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아무 것도 아닐 시험 독자님은 수능 보던 날이 기억나시나요? 어제 수능을 보신 독자님도, 수능을 앞두고 계신 독자님도 있겠네요. 수능에 관한 독자님의 기억이 궁금합니다. 한국인들은 수능 다시 보는 꿈, 수능 망치는 꿈, 재입대하는 꿈을 악몽으로 꾼다고 하죠. 그만큼 강렬한 긴장, 중압감, 공포, 스트레스의 경험이라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악몽으로 나타나는 거겠죠. 수능 당일, 온 나라가 수험생들과 함께 초긴장하는 것을 보면 '수능이 뭐길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칼럼 한 편 읽고 대화하기에서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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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대체 뭐길래 2024. 11. 14. 장동석 출판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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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날이 밝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줄여 흔히 수능이라 부르는 이날, 수험생과 그 가족들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긴장 아닌 긴장을 한다. 얼마나 중요한 날이면, 여타 학생들의 등교시간과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이 한 시간 늦춰지고, 비행기는 '영어 듣기 평가 시간'에 뜨고 내리지도 못한다. 이외에도 수능날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은, 생략한다. 전 세계에 또 이런 나라가 있을까 싶지만, 그 비슷한 또래의 아비이다 보니,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수험생들의 얼굴이 안쓰러울 뿐이다. <관촌수필>로 유명한 이문구의 단편 '장평리 찔레나무'의 주인공 김학자는 장평리 부녀회장이자 기본바로세우기운동 장평분회장이다. 이금돈에게 시집와서 엽렵한 솜씨로 살림살이했고, 하나밖에 없는 시동생을 건사하며 남부럽지 않게 장가도 보냈다. 시내에서 당구장을 해보겠다고 들들 볶아대기에 적잖은 돈도 대주었다. 시동생 이은돈은 그걸 반년 만에 남의 손에 넘기고 서울 가서 점방을 차려 앞가림 정도는 하고 산다. 상황이 이럴진대, 형수를 '금이야 옥이야'까지는 못해도 나름 대우했어야 하는데, 아들 셋을 낳고는 딸만 둘인 형네 알기를 '개 항문에 붙은 보리쌀 정도'로 생각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김 회장의 큰딸 월미가 변변치 못한 수능 점수를 받아왔을 때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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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1월 14일 오전 한 수험생이 두 손을 모으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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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돈의 전화 첫마디는 이랬다. "형수 대관절 걔 점수가 얼마나 나왔간디 그러셔? 하여간 두 자릿수는 넘었을 거 아뇨? 아 걔 형편에 그만했으면 됐지 뭘 더 바래셨다." 김학자가 복장이 터진 건, 조카 걱정하는 양 위세 떠는 이은돈의 마지막 말이다. "형수, 내가, 이 인간 이은된(李銀敦)이가 암만 반갑잖은 사람이라구 해두 그렇지, 하여간 우리가 냄은 아니잖요. 안 그료?" 전화를 끊은 김학자는 얼마나 화가 났으면 이렇게 중얼거린다. "냄이사 아니지, 냄은 아녀. (…) 그러믄 뭐여, 냄만도 못헌 늠이지, 냄두 아니메 냄만두 못한 놈이 뭐간, 뭐는 뭐여, 웬수지. 그게 바루 웬순겨. 뭣이 워쩌구 저쪄?"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보통의 가족>은 온통 한국 사회의 위선으로 가득하다. 이름 있는 번역가이자 사회공헌단체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연경(김희애)은 조카에게 '가짜' 봉사활동 증명서를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미리 주는 거야. 나중에 대학 가서 꼭 봉사해야 해." 하지만 조카에게 그 증명서는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요식 행위일 뿐, 오히려 숙모의 봉사활동을 (속으로) 비웃는다. 이런 장면도 있다. 어느 날, 아들이 좋은 대학 가기 어렵다는 교사의 말에 남편 재규(장동건)에게 전화를 건다.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인 재규에게 그런 일은 하려 하지 않을 뿐,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연경은 잘 안다. 영화는 더 충격적인 사건들로 이어지지만, 각설한다. 각각의 인물들이 '보통의' 인물 범주를 넘어서지만, 한국의 부모들에게 대학 입시는 범법이나 불법도 개의치 않을 만큼 중차대한 일임을, 영화는 극단의 형태로 보여준다. 수능이 무엇이건대, 우리 사회는 '장평리 찔레나무'의 형수와 시동생처럼 남도 아닌 사람들이 남보다 못한 원수가 되어야 할까. 대체 대학은 무엇을 하는 곳이기에 선량한 학부모들이, <보통의 가족>의 몇몇 등장인물들처럼, 범법과 불법을 개의치 않게 만드는 것일까. 소설과 영화에만 등장하는 이야기라면 차라리 한바탕 웃고 말겠지만, 현실은 그보다 더한 복마전(伏魔殿)이니 가쁜 숨을 몰아 쉴 따름이다. 현실은 비록 남루하더라도, 모쪼록 수능 끝나고 며칠만이라도 모든 수험생들이 활짝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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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보던 날, 1교시 언어영역 답안지 마킹을 하던 중 종료벨이 울렸어요. 평소보다 신중하게 답안지 확인을 한다는 게 시간 계산을 잘못한 거죠. 떨리는 손을 억지로 진정하면서 마킹을 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손바닥에 땀이 나는 기분이에요. 십수년이 지나도 매해 이맘때 이 장면이 꼭 생각나는 걸 보면 수능이 참 중요한 시험이긴 했구나 싶습니다. 다른 나라의 대입은 어떨까요? 중국의 ' 가오카오'(高考)가 우리나라 수능과 비슷하더군요. 올해는 무려 1300만명이 넘게 응시했는데, 중국도 명문대 진학 경쟁이 치열한지라 별별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하네요. 우리처럼 경찰이 수험생을 고사장에 데려다주거나, 후배들이 시험 보는 선배들을 응원하기도 합니다. 부모들이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도 비슷하고요. 시험을 앞두고 마약 성분의 약이 '똑똑해지는 약'이란 이름으로 팔리거나 '돈을 내면 시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고 속이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대학생들이 대리시험을 봐주는 것을 막기 위해 며칠씩 대학 기숙사 출입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한답니다. 누가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 아니랄까 봐, 참 많이 닮았단 생각에 웃음이 나옵니다. 각설하고, 다시 수능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수능이 이토록 중요한 건 대학 입학이라는 관문이 삶에서 너무 많은 요소를 결정하기 때문이겠죠. 저는 운 좋게도 비교적 이름 있는 곳에 진학했어요. 물론 노력해서 얻은 결과이긴 하지만, 대학 간판 하나로 기대보다 더 많은 편의를 누리며 살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때들이 있었습니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한 학력사회였던 거예요. 학력 차별을 법으로 뿌리 뽑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높았습니다. 중국에서도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학력 차별을 없애자는 건의가 나왔다고 해요. 그런데 법과 제도가 아무리 '학력 차별을 금지한다'고 명시한들 큰 소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학력으로 차별받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는 한 공허한 선언이겠죠. 나만 학벌 경쟁에 나서지 않았다가는 불이익을 받고, 사회에서 낙오될 것이라는 불안함이 사라져야 합니다. 지리하고 유구한 ' 죄수의 딜레마' 상황 말이에요. 그러려면 대학 간판쯤 다른 노력으로 쉽게 압도할 수 있다는 증거들, 대학 말고 다른 진로를 선택해도 소득과 지위를 보장하는 사회 시스템, 두터운 사회 안전망이 있어야 하고요. 온 나라가 수능일마다 뒤집어집니다. 출근이 늦춰지고, 비행기가 뜨지 않고,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수험생을 실어 나르고, 부모들이 학교 앞에서, 교회에서, 절에서 눈물로 기도를 올리고…. 수능에 좀 초연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노력은 기쁘게 보상받되, 수능을 망쳤다고 인생이 잘못되는 것은 아니란 믿음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수능 악몽도 이제 그만 꿨으면 좋겠고요. 무엇보다 고생한 수험생들은 그저 수험표 할인 혜택을 누릴 생각으로 즐겁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였다고 합니다. 이 문구처럼,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희망으로 꽉 찬 20대를 만끽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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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설과 영화에서, 수능은 가족끼리 남보다 못한 '웬수'가 되게 하거나 부모가 '꼼수'를 저지르게 하는 계기로 그려진다. 현실은 더하다. ✦ 2. 수능일이면 온 나라가 뒤집어진다. 한국인들은 수능 악몽을 꾼다. '수능이 뭐길래.' ✦ 3. 언젠가는 우리 사회가 수능에 초연해지는 날이 올까. 수능을 마친 학생들이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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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이 X(옛 트위터)를 떠납니다.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를 공개 지지한 후 "유해한 미디어 플랫폼"이 됐다고 결론냈어요. X 탈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관련 언급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보궐 때라는데요. 누구였을까요? 사실이라면 문제가 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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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최고수수료율이 인하됩니다. 배달앱 상생협의체에서 가까스로 도출된 합의안인데요. 일부 점주들이 합의안에 반대해 퇴장하면서 '반쪽 합의'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
수능 국어영역 시험 지문에 적힌 인터넷 주소에 접속하면 '윤석열 대통령 부부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노출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교육부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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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갈수록 계층은 양극화되고, 관심사는 다변화되고, 이제는 양당 체제로는 국민들을 제대로 대변하기 벅차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큰 정당의 당원이지만, 당원들 간에도 경제, 복지, 노동, 환경, 역사 인식, 성 평등, 다양성 존중 등 많은 분야에서 점차 간극이 벌어지고 교집합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당에서 슬기로운 절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차라리 다당제를 응원하렵니다. (비누님) 📬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유럽과 미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어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건 어느새 그 친구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이자 도덕적 지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레터에서 소개한 것처럼 상대적으로 약자인 성소수자의 권리를 섬세하게 신경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종적으로 다른 저나 다른 아시아계 친구들도 모두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 사회의 주류로서 케어하기엔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감동 받은 기억이 나요. 그래서 오늘 레터가 현실적으로 말이 된다고 하면서도 약간 씁쓸하네요. 정치적 올바름이 어떤 사람의 도덕적 기준이 될 수 있는 건 그게 들었을 때 '옳은 말'인 것 같아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외국인을 차별하지 말자, 우리 다름에 기반을 두고 누군가를 공격하지 말자,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 이런 이야기가 가져다주는 피로감이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는 순간 다수에게서 외면당한다는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아요. 취약한 계층의 이야기를 듣고 소외당했던 이들에게 하이라이트를 비춰주자는 당연한 것 같은 이야기가 정치의 전면으로 나설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다수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걸까요?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미국 민주당이 지금까지의 노선을 철회하고 'PC주의'를 수정하게 된다면 그들을 지지하게 된 핵심 지지층을 한 번 더 버려버리는 미래가 되진 않을까요? 제가 다시 프랑스로 갔을 때 저는 또 어떤 태도들을 만나게 될까요…. 저에게 '정치적 올바름'이 그렇게까지 피로하지 않았던 이유는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서는 '소수자'가, '정치적 올바름'이 긍정해주는 그 집단이 될 수 있음을 알아서 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올바른 정치와 대중적인 정치는 다르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꼬리물게 하는 좋은 레터 감사합니다. (모징님) 📬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은 가치의 실패가 아닌 전략의 실패라는 점에서 뼈아픈 패배를 한 것 같아요. 미국의 대통령, 상원, 하원 모두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많은 트라이펙타의 상황을 앞으로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지 미국도, 우리나라도 걱정입니다. (낭만고먐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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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점선면Lite <🔥 바다 건너 불구경?>을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긴 고민을 나눠주신 독자님들께 감사합니다. 진보적 가치들이 당장은 벽에 부딪힌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요. 방향보다, 방법을 고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리뷰들이 계속 나오겠죠. 미국의 민주당, 우리의 진보 진영 모두 치열하게 고민해서 답을 찾기를 바랍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의 이야기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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