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자리가 기후정의 주범이라고? 올여름, 정말 모두가 기후위기를 실감한 듯합니다. 에어컨 없이는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날들이 많았어요. 게다가 여름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죠. 9월이 왔는데도 더위가 걷힐 생각을 않습니다. 기후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나름대로 오래된 물건을 고쳐 쓰면서, 텀블러를 챙겨 다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소소한 건 아닐까 생각해요. 누군가 이렇게 생활의 작은 불편을 감수할 때,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합니다. 그들이 종사하는 산업이 탄소배출의 주범, '기후 악당'으로 지목받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조해람 기자의 기사를 읽고 만나요. 🌝 추석 연휴를 맞아 뉴스레터 점선면도 쉬어갑니다. 9월 16·18일 점선면Lite와 17일 점선면Deep은 휴재입니다. 20일 금요일 점선면Lite로 다시 찾아올게요! |
|
|
저보고 아이스크림 공장 가라고요? 2024. 9. 5. 조해람 기자 |
|
|
"발전소 폐쇄계획 나온 걸 보고 나니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걱정하는 분도 많고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태안에 터전을 잡고 있으니 더 걱정이 커요." 충남 태안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전소 정비 업무를 하는 하청노동자 박종현씨(36)의 동료들은 최근 연달아 퇴사를 하고 있다. 20~30대는 물론 '허리'인 40대까지 이직을 준비하거나 이미 회사를 떠났다. 정부가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곳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하면서다.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전환이라는 '대의' 자체에 반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문제는 실직 위기에 내몰린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부의 고용안정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박씨는 "재취업 교육을 한다고 해서 가 보면 도움이 안 되고 주먹구구식으로 교육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산에 아이스크림 공장이 있으니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각자도생에 내몰린 이들은 각자 알아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박씨도 신재생에너지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하면 채용이 적어 이직이 될지는 의문이다. |
|
|
한국 서부발전 태안석탄화력발전소 전경.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 제공 |
|
|
14년차인 박씨는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주변 사람들도 '(발전소 일은) 본인이 그만두지만 않으면 평생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태안은 특히 발전소가 없으면 일자리도 없고 지역 산업도 위기라,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고 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고용불안을 겪는 발전소 비정규직들의 '퇴사 러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의로운 전환'이 되려면 기존 노동자들에 대한 재취업 지원 등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노조 전체대표자회의와 한국노총 한전산업개발노조가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발전소 정비 등을 담당하는 한전산업개발(1차 하청)과 그 아래 2차 하청업체에서 2021년부터 2024년 7월까지 1142명이 퇴사했다. 지난 6월 기준 한전산업개발과 2차 하청업체 인원은 3404명인데 그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 최근 3년 반 사이 퇴사한 것이다. 특히 젊은 직원들의 퇴사가 많았다. 한전산업개발과 2차 하청업체 퇴사자 중 20~30대 비율은 66.1%에 달했다. 전체 인원 중 20~30대 비율은 44.3%다. |
|
|
2022년 환경단체 회원들이 서울 국회 앞에서 삼척 설탄발전 점화를 중단하고 탈석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성동훈 기자 |
|
|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가 일했던 한국발전기술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한국발전기술과 그 아래 2차하청업체 총원은 896명(7월 기준)인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퇴사자는 총원의 50.1%인 449명에 달했다. 퇴사자 중 20~30대 퇴사율은 52.1%로 절반을 넘었다. '퇴사 러시'는 정부가 2020년 12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이 지난해 1월 발전비정규직 2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다른 고용불안 인식은 2021년 76.0%에서 2022년 79.2%로 증가했다. 응답자 83.0%는 고용보장을 책임져야 할 주체로 '정부'를 꼽았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노조 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발전노동자 총고용과 민주적 거버넌스를 통한 노동자 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조성해 고용조정지원금을 지원하고, 무리한 경쟁입찰로 고용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
|
다시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은 2020년 처음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소화하고, 배출된 온실가스를 제거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한 겁니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전환' 부문은 한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30~40% 가량을 차지합니다. 에너지 전환, 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하는 이유예요. 화석연료, 그중에서도 석탄을 태우는 석탄화력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힙니다. 한국은 전력수요 중 얼만큼을 석탄발전에 의지하고 있을까요? 2022년 기준 39.7%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석탄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에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 등 7개국(G7)은 2030년대 중반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지난 4월 합의했습니다. 이보다는 느리지만 한국도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2036년까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58기 중 28기를 폐쇄하기로 했어요. 2036년. 먼 얘기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28기가 모두 문을 닫는 시점이고, 발전소 폐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 바로 내년부터입니다. 경향신문이 3년 전 만난 석탄 노동자들은 "아무도 정확한 폐쇄 일정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없어진다더라' 말만 돌고 기사 등을 통해 조금씩 정보를 알게 될 뿐 당사자들에게 설명하는 이가 없다는 겁니다.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박낙호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이 아무 데도 없어요. 저희 목소리를 내는 건 청와대나 광화문 앞에 가서 시위하는 그런 방법밖에 없고… 정부가 '공정한 전환'을 한다고 하면, 폐쇄되는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대표를 정해서 같이 대화를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항상 그림자인 거예요. 저희도 실체가 있고, 사람이고, 이 나라의 국민인데…." 박낙호씨의 말대로, 석탄 노동자는 '설명을 듣는 대상'이 아닌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독일은 그렇게 했습니다. 탈석탄위원회를 설립해 연방의회·정부·탄광 지역 대표·산업계·과학계·에너지 산업계·환경단체·노동단체 등 다양한 주체를 논의에 참여시켰습니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2038년까지 석탄 발전을 없애는 '탈석탄법', 그때까지 탄광 지역에 최대 400억유로를 지원하는 '석탄지역 구조강화법' 등을 법제화했고요.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라'는 문장 아래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석탄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도, 그 노동자들의 수요로 먹고살던 상권도, 인구가 우르르 빠져나갈 지역도 고민이 많습니다. 이런 고민을 반영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습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이 노동자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나가고, 지역은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어요. 한 발전소 퇴사자의 커뮤니티 아이디는 '탈출은 능지(지능 순)'이었어요. 그렇게 노동자가 뿔뿔이 떠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더 많은 노동자를 전환된 신 산업에 배치하고,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겐 재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해요. 사회안전망 확충도, 지역경제 붕괴를 막을 노력도 필요합니다. 국가, 사회가 책임지고 노동자들을 관련 논의에 참여시켜야 하고요. 정부의 탈석탄 로드맵은 목표 자체가 굼뜨다는 평가를 듣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아닌 LNG발전을 내세우는 방향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이어지고요. 석탄화력보다는 탄소를 적게 배출하지만, LNG 역시 화석연료거든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더 적극적으로 높이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더불어 다양한 이해관계를 껴안은, 복잡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도록 촉구해야 해요. 기후정의를 위한 한 걸음이, 누군가의 삶에 거대한 부정의가 되지 않게 하려면요. |
|
|
✦ 1.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연달아 퇴사하고 있다. 정부가 전국의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을 세우고부터다.
✦ 2.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극심한 고용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지역 산업도 위기에 놓였다.
✦ 3. 노동자와 지역 사회를 에너지 전환 논의에 참여시켜야 한다. 기후정의는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라'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발전소로 먹고 사는 이들의 사정을 고려할 때 비로소 정의로워질 수 있다. |
|
|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처음 대면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요? |
의료인 커뮤니티에서 '환자가 응급실을 돌다 죽어야 한다'는 등 저급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집단사직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를 향한 '신상털기'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
|
씨름은 남성선구 체급을 소백, 태백, 금강, 한라, 백두급으로 나눠 부릅니다. 한국 대표 산에서 따왔어요. 여자부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무궁화예요. 왜일까요? |
영상을 보다 물건을 사는 일이 늘었습니다. 삶의 질 수직 상승템, 국민템, 사골템… 수많은 '템'들 사이, 빅데이터 전문가가 진짜 삶의 질 상승을 위한 방법을 말합니다. |
|
|
📬 서울시가 지원하는 도시농업 텃밭을 통해 작물을 기르는 것의 의미와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농업에 관심이 좀더 생겼고요.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 농업이 위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좌우 막론하고 농업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마주하곤 화도 나도 마음도 아프네요. 국가 보조금이 없이는 굴러갈 수 없는 농업의 현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수중인간님) 📬 농산물 가격만 올랐지,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세히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정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점선면 이번 여름부터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주제나 관점이 너무 좋아서, 기자님들에게 마구 격려+칭찬해드리고 싶어요. (양명지님)
📬 십년이 넘었어도 발전 없이 그대로 돌고도는 논조. 창고 꺼내먹듯 심심하면 말하는 주제. 쌀직불제를 부활하고 보조금을 확대시키면 농민들에게는 좋을 수 있죠. 그런데 지금 제조업 좀비기업들 양산하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더 솔직히 말해서 가장 쉬운 농사가 쌀농사입니다. 기술과 종묘가 발전되었고 농협대출도 쉽고 고부가가치 생산이 아닌데도 국가 보조로 기본빵을 하는 좀비농업. 차라리 각 지역 기후에 맞고 국내 소비가 높은 특산작물 재배를 세제혜택, 경자유전 제외, 국가 연구지원 등으로 지원해 고부가가치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답입니다. 십년 넘게 듣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도돌이표하는 쌀 직불금 논쟁이 한 단계 나아갈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익명의 독자님) |
|
|
📝 지난 점선면Lite <🚫 농촌 접근 금지>를 읽고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생각입니다. 농촌은 반론의 여지 없이 소멸하고 있고, 특단의 지원 없이 존속이 어려운 지경이며, 농촌이 살아야 농업 혁신도 가능할 거란 한 농업경제학자이자 농부의 이야기였습니다. 긴 비판을 주신 독자님도 계셨어요. 분량상 조금 간추렸습니다. 쌀 생산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이, 혁신 없이 쌀농사에 태만하게 주저앉는 '좀비농가'를 양산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쌀 직불금 논쟁이 오래 묵은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농촌에 미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농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정부는 없었고요. 쌀값이 출렁이면 직불금 문제가, 먹거리 물가가 요동치면 유통 문제와 수입 대책이 테이블에 잠깐씩 올라왔을 뿐입니다. 이렇게 단기적 대응만 해오는 사이 쌀 과잉생산 문제는 수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았고 햅쌀을 사료로 쓴다는 정부 발표까지 나온 상황이에요. 언제까지고 지금 같을 수 없는 농업을 바꾸어야 하고, 농업을 장기적이고도 확실하게 지원해야 합니다. 국민 일반의 관심도 꼭 필요하다고 느껴요. 심심하면 한 번씩 꺼내는 주제가 아니라요.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의 이야기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남겨주세요. |
|
|
경향신문 뉴스레터팀 광고, 기타 문의: letter@khan.kr 서울시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l 02-3701-1114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