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0월 28일, 베이징 대표 학군지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을 포함한 5명이 다쳤습니다. 4개월 새 3번째 발생한 어린이 겨냥 흉기 공격이었습니다. 그 후 보름도 되지 않아 광둥성 주하이시에서 차량 돌진 사고가 났습니다. 3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쳐,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일어난 무차별 범죄 중 가장 큰 인명피해를 냈습니다. 그로부터 닷새 만에 장쑤성 직업기술학교 과거 재학생이 학교에서 흉기를 휘둘러 8명을 살해했습니다. 앞서 6월과 9월에도, 지난해에도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난동이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묻고 대응해야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일단 쉬쉬하기 바쁩니다. 당국은 관련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하며 범행 동기 등에 대한 공식 발표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사고 현장에 가져다 둔 추모 꽃다발도 즉시 치웠습니다. 중국 연구자들은 경기 침체 장기화, 극심한 정부 통제에 따른 사회적 긴장이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갈등과 분쟁을 적시에 해결하고 유사 사건 발생을 철저히 방지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 펑차오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는 말도 다시 나왔습니다. 시 주석이 펑차오 경험을 언급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펑차오 경험이 뭐길래 거듭 이를 독려하며 전국 보급을 주문할까요. 196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 펑차오에서는 공안 경찰이 기층 단위 주민들이 직접 반동분자와 불순세력을 감시하고 고발했습니다. 기사에도 언급된 '기층'은 중국 공산당의 하위 조직으로, 모세혈관처럼 지역과 일터 곳곳에 뻗쳐 있습니다. 중앙 개입 없이 대중들이 자체적으로 서로를 '처리'하면 중앙에서는 마음이 편할 거예요. 당시 마우쩌둥 주석도, 지금의 시 주석도 펑차오의 사례를 "갈등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기층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일로 여기며 독려했습니다. 반면 펑차오 경험 소환이 기층부터 전국을 통제하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펑차오에는 평화가 아니라 상호 감시와 인민재판이 횡행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잇단 강력 범죄로 충격받은 사회를 위로하거나 안심시키기보다는 범죄를 일으킬만한 위험인자를 색출해 제거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들이 일어난 뒤 정부가 보이는 반응은 그 사회의 한계점을 드러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잇달아 일어났을 때 정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보호자 동의 없는 강제입원인 '사법입원제', 경고사격 없는 실탄사격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어요.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 기관총을 든 경찰과 거대한 장갑차가 등장하기도 했고요. 제대로 된 진단이나 분석 없이 물리력만 강화했습니다. 이 조치들이 정말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를 달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뒤틀린 사회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공개적 논의 없이 찍어 누르기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한국과 중국 정부의 대응, 독자님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