고요. 여기엔 분명 그 격차를 추격하기 위한 개인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습니다. <21세기 자본> 이후 자산 격차 극복은 전 세계적 화두였습니다. 지난 7월 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이 모여 초부유층에 더 많은 세금을 물리도록 노력하는 방향에 합의했어요. 미국 민주당에서도 2020년 대선을 계기로 ‘초부유세’ 논의가 시작됐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수용했습니다. 한국은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G20 재무장관들의 '부유세 합의'가 나온 날, 한국 정부는 상속세 인하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날 리우데자네이루엔 한국 정부의 재무장관(기획재정부 장관)도 있었는데, 그는 대체 무엇을 보고 듣고 돌아온 걸까요. 실제 상속세율이 적절한지는 여러 의견이 존재합니다. 세율이 25년 동안 바뀌지 않았으니 그간 물가상승이나 경제성장을 고려해서 의문을 품는 건 일면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사회 최상층이 낼 세액을 정밀하게 조정할 때, 온 사회의 눈은 그 세심한 손가락이 아닌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그리로 눈을 돌렸을 때 보이는 건 오늘 기사의 제목처럼 '일하는 사람이 손해 보는 나라' 혹은 ' 상속자 자본주의'(경제학자 우석훈)일 거고요. 상위 10%가 누릴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찬반 비율이 팽팽합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미 '세습 자본주의'에 너무 익숙해졌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미국·유럽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는 아예 이 체제를 교정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세습 체제란 규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그냥 일각의 의심이 사실이길 바랍니다. 지지율이 떨어져 위기에 몰린 현 정부가 부유층, 전통적 지지층을 결속하기 위해 상속세제를 건드린다는 가설을 믿는 게 오히려 희망적이니까요. 그렇다면, 적어도 정치적 이득을 노린 해프닝으로 끝나 잠깐의 허탈감은 있을지언정 평생의 박탈감으로 이어지진 않을 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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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부의 상속세율 인하안에 따르면, 보유 자산이 상위 10% 안에 드는 사람이 감세 혜택을 누린다.
✦ 2. 자산 격차 극복은 전 세계적 화두다. 미국에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초부유세'를 추진했다. ✦ 3. 한국 정부는 거꾸로 일하는 사람이 손해 보는 '상속자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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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즐기라고 호수에 풀어놓은 강아지가 돌연 죽었습니다. 알고 보니 물에 퍼진 독성 때문. 사람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기후변화가 물을,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
대구에서 광복절을 앞두고 '박정희'가 등장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주도하는 일입니다. 박정희 대통령 재임 중 산업화를 이룩한 역사를 기리겠다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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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영광 뒤에 찾아오는 지독한 고독. 올림픽도 예외가 아니라고 합니다. 마이클 펠프스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정상을 찍는 일보다 정상을 지키는 일이 더 어렵기 때문이겠죠. |
올해 국군의날에도 서울 중심부가 '국방색'으로 물듭니다. 국군이 2년 연속 시가행진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연례행사가 되는 걸까요? 시가행진의 이모저모를 살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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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도시계획을 공부하며, 지자체에서 도시계획 담당업무를 하는 공무원입니다. 오늘 내용으로 올라온 ‘유니온파크’에 대해 조사하며 상당한 내용을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죠. 그런데, 오늘 기사를 보니 내가 진짜 수박 겉핥기로 알았다는 걸 깨닫네요. 항상 자원순환시설 지하화의 우수사례로 뽑힌 ‘유니온파크’를 보며, ‘저게 앞으로 기반시설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구나’, ‘주민과 공공 모두 Win-Win 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이구나’하고 생각했어요. 항상 관련 논문이나 홍보물에서는 최첨단 처리 시설이며 환경에도 문제없고 깔끔하다는 식이었는데... 내부 상황이 이렇게 열악하다니, 큰 충격을 줍니다. 앞으로 도시는 더욱 커질 것이고, 그만큼 필요한 기반시설 역시 대형화될 것인데, 그렇다면 무엇이 공공성뿐 아닌 약자까지 포용하게 할까를 고민하게 되는 기사였습니다. (미리네마루님) 📬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령화가 심해질수록 퇴직 후 재취업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뻔하니까요.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일을 시켜야한다는 생각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랑님) 📬 힘든 일을 하시는데 고용안정까지 걱정하셔야 한다니. 지방 직영제의 목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영은님) 📬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일하시는 그분들이 있기에 오늘도 감사합니다. (오렌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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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점선면Lite <👓 볼 준비 됐나요>를 읽은 독자님들께서 남겨주신 이야기입니다. 이 레터에서 소개한 기사는 '주간경향' 1591호에 담겼는데요, 홍진수 주간경향 편집장은 지하로 들어간 쓰레기 처리시설에서 반지하 주택 문제를 떠올렸습니다. 2022년 반지하 주택 참사 이후 더는 반지하에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생겼지만, 지하 노동환경은 아무 관심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요. 그러면서 이렇게 썼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이 문제가 사라질까요. 언젠가는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그게 참혹한 사고가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 의견으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의견을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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