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과 은둔 사이 '한 주간 수익을 목적으로 일한 적 있나요?' 통계청은 매달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이렇게 묻습니다. '예'라고 답하면 취업자입니다. '아니오'라고 답하면 둘로 나뉩니다. 구직활동을 했다면 실업자, 하지 않았다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됩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다시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지난주에 주로 무엇을 했나요?' 육아, 가사, 교육기관 통학, 진학 준비, 군입대 대기 같은 보기에서 답을 고를 수 있는데요, 이중엔 '쉬었음'도 있습니다. 최근 이 문항에 '쉬었음'으로 답한 청년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지난 8월21일 점선면Lite에서 '쉬었음 청년'이 증가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당사자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송윤경· 김향미 기자가 청년과 이들의 조력자를 만나고 왔습니다. 읽는 데 8분 정도 걸리도록 기사를 간추렸어요. 전문은 여기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10월 9일 점선면Lite는 한글날을 맞아 쉬어갑니다. 11일 금요일 다시 찾아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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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왜 문을 걸어 잠갔을까 2024. 10. 7. 송윤경·김향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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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성년이 되어 사회에 첫발을 떼는 나이. 김다현씨(가명·27)는 바로 그 스무 살에 '고립'을 택했다. 아버지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랐지만 김씨는 그러지 못했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홀로 재수를 준비했다. 집에서만 생활하면서 가족 외 친구들과의 연락은 끊었다. 재수는 삼수, 사수가 됐고 은둔과 고립은 6년간 이어졌다. "자아가 없는 인형 같았어요. 우울이 심해서 집중이 안 되는데 그냥 공부하는 척만 하고 있었어요. 나중에는 그냥 다 포기했고, 난 이렇게 평생 집에서 살아야 하나보다…. 죽음에 관한 생각도 많이 했어요." 일하거나 재학 중이 아니면서 진학·취업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닌 '쉬었음 청년'이 늘고 있다. 자신의 활동상태를 묻는 말에 '쉬었음'을 택한 이들을 일컬어 '쉬었음 청년'이라고 한다. 통계청이 지난 9월 11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쉬었다고 답한 청년(15~29세)은 46만명.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만6000명 늘었고, 전월보다 1만7000명 많다. '쉬었음 청년' 중엔 진학과 구직의 문턱에서 잠시 재충전을 하는 사례도 있지만, 쉼이 장기화하면서 고립과 은둔의 단계에 이른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실태조사(2023년)에 따르면 가족 외 타인과의 의미 있는 교류가 없고,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인구는 54만명(19~34세 인구의 5%)으로 추정된다. 방이나 집 등 제한된 공간에 자기 자신을 가두며 은둔하는 청년들도 포함된 숫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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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 한 청년이 엎드려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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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청년 54만명'은 한국사회의 불건강성을 드러내는 지표다. '고용 없는 성장' 속에서 대·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해 소수 양질의 일자리를 향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의무교육이 끝난 뒤 대학진학, 취업 등의 과업을 수행해내지 못한 청년들은 '비정상'으로 낙인찍히고, 실패 앞에서 자기 탓을 하기 일쑤다. 청년의 실패는 종종 부모의 실패로 여겨져 이들은 가족에게 손가락질을 받기도 한다. 가족 간 불화나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으로 마음의 상처가 누적된 경우엔 작은 실수 앞에서도 움츠러들고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한다. 고립은둔청년들은 왜 세상 밖으로 나오는 문을 걸어 잠갔을까. 그리고 이들이 어렵사리 사회 복귀 의지를 가질 때 우리는 어떻게 도와야 할까. 고립은둔을 끝내고 사회 복귀를 모색하는 청년들과 이들을 돕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김다현씨가 은둔생활을 끝낸 계기는 암 투병 중이었던 막내 이모의 죽음,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본 엄마의 눈물이었다. "막내 이모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마른 몸으로 저를 꽉 안아주셨어요. 아무 얘기 없이 그냥 안아주셨는데 너무 포근했어요. '나를 이렇게까지 반겨준다고?'라고 속으로 생각했어요. 가족들도 저를 안아준 적이 없었거든요." 막내 이모의 장례식장에서 그는 여러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구나. 엄마랑 이모한테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구나. 일단 살자, 살자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살자'고 다짐한 뒤 김씨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자격증 공부였다. 학점은행제도를 통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고 지역 아동복지센터에 실습을 나갔다. 큰 용기를 내서 세상 밖으로 나갔건만, 예상치 못한 문제와 맞닥뜨려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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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센터 운영하는 분이 교회 목사셨는데,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내가 이쪽(사회복지사 업계)을 꽉 잡고 있으니 나에게 밉보이면 타격이 있을 거다.' 그곳을 도망쳐 나오면서 '아, 이쪽으로 취직 못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재고립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김씨에게 '일'은 고립의 꼬인 실타래를 풀 열쇠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은 존재다. '살자'고 생각한 뒤 가장 먼저 시도했던 것도 일이었지만, 일에서 겪은 상처로 재고립 생활을 했다. 그는 수개월 후 다시 용기를 내 고립은둔청년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 심리상담을 받았다. 비슷한 처지의 또래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여러 개 이수했다. 은둔·고립청년들을 위한 일경험 프로그램도 수강했고, 우수사례로 선정돼 커피차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하지만 일반 카페에서의 일은 차원이 달랐다. 은둔했던 청년의 서툰 일 처리를 품어주는 사장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저는 지금 월 100만원만 벌어도 족할 것 같은데 일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이력서를 쓸 때마다 공황이 오는데 이런 걸 도와줄 사람도 찾지 못했고요. 은둔을 끝낸 사람으로서 은둔 중인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고 요청을 받을 때가 있는데요, '나오세요'라고 말해줄 때마다 내심 걱정이 돼요. 일을 찾지 못해서 재고립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저의 솔직한 마음은 이거예요. '사회 아직 힘들어요. 믿을 만한 사람이 있긴 한데, 사회가 기다려주지 않아요.'" 은둔했던 청년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누군가는 '세상은 만만치 않으니 노력하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한경쟁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였던 그들에게 그저 '노력하라'는 강요는 그들을 재고립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에 대한 상상력 아닐까. 고립은둔청년들을 위한 심리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PIE나다운 청년들'의 김혜원 대표(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은둔했던 청년들은 기존의 직업세계에서 수용받는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청년들에게 사회적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틈새가 있어야 해요. 고립은둔청년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자기 역할을 찾을 수 있는 경로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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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자립지원단체 사단법인 '씨즈'가 운영하는 서울 은평구 '두더집' 간판.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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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대표가 말한 것과 같은 '틈새'는 아직은 고립은둔 청년들을 돕는 단체들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은둔의 경험을 이해해주는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정규직 일자리를 찾은 임지원 씨(가명·26)의 얘기를 들어보자. 나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임지원씨는 중학교 3학년이 되고 어느 날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는 열일곱 살부터 군에 입대한 스물한 살까지 4년가량 집에서만 생활했다. 집에선 주로 게임을 하며 지냈고 몸무게도 10㎏가량 불었다. 살이 찌고 나서는 밖에 나가기가 더 힘들었다. "집 앞에 나가더라도 막 누가 괜히 쳐다보는 것 같고, 친구들이 불러도 안 가게 되더라고요. 동생이랑 집 근처 PC방 정도만 나갔던 거 같아요. 그때는 진짜 문 앞에 큰 벽이 있는 것 같았어요. 나가는 게 정말 힘들었거든요." 군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2020년 여름, 임씨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의 검정고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스무 살이 넘었으니까 고등학교 검정고시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또 1년쯤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트에서 3개월가량 아르바이트를 하긴 했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아무래도 경험이 없다 보니까 아르바이트든 무슨 일을 하든 실수했을 때 지적받고 이런 게 힘들고 낯선 환경 적응도 힘들었고요." 임씨는 이정현 '일하는학교' 사무국장을 연락을 받고 2022년 '꽃길' 프로그램(1년 과정)에 참여했다. 자신의 성격이나 성향, 관심사, 진로 탐색 등을 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인턴으로도 활동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카페 '그런, 날'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일하는학교가 운영하는 카페로 고립·위기청(소)년의 회복을 위한 일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임씨는 "여기서 일하면서 인턴 청년들에게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일이 좀 재밌다"고 했다. 그는 "저도 인턴을 하면서 '나도 생각보다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고, 이전엔 실수할까봐 압박감이 굉장히 심했는데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도 알았다"고 했다.
"일하는학교에 온 청년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주려고 하고 있어요. 그 친구들과 제가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고 제가 먼저 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요. 선생님들이 저를 보고 그런 걸 느꼈겠지만, 그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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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두더집'에서 고립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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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청년을 품는 일자리를 만난 임지원씨는 운이 좋은 사례다. 통념과 달리 고립은둔청년들은 게으르거나 일하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를 보면 10명 중 8명은 취업을 해 사회로 복귀하고 싶어한다. 고립은둔청년을 오랫동안 지원해온 민간단체에선 지지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경험과 취업 단계에서 다시 물러서거나 재고립 위기에 놓였을 때 앞서 이 과정을 모두 밟은 멘토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수행해야 할 작업은 한국사회의 노동환경에 대한 반성이다. 월간 '노동리뷰' 2024년 6월호에 실린 보고서 '청년들은 노동시장에서 왜 고립을 선택하였는가?'(조규준)를 보면, 청년들의 고립 배경으로는 '반복된 구직 실패로 인한 무기력감'이 꼽힌다. 이 보고서에 인용된 천안지역 청년센터 담당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력서 20~30군데 떨어지면 멘탈(정신)이 나가거든요. 내가 쓰레기가 된 것 같고, 내가 이때까지 한 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고. 스펙을 이만큼 쌓았는데도 안 된다고 하면 포기하고 싶어지죠." 직장문화도 영향을 미친다. 폭력이나 성폭력,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경험했을 때나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정서적·육체적 소진을 경험하면, 청년들은 자기 안으로 숨게 된다고 한다. 질 낮은 일자리를 통해 사람을 '쓰고 버리는' 노동시장 구조가 그대로인 한 고립은둔청년들은 일자리 시장을 겉돌 수밖에 없다. '일의 감각'을 회복하기 고립은둔청년들을 지원해온 여러 민간단체에선 시행착오를 거쳐 대략 세 가지 범주의 도움을 주고 있다. 일상을 회복하게 하고, 비슷한 처지의 또래와 관계맺기를 유도하면서 일경험과 취업 기회를 연결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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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씨즈 이은애 이사장이 지난 9월 24일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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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청년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두더지 땅굴'과 오프라인 공간 '두더집'을 운영하는 사단법인 '씨즈' 역시 '일상회복'을 첫 번째 목표로 두고 있다. 이은애 씨즈 이사장은 "낮과 밤을 조금 바꿔보고, 목욕이나 요리를 한다든지, 세탁은 얼마 만에 한다든지 자신을 돌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다음 집밥 모임, 텃밭 가꾸기 등을 하면서 일상회복을 하고 소통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후엔 일에 도전한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비영리단체 등에서 먼저 활동을 시작해서 일반 기업에도 문을 두드린다. '쉬었음 청년'의 증가세가 확인되고 고립은둔청년이 54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실태조사가 나오자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최근 이들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첫 실태조사를 한 데 이어 올 8월엔 인천, 울산, 충북, 전북 등 4개 광역 지자체에 고립은둔청년 지원기관인 청년미래센터를 개소했다. 2019년 광주광역시를 시작으로 여러 지자체에서도 고립은둔청년 지원 조례를 만들어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공공이 나서면 취약층을 발굴하는 역량을 높일 수 있고, 재원 측면에서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립은둔청년들의 복귀 성공까지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한데 성과를 중시하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이런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이정현 일하는학교 사무국장의 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 취업 컨설팅 같은 지원을 많이 하지만 5회, 10회차 하고서는 그다음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충분한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이 있어요. 앞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고립은둔청년을 '발굴'할 텐데, 발굴 다음에 장기적인 정책을 책임감 있게 지속해야 합니다." 누구나 한때는 고립돼 있었다 취업이나 시험공부를 위해 주변과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탄 적이 있는가. 우리는 사실 한 번쯤은 고립을 경험한 당사자다. "나는 운 좋게 건져졌을 뿐, 나 또한 장기간 고립될 수 있었다. 고립과 은둔에 내몰린 청년들이 이상한 이들이 아니"(김혜원 PIE나다운 청년들 대표)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고립은둔청년들은 잠수함 속 토끼다. 무한경쟁사회의 밑바닥에서 가장 먼저 산소 부족을 감지하고 비명을 지른 이들이다. 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키려는 노력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수행돼야 한다. "서로를 밟아서 더 넓은 집에 살고, 더 높은 빌딩으로 출근해 좋은 전망을 감상하며 일하는 삶이 성공이라고 우리는 가르치고 있잖아요. 이런 경로에서 배제되거나 실패하면서 은둔이 시작된 청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은둔에서 벗어나는 것은 과연 그런 삶에 다시 동참하는 일일까. 우리가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은애 씨즈 이사장의 말이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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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읽고 취업 준비생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3년 정도 기자가 되겠다며 시간을 보냈어요. 어느 때부턴가 스터디에 가면 수험생활을 가장 오래 한 사람이 되어있었는데, 그렇다고 내세울 실력도 경력도 없다고 느꼈습니다. 탈락 경험만 쌓여갔고요. 그때 제일 싫어했던 질문이 '요즘 뭐 하고 지내?'였던 것 같아요. '기자 준비 중'이라고 답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노력만 하고 탈락만 거듭하는 상황을 광고하기 싫으니까요. '너 요즘 뭐 함?'이라는 통계청의 질문에 '그냥 놀았음'이라고 대답하는 '쉬었음 청년'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돼요. "나는 운 좋게 건져졌을 뿐, 나 또한 장기간 고립될 수 있었다"는 김혜원 PIE나다운 청년들 대표 말도 맴돌고요. 다시 '쉬었음 청년'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들의 모습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사회와 단절된 이유는 다양하다. 우울증, 어린 시절 학대,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 취업난…. 원인을 하나로 특정할 수 없는 것처럼 고립의 모습도 갖가지다"는 기사 내용처럼요. 그만큼 '그냥 쉬는' 청년 인구가 느는 건 복잡한 문제, " 고차원의 방정식"입니다. 이상신호는 점점 뚜렷해집니다. 청년 취업자는 줄고, 실업자는 늘어납니다. 6개월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 3명 중 1명은 15~29세 청년층입니다. 2030의 휴대전화 요금 연체 금액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게 나타났습니다. 대졸 이상 구직자는 첫 번째 직장을 구하는 데까지 8개월가량이 걸린다고 합니다. 고졸 이하 구직자는 1년 5개월이 걸리고요. 이 모든 게 '요즘 애들'이 게을러서, 약해서, 무능력해서 일리만은 없습니다. 그런데 사회 현상을 바라볼 땐 '청년 문제가 심각하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바로 옆의 청년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대하기가 쉽습니다. 당사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주변 사람, 곁인데도요. 이해받지 못한다는 감각과 자책이 쌓일수록 외부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게 됩니다. 지난 9월 23일이 한 해가 100일 남은 날이었다고 합니다. 전후로 '100일 챌린지'가 유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갓생 살기'의 열기가 지칠 줄 모르네요. 때 되면 진학하고, 졸업하면 취업하고, 월급 받으면 투자하고, 여가엔 '자기 관리'를 하며 사는 게 정상인 것처럼 여겨질수록 그 반대급부로 이에 맞지 않게 살아가는 이들은 더 큰 박탈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웰빙 번아웃'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어요. 운동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젊은 세대가 타인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때문에 더 많은 번아웃 증상을 겪고 있다고 지난달 발표했습니다. 은둔 청년이 늘어나는 것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흔히 사회에서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들의 조건이 줄줄이 늘어날수록 스스로 실패자로 여기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이죠. 은둔 청년을 돕는 사단법인 씨즈의 이은애 이사장은 "은둔에서 벗어나는 것은 과연 그런 삶(소위 '성공의 경로')에 다시 동참하는 일일까" 질문합니다. 은둔 청년을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살 빼라, 운동해라 같이 '갓생을 살라'고 다그칠 게 아니라, '갓생은 없다' '갓생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나만 뒤처지고 있다'보다는 '나만 이상한 게 아니다'라는 데서 용기를 얻기 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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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인과 의미 있는 교류를 하지 않는 사회적 고립 상태의 청년 인구가 54만명으로 추정된다. ✦ 2. 대학진학이나 취업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한 청년들은 비정상으로 낙인찍히고, 자책을 거듭한다. 통념과 달리 은둔청년은 게으르거나 일하기 싫어하지 않는다.
✦ 3. 이들은 무한경쟁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다. 다시 '성공 경로'에 복귀하라는 강요는 이들을 재고립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사회적 자리를 내어줄 틈새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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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의 수많은 셰프 중 이영숙, '이모카세(김미령)', '급식대가(이미영)'의 존재감은 특별합니다. 누군가를 돌보는 음식을 묵묵히 해온 이들을 다시 생각하는 칼럼입니다. |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 때,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할 때, 지하철이 적자를 볼 때 노인은 가장 먼저 손가락질 대상이 됐습니다. 노인들은 노인혐오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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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어야 전투력이 생긴다"고 윤석열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그런 정부가 내년도 병사 급식단가를 동결하고 간식비는 줄이기로 했어요. 명절 특식은 폐지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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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텔레그램 기반의 마약 유통,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 등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범죄는 국내외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데, 국내 '랜덤채팅'은 내버려 둬도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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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참 답답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 점에서 공권력이 동원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바다 같은 물이 범람하는데 벽에 구멍 하나 막으려고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교육은 분명히 한국의 오랜 문제이지만 저 문제 자체가 특정 계층에 쏠려있는 논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끽해야 동네에 주산학원, 보습학원, 입시학원 몇 개가 전부인 지방과 14배속으로 선행학습을 시키는 대치동 초등의대반을 겹쳐두고 보면 문제는 더 암담하네요. 한국 공교육의 주소와 특목고/자사고 외 다른 한국 특성화고, 상업고의 교육 현실은 어떨지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를 들어가던 수년의 격차가 생기는 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저 법안은 어떻게 보일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y21님)
📬 초등학생 때 일이 생각이 납니다. 제가 다니던 반에도 초6에 고등수학을 하고 있고, 아빠도 서울대, 할아버지도 서울대니 자기도 서울대 의대를 갈 것이라고 자기소개를 한 친구가 기억이 나요. 학기마다 반 아이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결국 4번의 재수 후 어느 대학의 의대에 갔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청년 및 청소년의 메타인지, 사회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그 친구가 생각이 나서 대화에 올렸습니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직장 상사들은 모두 결국 의대를 갔으니 잘 된 거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결론이 당연한 사회에서 어떠한 법이 지금의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요?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고 있다는 생각뿐입니다. (익명의 독자님)
📬 이런 상황까지 와버린 사회가 참 안타깝습니다. 실패에 대한 낙인이 만연한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 입시미술을 했는데, 고3들은 밤 10시가 넘으면 학원 불을 꺼서라도 작업을 했죠. 다른 학원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게 10년도 더 넘은 일인데, 더 심각해진 것 같네요. (김포송님)
📬 의대를 향한 이 사회의 열망은 어디서 기원한 걸까요? 의사라는 직업의 평균 소득에서 나오는 사회적 위치? 혹은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 입시 경쟁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한국 사회라서 어디부터 접근을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익명의 독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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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점선면Lite <😐 이렇게라도 해야 했어>를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사교육은 그 외피만 조금씩 바뀔 뿐, 모든 세대가 그 심각성을 공유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많은 독자님이 '답답한데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남기셨습니다. y21님 말씀처럼, '초등의대반'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초등학생이 '의대'를 준비하는 서울 대치동과, 몇 개의 입시학원만이 존재하는 지역 사이 격차는 점점 심화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의 이야기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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