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탄소배출권 전 세계 최저가를 찍다 단풍잎이 아직 무성한 나무에 두텁게 쌓인 눈. 처음 보는 희한한 풍경이었습니다. 소복소복 눈 쌓이는 풍경이 아름다워 넋을 잃다가, '불과 열흘 전까지 대낮의 뜬금없는 더위에 반소매를 입었었지' 하며 착잡해진 한 주였습니다. 올해는 기후 문제가 일상의 재난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하는 일이 언제보다 많은 한 해였던 것 같아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일관된 정책이 중요할 것 같은데 현실이 좀 암담합니다. 세계 최저가로 거래되고 있는 국내 탄소배출권에 관한 기사를 읽고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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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공짜' 탄소배출권 2024. 11. 19. 김지혜·윤지원·김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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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조용히 '떡락'하는 시장이 있다. 세계에서 제일 싼 탄소배출권 얘기다. 정부의 청사진만 믿고 2021년 말부터 2만~3만원대 배출권을 사들인 증권사 담당자들은 요즘 분통이 터진다. 관계자 A씨의 말이다. "2022년엔 3만5000원까지 올랐던 게 올해는 겨우 1만원이에요. 당장 '물린' 것도 걱정인데 시장의 미래가 안 보이는 게 더 심각해요."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탄소배출권은 t당 1만1100원, 전 세계 최저가 수준에 거래됐다. 전날 유럽연합(EU) 배출권 종가 68.47유로(약 10만600원)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은 물론 중국 역시 지난 9월 t당 100위안(약 1만9300원)으로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을 넘어섰다.
금융권과 기후 전문가들은 '헐값 배출권'의 원인이 정부의 느슨한 정책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 여파가 금융사부터 대기업, 중견·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탄소금융 생태계 전반에 미치고 있다고 우려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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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탄소배출권 가격 추이. 한국거래소·RE100정보플랫폼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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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출권은 2020년 연평균 거래가격이 3만원까지 '반짝' 올랐다가 이후 내림세를 지속해 지난해 1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8000~9000원대를 오가다 최근 소폭 반등해 1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세계 시장은 활황이다. 런던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배출권 시장 거래액은 8810억유로(약 129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역성장은 두드러진다. 2020년 1조3385억원이었던 배출권 총 거래 규모는 지난해엔 7096억원에 그쳤다. 기후단체 플랜1.5의 윤세종 변호사는 국내 배출권 시장의 '나 홀로 하락' 원인에 대해 "정부가 '물타기'를 한다"면서 "산업계의 이해관계에 휘둘린 느슨한 정책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들 눈치를 보며 배출권을 너무 많이,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는 것이다. 배출권은 정부가 각 기업에 매년 온실가스 총 배출 허용량을 정해 나눠주는 종량제봉투에 비유할 수 있다. 허용량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모자란 봉투를 사와야 하고, 기술 개발로 탄소 감축에 성공했다면 남은 봉투를 팔 수 있다. 이 같은 자율 거래를 통해 기업들의 탄소 감축을 유도하는 것이 바로 배출권 거래제의 규제 방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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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의 탄소 저감 노력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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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업의 실제 배출량보다 정부가 공짜로 나눠준 배출권이 더 많다면 어떻게 될까. 어차피 배출권이 남아도니 기업은 탄소 감축에 애쓸 필요도, 배출권을 거래할 이유도 없어진다. 규제를 받아야 할 다배출 기업들이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 팔며 막대한 부수입을 올리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진다. 국내에선 이 같은 '과잉 할당'의 문제가 2015년 거래제 도입 이후 지속·심화되고 있다. 플랜1.5의 추산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다배출 기업 10개사가 2015~2022년 남는 배출권을 팔아 거둔 수익만 4747억원에 달한다. 과잉 할당으로 배출권이 헐값이 되면서 한국에서 돌아야 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수 있다. 2026년 본격 시행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때문이다. CBAM은 EU 밖에서 생산된 수입품에도 EU 배출권 가격만큼의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현재 약 10배에 달하는 EU와 한국의 배출권 가격 차이는, 고스란히 수출 기업이 낼 관세 부담이 된다. 기후솔루션은 CBAM 시행으로 2040년에는 국내 철강업계가 EU에 탄소배출 대가로 연간 1910억원을 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도 배출권 시장 정상화에 나서고는 있다. 내년 2월부터 시장조성자, 증권사 외에도 자산운용사, 은행·보험사, 기금관리자의 참여를 허용했고, 배출권 선물시장과 함께 개인도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채권(ETN) 등 간접투자상품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반응은 부정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TF, ETN 도입은 유동성이 지금처럼 부족한 상황에선 불가능하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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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시장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은 전체 780여개 기업 중 약 10%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망가진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당초 배출권 거래제가 의도한 탄소금융의 선순환이 허물어진 탓이다. 배출권 시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탄소 감축을 도울 유인을 제공한다. 배출권이 필요하지만 감축 여력이 없는 기업은 다른 중소·중견기업 등의 감축을 지원하는 외부사업 인증실적(KOC)을 쌓아 이를 배출권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할당배출권(KAU)과 구분해 상쇄배출권(KCU)이라고 부른다. 2019~2020년 LG화학이 중소기업 제일케미텍의 LED·설비 교체 사업을 지원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KOC와 KCU 거래는 현재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C의 올해 장내 누적 거래량은 4만1280t에 불과했다. 지난해 거래량 112만t에서 급감한 것이다. KCU의 장내 거래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값싼 KAU가 넘치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굳이 외부사업을 벌여 추가로 배출권을 따낼 유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환경부는 "장외 거래까지 합치면 올해 KOC, KCU 거래량은 전년 대비 0.8% 감소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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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고 갈 건데.'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받아들 때 몹시 서운합니다. 키오스크에서 굳이 '매장컵'이라고 찍었는데도 종이컵에 음료가 담겨 나와 작업대를 보면, 머그잔은 아예 사용을 않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일회용 컵을 들고 테이블에 앉는 손님에게 직원이 일일이 양해를 구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불편하고 때로 껄끄러운 일을 함께 감내하며 '그래, 쓰레기가 너무 많기는 하지' 하고 익숙해질 무렵, 정부가 정책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종이 빨대 생산 업체들의 줄도산 소식은 특히 안타까웠습니다. 정부의 청사진을 믿고 '미래 지향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었는데,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하자 사업이 말 그대로 망해버린 겁니다. 오늘 전해드린 기사의 제목(운동화·치킨보다 싼 '초저가' 탄소배출권...문제없나요?)을 처음 보았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의 충격으로 배출권 가격이 떨어졌나 싶었습니다. 열어보니 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정부 정책의 문제더군요. 3~4년 전 '이것이 미래다' 믿고 탄소배출권을 샀던 이들도 무척 허탈할 것 같습니다. 국내 기후위기 대응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후변화를 부정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미국 행정부의 수장이 되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종 환경정책이 퇴보하거나 철회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환경 관련 규제가 엄격한 유럽연합(EU)이 세계 무대에서도 중요한 이해당사국이란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사에 언급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국내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칠 대표적 제도이고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 등을 의무 공시하도록 하는 ' 기후 공시' 또한 미국이 미온적이더라도 우리나라는 EU에 보조를 맞추라는 압력을 받으리란 전망이 나와요. 앞으로 10년간 지구적 위험을 불러올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 세계경제포럼(WEF)이 올 초 발간한 '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2024'를 보면, 전 세계 전문가 1490명 가운데 66%가 '극한 기후'를 1순위로 꼽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응하지 않고는 기업도 경제도 잘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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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이 활황인데 한국만 시장이 쪼그라들어 역성장을 보인다. 국내 탄소배출권은 전 세계 최저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 2. 정부가 기업들에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너무 많이 나눠줘, 일부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되레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 3. EU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행되면 EU 밖에서 생산된 수입품에도 EU 배출권 가격만큼의 탄소배출 비용이 부과된다. EU와 한국 배출권 가격 차이는 수출 기업에 관세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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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셀럽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은 진정성입니다. 방송과 인스타그램 속 모습이 실제와 다르리란 걸 알면서도 자꾸만 기대하게 돼요. 이 현상을 분석한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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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기후위기란 없다’ 말해왔습니다. 트럼프 2기 기후 관련 정책 어떻게 될지, 뉴스토랑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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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비트코인 투자에 신중하라고 경고합니다. 기사에 링크된 지난 인터뷰도 흥미로워요. |
팬들이 구매하는 K팝 실물 CD를 수수료 받고 버려주는 업체가 있답니다. 해외서 구매하면 포토카드와 팬 사인회 응모권 같은 확률형 아이템만 보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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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 분야에 AI를 도입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는 생각입니다. 제시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AI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개발에 교육 전문 인력이 얼마나 투입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편향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지도 살펴봐야 할 테니까요. 적어도 ‘공교육’에서만큼은 아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 AI의 답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수용 능력이 필요할 테니, 이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람의 몫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이나 강의처럼 인간의 성장을 돕는 또 하나의 도구로, AI라는 선택지가 늘어났다고 여길 수 있는 환경을요. (룰루님)
📬 AI 기반 서비스를 업무에 사용하고 느끼는 것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빠르게 학습하는 데 AI만 한 선생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내가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서 자잘하게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작업에 있어 AI의 능력은 압도적입니다. 지금도 보고서 초안은 거칠게 쓴 다음 AI에게 맡깁니다. 스스로 퇴고를 반복할 때와 비교도 안 되는 효율이 나옵니다. 결국 학생들에겐 AI와 친숙해지고 학습하는 법을 배우는 것,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AI를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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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점선면Lite <🤖 1등급에게 과외 받기>를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들의 이야기입니다. 성급하게 AI를 교육 현장에 도입해선 안 된다는 우려와, AI가 보편화된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제대로 활용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는 의견 모두 매우 중요한 지점들인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의 이야기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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