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칼럼이 나온 이후에도 구독 취소가 계속돼서, 최근 외신을 보면 전체 구독자의 10%인 25만명이 떠났다고 하네요. 매출이 며칠 만에 10%가 줄어든다는 것, 언론사에서 월급을 받는 사람으로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를 포함한 미국 언론사들은 '사설'을 통해 지지 후보를 밝혀 왔습니다. 사설이란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견이 담긴 글이죠. '사실을 알리는 글'인 기사와는 다릅니다. 미국 언론이 후보 지지 사설을 실을 수 있었던 건 그 사회에서 기사와 사설 간 구분이 명확하게 받아들여진 덕분일 겁니다. 한편으로는 '계도'의 인상도 스칩니다. 언론사가 독자에게 판단의 재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적절한 선택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본다는 거니까요. 어떻게 보면, 가르치려 한다는 겁니다.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먼저, 사설에 후보 지지를 실을 수 있었던 건 미국 언론의 자신감을 보여 준다는 거예요. 어떤 사설이 실리더라도 상관 없을 만큼 기사의 퀄리티에 자신이 있다는 거겠죠.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자부심이요. 또, 사설이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우리는 이런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 자격 있다'는 긍지 역시 있는 것이겠고요. 이런 자긍심은 단기간에 쉽게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 자원이 석연치 않게 훼손된 데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를 무엇보다 무겁게 생각하게 됩니다. WP 칼럼니스트 다나 밀뱅크는 구독 취소 사태 이후 '내가 (워싱턴)포스트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어요. 그와 동료들이 받았던 독기 어린 말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사직하지 않는 건 결국 도널드 트럼프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사실상 히틀러를 지지하는 셈이다" "WP는 독재자의 애완견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WP를 그만두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떠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WP 구독 취소는 이번 일의 책임자인 사주 제프 베이조스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했어요. 베이조스의 주머니는 구독료가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 구독료가 채우니까요. 그러면서 진짜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카멀라 해리스를 위해 목소리를 내 달라고, WP를 떠나면 기자들과 민주주의를 지키려 노력해 온 WP의 저널리즘만 타격을 받게 될 뿐이라고 했어요. 미국 디 애틀랜틱도 'WP 말고 아마존 프라임 구독을 취소하라'는 글을 실었습니다. 사설을 싣지 않기로 한 결정의 후과를 사주 대신 기자들이 감당하게 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전략이라는 것이죠. 미국 내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는 1억800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미국의 쿠팡' 아마존 멤버십을 취소하는 것과 WP 구독을 취소하는 것. 어떤 선택이 더 쉽거나 혹은 어려울까요? 베이조스는 WP 구독 취소 사태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독자님은 WP 구독 취소 사태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만일 내가 WP 구독자였다면 어땠을까도 상상하게 되네요. 독자님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그리고 얼마 안 남은 미국 대선 결과를 함께 지켜보도록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