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에선 나도 이재용 SNS에서 '이재용이 느끼는 물가 체험' 콘텐츠를 봤어요. 내용은 이렇게 기억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해마다 받는 배당금은 직장인 평균 연봉 약 1만 배다. 그러니 물건의 가격을 만 분의 1로 바꾸면 그 입장을 체험할 수 있다. 만원짜리 국밥은 1원, 35만원짜리 에어팟 프로는 35원이다. 그에겐 스포츠카도 수만원, 강남 아파트도 수십만원 정도 느낌일 것. 이런 식입니다. 찾아보니 비슷한 게시물이 많네요. 한 댓글이 눈에 띕니다. "듣기만 해도 세상이 예뻐 보이네." 억만장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더 예쁠까요. 초저가 상품으로 무장한 중국 이커머스 테무도 이런 호기심과 욕망을 자극합니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Shop like a billionaire)'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했어요. 반값, 반의반 값인 가격표를 보면 물건을 턱턱 장바구니에 담을 용기가 샘솟아요. '테무깡'은 새로운 현상이 됐습니다. 경향신문 창간기획 <쓰레기 오비추어리> 2회는 이 새로운 소비 양상에 주목합니다. 5분 정도 기사를 읽고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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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생각'으로 산다 2024. 10. 10. 유정인·이홍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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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A씨(37)는 지난 4월 4일 중국 전자상거래사이트 '타오바오'에서 옷 12벌과 양말 10켤레를 주문했다. 민무늬 긴팔 상의는 흰색 2벌, 검정색 2벌, 파랑색 1벌 등 총 5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한 벌에 35위안(6600원)이라 부담은 느끼지 않았다. 재질이 조금 다른 상의는 노랑·분홍·회색으로 3벌, 무릎 위로 오는 치마는 검정색과 회색으로 2벌을 골랐다. 5개월이 지난 9일 현재 12벌 중 9벌은 폐기됐다. 색색으로 산 상의 8벌은 모두 버려졌다. 일부는 배송 직후였다. 국내외 초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이 일상화하면서 새로운 소비·폐기 패턴이 확산하고 있다. 동일 물품을 색상과 사이즈를 달리해 주문한 뒤 맞는 것을 추리거나, 입을 수 있을지 애매한 디자인을 일단 주문해보는 식이다. 배송을 받은 뒤 소유할지 결정하는 '선 주문, 후 결정' 방식의 소비다. 이 과정에서 태그도 제거되지 않은 채 곧바로 버리거나 집 한구석에서 먼지가 쌓여가는 물품이 생긴다. 경향신문은 이런 소비와 폐기 형태를 '딜리버-스루'(Deliver-through·배송 즉시 버림), 이를 통해 발생하는 쓰레기를 '패스트래시'(Fast+trash·실시간으로 생기는 쓰레기)라는 새로운 용어로 규정하기로 했다. A씨가 타오바오 주문을 시작한 건 지난 1월이다. 1만원 이하 상품이 많고 알리·테무보다도 저렴하다는 말에 직구를 시도했는데 "신세계가 열린 기분"이었다고 했다. 육아휴직 기간 아기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온라인 쇼핑이 잦아졌다.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도 많은 시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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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구매이력 및 처분 상황. 그래픽=엄희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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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1~8월 타오바오를 통해 구매한 물품을 전수분석한 결과 의류·액세서리·가방 146건(동일물품 복수 주문은 별도 건수로 집계)을 포함해 163건의 소비가 이뤄졌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기 전보다 폭발적으로 소비 건수가 늘었다. 이 중 100건(61.35%)은 현재 소유하고 있지만, 63건(38.65%)의 주문 물품은 폐기했다. 동일물품 중복 소비와 '딜리버-스루'식 폐기가 적지 않았다. 옷과 양말, 머리핀 등을 다른 색상으로 여러 개 주문한 경우는 35번이다. 아기 옷 고르는 법이 익숙하지 않아 여러 개를 사보기도 했고, 어울리는 색이 고민될 때는 모두 주문하다보니 대량주문이 익숙해졌다. "최근 양말을 주문했을 때는 너무 많이 배송이 오니까 양말 공장 사장이 된 것 같았다"고 했다. 폐기된 63건 중 상당수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주문할 때부터 다 사용할 거란 생각은 없어요. '꽝도 있겠지' 하고 그런 건 버릴 생각으로 사죠. 한 벌에 몇 천원 뭐 이러니까…절반 건지면 많이 건지는 거예요." '테스트용' 소비는 A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취업준비생인 B씨(24)는 종종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저가의 옷과 액세서리, 화장품을 대량 구매한 뒤 쓸 것을 골라낸다. 이른바 '알리깡' '테무깡'으로 불리는 소비다. 1만9000원에 10개 물품을 담은 적도 있다. '취준생'이 이용하기에도 부담이 없는 가격이었다. 종종 반품 대신 폐기를 택한다. "아무 생각 없이 버려요. 워낙 싸고, 그냥 한 번 테스트해본다는 생각으로 산 것이니까요. 스트레스를 푸는 용이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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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 한 중고의류수출업체에 버려진 옷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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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 이용 경험이 있는 김정진씨(57)는 "반품 과정도 불편하고 5000원짜리 반바지 두 장이니까 그냥 '먹고 떨어져라'하고 버렸다"면서 "가격상 시간을 쓰기 귀찮으니까 '버리고 말지'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버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이즈가 안 맞아서, 안 어울려서, 한 철이 지나서, 제품 설명과 너무 달라서, 파손된 채 배송돼서, 기대한 것보다 저품질이어서 즉각 폐기 대상이 된다. 저가의 저품질 상품은 무료나눔이나 중고판매로 내놓기도 어렵다. "사실상 새 옷이니까 누군가 입게 되겠지. 어딘가 쓰임이 있겠지"(A씨)라는 생각으로 헌 옷 수거함에 넣는 일도 있다. 한 온라인 비대면 수거업체 관계자는 "(수거하다보면) 태그 달린 옷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패스트래쉬'를 양산하는 소비와 폐기는 소비자들만의 책임일까. 전문가들은 생산업계와 온라인 플랫폼의 마케팅 전략, 미디어의 책임을 언급했다.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에 의류폐기물 관련 입법운동을 자문하는 김보미 변호사는 "전반적으로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버려지는지는 감춰지고 오로지 '싸다'는 것만 강조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옷 재질을 플라스틱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마케팅과 생산자는 대량 소비를 부추긴다"고 말했다.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이런 구조가 된다.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플라스틱 합성섬유가 생산 단계 초반부터 환경오염을 불러온다. 노동착취와 저품질 대량생산 방식이 더해지며 초저가 상품이 만들어진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 '한 철 입기 좋은 ○○' 등을 내세우는 플랫폼의 마케팅 전략,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한 맞춤형 광고와 프로모션이 대량 소비를 유도한다. 인플루언서들은 '알리깡' '테무깡' 도전·실패기를 콘텐츠화하면서 이런 소비를 일종의 '흐름'으로 인식하게 한다. 일부 의류업계와 플랫폼 업계는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재고를 줄이는 전략을 가동한다지만 대량 소비를 부추기는 마케팅의 힘이 더 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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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경기 파주시 한 중고의류수출업체 창고에 수출 품목에서 제외된 의류들이 겹쳐져 있다. 이 옷들은 소각된다. 정지윤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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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은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앨범깡'(랜덤 포토카드 확보나 행사 응모용으로 다량의 음반을 사서 버리는 것) 유도 전략은 노골적인 사례다. 이는 실물 앨범을 많이 살수록 아이돌 멤버와 소통하는 행사 응모권에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코로나 때 '영상통화 팬사인회' 등이 활성화하면서 앨범 구매량이 더 늘었다. 팬덤 마케팅의 병폐로 종종 지적되지만 변화 속도는 더디다. 이렇게 구매한 앨범은 응모 뒤 한 번도 사용되지 않고 구석에 머물거나,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당첨이 안되면 "그냥 쓰레기만 얻"는 셈이다. 한 아이돌 그룹 팬인 최씨도 응모를 위해 최대 200장의 CD앨범을 구매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200장을 샀는데 (당첨) 컷이 230장이어서 못 갔어요. CD 플레이어도 없으니까 들어본 건 하나도 없고, 이사갈 때 버릴 것 같아요."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팬덤 마케팅 소비자문제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팬덤 활동 경력이 있는 조사대상 500명 중 'CD'를 이용하는 이는 5.7%에 불과했다. 과도한 양의 음반 구매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비율은 67.8%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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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창간기획 연계 전시 '쓰레기 오비추어리'전의 한 작품. 한 팬이 사들인 80장의 CD 앨범을 쌓아 올렸다. 정지윤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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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김모씨(21)도 '응모용'으로 산 앨범들 일부는 주변과 나누거나 팔았지만 일부는 "장당 50원 주고도 안 팔릴 것 같아" 버렸다. 그는 "앨범 자체의 소장 가치는 없고 응모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며 "앨범 구성에서 쓰레기가 잘 나오게 규제를 강화한다거나 제작 방식을 바꾸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제 핵심은 공산품의 과잉생산으로 모아진다. 보관 공간 부족, 브랜드 가치 하락 방지 등을 명분으로 이뤄지는 의류업계의 재고 소각 역시 과잉생산 시대의 그늘이다. 유럽 환경청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섬유 폐기물 중 18%가 제조된 후 판매되지 못한 재고품이다. 유럽에서 출시되는 모든 의류 제품 중 4~9%가 소비자의 손에 닿기도 전에 폐기된다. 최 박사는 "의류 생산 업체와 브랜드사는 결코 소비자의 수요에 맞는 양만 생산하지 않는다"며 "한국 역시 전국에 있는 아울렛에 재고가 계속해서 쌓이는 것만 봐도 생산량 자체가 과도하게 많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패션에디터로 일하는 김태훈씨는 "패션 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가장 큰 부분은 과잉생산"이라며 "생산 과정 자체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AI) 기반 재고관리 등 예리한 소비 예측으로 팔지 못하고 버리거나 소각하는 재고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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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먼저 읽은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거 기사 좋은데? '딜리버-스루' 문제야 문제. 나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4개나 샀어 휴대전화 케이스." 친구가 소유한 휴대전화는 한 대입니다. 케이스 4개 모두 친구 휴대전화에 씌워져 외출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는 찰나 친구가 말했습니다. "어제 보니까 검은색 하나는 마감이 안 좋더라고. 버려야겠어. 이천 얼마짜리 환불하기도 귀찮고." 알리, 테무 같은 초저가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같은 쓸모의 물건을 일단 여러 개 사보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쓸만한 것 하나만 건져도 '손해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요. 기사 속 A씨도 이렇게 말합니다. "주문할 때부터 다 사용할 거란 생각은 없어요. '꽝도 있겠지' 하고 그런 건 버릴 생각으로 사죠." 한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하나를 살 비용이면 알리, 타오바오에서 서너 개 이상 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저렴한 가격은 반품도, 중고 거래도 귀찮게 만듭니다. 사이트에 들어가 반품 신청을 하고, 상자로 포장하고, 현관문 앞에 내놓은 뒤 택배기사가 잘 챙겨갔는지, 환불 처리는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건 사실 번거로운 일입니다. 물건이 몇 만원 이상이라면 움직이겠지만, 2000원이라면 '커피 한 잔 안 마시지, 뭐'하는 마음으로 무시하기 쉽죠. 중고 거래도 마찬가지예요. 정가보다 저렴하게 내놓아야 할 텐데 2000원짜리는 얼마가 되어야 할까요? 1000원 남짓 벌자고 지하철역이나 주민센터 앞까지 나가는 것도 사치로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싼 물건이 지구에 치르는 대가는 큽니다. 경향신문 창간기획팀은 A씨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타오바오에서 사들인 옷이 만든 탄소발자국을 분석했습니다. 제품의 생산, 운송, 사용, 폐기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환경영향을 수치화했더니 넉 달간 산 옷들은 681.61㎏의 CO₂eq의 탄소발자국을 남겼습니다. 30년생 소나무 238그루가 흡수해야 없앨 수 있는 양의 이산화탄소를 만든 거예요. A씨가 타오바오를 모르던 2년 전 구매한 옷은 20벌, 올해 구매해 최종적으로 옷장에 넣은 옷은 25벌입니다. 비슷한 개수지만 올해 발생한 탄소발자국은 2년 전보다 3.49배 많습니다. 이 탄소발자국의 대부분이 소비자 눈에 띄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고 기획팀은 지적합니다. 한번 상상해보겠습니다. A씨는 한 벌의 옷을 옷장에 넣기 위해 여러 벌의 옷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이제 옷은 더 멀리서 옵니다. 바다 건너 온 옷은 일부를 제외하곤 실시간으로 버려집니다. 태워지거나 파묻힙니다. 즉, 한 벌의 옷을 위해 더 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더 멀리 이동하고, 더 많이 버려집니다. 환경오염 대부분이 소비자 손 밖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소비자 개개인이 자신의 행동이 불러올 영향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소비자로서 물건을 사고 버릴 때면 딱 그 질량만큼만 물건의 영향력을 느끼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물건의 역사는 길고, 영향은 큽니다. 저는 지금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레터를 쓰고 있습니다. 이 옷들이 어디서 누구의 손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옷들을 헌 옷 수거함에 내놓았을 때 옷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최근에 알게 됐어요. 버려진 옷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시다면 창간기획 1회 기사를 읽어보세요. '딜리버-스루' 시대의 대안은 마지막 회차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남은 회차도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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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떠오르면서 일단 사고 배송을 받은 뒤 소유할지 결정하는 새로운 소비·폐기 패턴이 확산했다.
✦ 2. 소비자들은 '절반 건지면 많이 건지는 것'이란 마음으로 물건을 주문한다. 싸게 산 만큼 반품이나 중고 거래도 생략한다. 새 물건이 곧바로 버려지는 경우도 흔하다.
✦ 3. 한 벌의 옷이 소비자 옷장에 들어가기까지 더 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면서, 이전보다 더 많은 탄소발자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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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어요🎉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입니다. 한 작가는 4·3 항쟁, 5·18 광주민주화 운동 등을 직면하고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작품을 써왔어요. |
한강 작가는 시인으로 작가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기자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그의 대표작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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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 1년을 맞았습니다. 앞서 가자지구 보건부는 649쪽에 이르는 사망자 명부를 공개했습니다. 연령순 명단 126쪽까지 어린이 이름이 이어졌습니다. |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에서 학생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걷는 건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결정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말한 걸 뒤집었는데, 논의와 표결 과정은 모두 비공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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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 투표일입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법원 판결로 교육감직을 잃으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어요. 4년마다 도지사·시장·군수 등을 뽑는 지방선거를 치를 때 교육감 선거도 함께 열립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지역의 교육감 이름이 즉각 떠오르지 않는 독자님도 계실 거예요. 세계적으로 거의 유일하게 교육감 직선제를 실시하지만, 선거 때마다 교육감 선거 무관심을 지적하는 기사가 쏟아집니다. 교육감은 각 학교 교사 인사와 학생 선발·배정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인데도 불구하고요. 혹시 독자님은 학생이신가요? 교사이신가요? 둘 다 아니어도 좋습니다. 모두의 인생 시작점을 함께 하는 교육에 대해선 누구나 말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교육감에 바라시는 바가 있다면 아래 버튼을 꾹 눌러 공유해 주세요. 10월 15일 점선면Deep에서 소개합니다. *위 사진(연합뉴스)은 10월 10일 서울 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투표 참여 캠페인' 현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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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시험을 3년 정도 준비하면서 고립되었던 경험이 있어서 레터가 정말 남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꿈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재학 중에 지원했던 기업들은 모두 탈락 통보를 해와서 의기소침해 있던 차에 주변에서 공무원시험 준비해보면 어떻겠냐고 하길래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맞지 않는 길을 준비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돈을 벌지 못하니 사람도 만날 수 없고, 점점 몸도 마음도 안 좋아지면서 그만두었습니다. 다행히도 취업해 고립상태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부침을 많이 겪으면서 십여 년간 잦은 퇴사와 입사를 반복하게 되었어요. 지금도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상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어요. 세상을 살아가는 길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사회가 젊은 세대들에게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지 않아도 충분히 살 가치가 있다고요. (퍼플님)
📬 저는 특성화고를 다녀서 20살이 되기도 전에 취업을 했어요. 그 후 8년이라는 시간을 직장생활을 했고 저에게 휴식이 필요할 것 같아서 퇴사 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개월 정도 쉬고 다시 이직 준비를 하는데 계속되는 불합격하니 멘탈이 흔들리더라고요. 그래도 내 부족한 점을 찾아서 다시 해보자며 이런저런 멘토링이나 컨설팅을 들었는데 학력이 부족하다 등 인서울 4년제가 아닌 게 아쉽다는 스펙 부족에 대한 언급.. 요즘엔 SKY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는데 저는 오죽하겠어요. 불합격 통보와 그런 말들만 들으니 자존감은 떨어지고 공백기는 길어지니 불안해지고…. 저는 그렇게 마음이 아프면서 몸도 같이 아프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고립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걸 알아요.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 결혼을 하는 것이 너무 베이스인 사회가 참.. 저는 어렵고 씁쓸합니다. 사회가 너무 일방통행을 하는 건 아닌지,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사회에 나가야 하는 현실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고립되어 있는 분들 모두 사실은 그 누구보다 밖에 나가고 싶은 사람들이에요. 질책보다는 위로가 필요한 사회인 거 같아요. (목동람쥐님)
📬 어떻게든 사회의 그물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아등바등하지만 튕겨 나오는 감각은 존재의 존립 여부의 밑바닥부터 흔들더군요. 사실 우리의 가치는 그렇게 정의되지 않는 거라는 걸 깨닫기까진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혼자서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가 고립은둔청년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익명의 독자님) 📬 저도 번아웃으로 약 2년의 은둔 생활이 있었습니다. 학생 때 취업한 회사가 왕복 5시간 거리에 매일 막차 퇴근, 주말 출근. 월급도 딱 100만원이었어요. 계약서도 없었고 '우리 업계는 그런 거 없다'라 했죠. 울면서 회사 다니다가 결국 2달 다니고 퇴사했습니다. 그 당시 제일 상처였던 건 '겨우 그것도 못다녀? 너한테 월급을 더 많이 주면 사장은 돈 어떻게 벌어?'라고 하시던 부모님이었습니다. 모든 악재가 겹치고 번아웃 오면서 그렇게 2년을 은둔했던 것 같아요. 이번 레터의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정서적·육체적 소진을 경험하면, 청년들은 자기 안으로 숨게 된다고 한다. 질 낮은 일자리를 통해 사람을 '쓰고 버리는' 노동시장 구조가 그대로인 한 고립은둔청년들은 일자리 시장을 겉돌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정말 공감되어 와닿았어요. (김포송님)
📬 어렸을 땐 막연히 스물셋엔 졸업을 하고 스물넷엔 취직을 해 스물일곱쯤엔 베테랑 회사원이며 서른엔 자가가 있을 줄 알았어요. 사회가 그 나이에 그런 것들을 바랐으니까요. 그래서 더더욱 지금 나이에 이룬 것 하나 없다고 느껴져요. 제가 참 초라하고요. 몇 번씩이나 늦지 않았음을 확인받으려 하고, 남들이 악착같이 인생을 채울 동안 설렁설렁 흘려보낸 시간을 돌이키며 자신을 원망하고.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과 그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단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요. 참 어렵네요. 가족 친구 누구에게도 쉬이 털어놓을 수 없어서 익명에 기대어 이렇게 글을 남겨두어요. "그냥 쉬었음"은 저와 같은 누군가에겐 일종의 절망에 갇힌 상태예요. (치님)
📬 항상 무언가를 해야지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 같아서 부지런히 움직였었는데 그런 굴레에 모두가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영이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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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점선면Lite <👣 뒷걸음질 쳐도 돼>를 읽고 많은 독자님들이 경험을 전해주셨습니다. 많은 이들이 생애주기에서 고립을 경험한다는 걸 이번에 보내주신 반응을 보고 다시금 알게 됐어요. 각자의 이유가 있는 듯 보이지만 비슷한 맥락이 읽히기도 했습니다. 한 익명의 독자님은 '사회 첫 진출때부터 쉰 청년에 치우쳐 사회 생활을 지속하다 번아웃이나 직장내 괴롭힘, 노동 착취 등으로 인해 퇴사 후 고립을 선택한 청년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다'는 의견을 남겨주셨는데, 독자님들이 보내주신 메시지를 통해 그 빈칸을 조금은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가 또 나온다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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