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서, 오늘도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잠을 청할지 모르는 청년 '태양'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올해 15~29세 청년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절반을 겨우 넘었다. 50.3%로 1년 사이 0.2% 감소했다. 청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줄었고, 실업자는 증가했다. 고용률은 0.7%포인트 떨어졌다.
암울한 지표는 들여다볼수록 더 캄캄해진다. 대졸 이상 구직자는 첫번째 직장을 구하는 데까지 8개월가량 걸리고, 고졸 이하 구직자는 1년5개월가량 걸린다. 고졸 이하 구직자들은 일자리를 얻기까지 두 배의 시간을 더 견뎌야 한다.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첫 직장에서 100만원 이하 월급을 받는 경우는 13.7%로 1년 전보다 0.7% 늘었다. 소설 속 '태양'은 그나마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청년 일자리 문제만큼 고차원의 방정식도 없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미스매치'라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입체적이다. 계급과 학력, 젠더, 수도권·지역 격차 잣대까지 더해지면 단번에 풀리지 않는 함수가 됐다. 부모의 소득 차이가 학력 격차로 나타난다. 여기서 첫 진입장벽은 형성된다. 취업시장의 성별 격차를 고려하고, '수도권이냐 비수도권이냐' 지역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란 요원하다. 소외의 소외가 발생하는 대목이다.
절망이 이어지면 다 포기하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6월 고용통계에서 비경제활동인구 중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4만명 늘었다. 모든 세대 중 청년이 '쉬었음' 증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소설 속 '태양'이 갑자기 '쉬었음'으로 전향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다. 올해 상반기 '그냥 쉬는 대졸자'도 한 달 평균 400만명이 넘었다.
저출생 시대에 인구가 줄어드니 앞으로 일자리 걱정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쉽사리 동의되지 않는다. 지금은 자녀에게 인적·물적 자원을 지원하겠다고 결심이 서는 이들만 아이를 낳는다. 괜찮은 일자리를 향한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흔히 기성세대가 말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이제 시선이 향하는 곳은 정부뿐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구조개혁에 방점을 둔 '역동경제 로드맵'를 발표했다. 일자리 대책 중 벤처 기업 수를 5년 뒤까지 1만개 더 늘리겠다는 내용 말고는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과연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깊이 고민하는가. 놀라운 건 기획재정부에 이미 '청년정책과'가 있다는 점이다. 인구전략기획부도 신설된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단칼에 해결될 리 없지만 청년의 관점으로 일자리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이런 부서에 힘을 더 기울여야 한다.
5년 전 출간된 <청년현재사>라는 책이 있다. 청년 담론을 청년 스스로 말해보겠다는 책이다. 이들은 "모두가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은, 그런 청년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책이 나온 지 10년이 지나, 그러니까 5년 뒤 이렇게 바꿔써야 할지 모른다. "모두가 병들었고, 모두가 아픈 청년들 이야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