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극화 부추기는 해로운 비즈니스 12·3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자들이 버티기와 선동에 집중하는 통에 전 국민이 화병을 얻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내란 혐의 피의자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참여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서 '여야 합의를 해오라'고 국회에 요구했습니다. 내란의 주도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변호인단을 통해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이고 비상계엄에 대해 진행 중인 모든 수사는 불법 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쪽이 이토록 당당한 적이 또 있었던가요. 윤 대통령은 내란죄 수사와 탄핵 심판 관련 모든 절차에 불응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한 권한대행, 국민의힘이 똘똘 뭉쳐 시간 끌기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오늘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첫 변론준비기일입니다. "봄은 요원하지만, 겨울이 끝나야 그것이 온다는 것을 이젠 안다." 오은 시인의 칼럼을 인용하며 시작합니다. 점선면팀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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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요 내용 💡 윤석열 지키려 탄핵의 길로 💡 김용현의 '판박이' 기자회견 💡 극우 유튜브는 돈이 된다
💡 날뛰는 경제 💡 다시 쌓는 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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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긴급 대국민 담화. 강윤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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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대행 아니라 내란대행"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6일 긴급 대국민 담화를 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참여할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보류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고 말했습니다. 한 권한대행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에 '만장 일치'가 필요한 헌법재판소 6인 체제를 유지시키며 '방탄'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모순적인 권한 행사 앞서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양곡법 등 6개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낸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을 행사하기에 앞서 여야가 합의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한 임명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날 선출된 헌법재판관 후보 3인 가운데 1인은 국민의힘이 추천했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표결에 '보이콧'을 선언하고 불참했습니다. "최악의 책임 전가로 평가될 것" 이날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관 후보 3명은 국회 추천 몫입니다. 국민의힘은 권한대행이 임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지만, 국회가 선출한 3명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형식적으로 임명만 하는 것이어서, 권한대행이 재판관들을 임명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대법원도, 심지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도 나서서 '임명해야 한다' 했는데 한 권한대행은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겁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핑계 대는 건 궁색하고 옳지 않다"며 "국회의 선출 권한 침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 권한의 행위가 "불확실성을 막고 경제 위기를 방지할 책임을 회피한 최악의 '벅 패싱'(책임 전가)이라고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결정족수 두고 분란 벌어질 수도 민주당은 곧바로 한 권한대행 탄핵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이르면 오늘 표결이 진행됩니다. 탄핵안에는 12·3 비상계엄을 공모 또는 묵인, 방조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총리 탄핵의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151석)를 민주당 주장대로 적용하면 170석을 점한 민주당만으로 탄핵이 가능합니다. 한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되면 권한대행 승계 순위에 따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됩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과 같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200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탄핵안 의결 후에도 효력을 두고 법적·정치적 분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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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 기자회견 현장.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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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응답 일관하는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와 재판에 관련한 어떤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 전날인 26일까지 헌법재판소가 요청한 자료는 물론이고 대리인단 명단도 내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예정대로 오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첫 변론준비절차를 진행합니다. 윤 대통령 쪽에서 출석하지 않으면 변론준비절차 기일은 다시 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재는 국선변호인 선임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비호하는 김용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도 26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변호인들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사범심사 대상이 아니다",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려 했다"라며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주장한 이야기를 판에 박은 듯 되풀이했습니다. 구속기소를 앞두고 윤 대통령의 '방탄' 역할을 자처하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 결집에 힘을 보태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계엄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외환죄 추가될까 검찰은 '북한을 도발해 전쟁을 일으키려 했다'는 혐의(외환죄)를 윤 대통령에게 추가할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개인 수첩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표현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김 전 장관도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 대북전단을 살포하라'거나 '북한의 오물 풍선이 날아오면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언론 통제도 대통령 따라하기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면서 취재진을 가려 받겠다고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입장을 거부당한 기자들이 항의하자 김 전 장관측이 신고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매체 기자는 끝내 입장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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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키우는 극우 유튜버들 12·3 비상계엄 이후 극우 유튜브 채널들은 호황입니다. A채널은 지난주 실시간 후원금(슈퍼쳇)으로만 약 2800만원을 벌었습니다. 지난주 국내 유튜브 채널 중 슈퍼쳇 수입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들은 총선의 결과가 조작됐다며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거나 비상계엄 지지를 표명하는 활동으로 강성 여권 지지자를 끌어 모읍니다. 가짜뉴스와 자극적 발언을 퍼뜨려 돈을 벌고 세도 불리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잘 때도 내 방송을 본다"고 주장한 B채널은 구독자가 비상계엄 이후 주당 1만 명씩 늘어 현재 94만 명에 달합니다. 한달 추정 수익은 1억 5000만원쯤 됩니다. 국민의힘 기가 살아있는 이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여당의 행보는 이런 '기댈 구석'이 있으니 가능한 것 같습니다. "최근 사람들은 양당 지지율 격차 두 배 확대, 윤석열 지지율 하락에 놀라지만, 정작 놀랄 일은 따로 있다. 윤석열 지지율 11%는 박근혜 탄핵 때 지지율 4~5%의 두 배이며, 국민의힘 지지율 24%도 새누리당 지지율 12%의 두 배다." 놀라운 일입니다. 이대근 칼럼니스트는 이 현상을 지적한 칼럼에서 그 원인을 '혐오정치의 성장'으로 꼽습니다. "정치 양극화 상황에서 정당에 필요한 건 의견이 아니라, 상대에 관한 부정적 감정이다. 어떤 쟁점에 어느 편이 더 설득력 있는 견해를 내놓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 편이 이기는 것이지, '권력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아니다. 이게 국민의힘이 기댈 언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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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60원을 돌파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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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오르고
'정치적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 중입니다. 계엄 이전엔 달러당 1300원 대였던 환율은 계엄령 선포 직후 급등해 장중 1442원까지 올랐다가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좀체 내려오지 않고 있어요. 26일엔 1464.8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1460원 대를 돌파했습니다. 고환율 영향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국내 공급물가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원유·천연가스 등이 먼저 오름세를 보이면서 석유화학, 철강 기업 등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부터 비상이 걸렸습니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생산자·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환율이 안정화될 계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을 비롯해 앞으로도 정치적 갈등은 파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계는 "트럼프 취임이 예정된 내년 1월 전후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봅니다. 주식은 떨어지고 원화 가치가 땅에 떨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행렬도 잇따릅니다. 불확실성도 자본 유출을 자극하고요. 코스피는 16년 만에 ' 6개월 연속 하락'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40년간 코스피가 6개월 연속 하락(월말 종가 기준)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등 세 차례에 불과했어요. 소비는 얼어붙었다 소비심리도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악화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번 12월, 11월보다 12.3포인트 떨어졌어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낙폭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8.4포인트)보다 큰 감소폭입니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경기 변동에 대응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러나 26일 여·야·정의 국정안정협의체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면서 국정 안정은 더 아득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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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열린 '윤석열 퇴진하고 평등세상으로' 집회 참가자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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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을 넘어 흐른다
지난 주말 남태령 농민들 곁에서 밤을 새운 '연대'는 다시 곳곳으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12월 24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승강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위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습니다. 그간 주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 활동가들이 나서왔지만, 이날은 200명의 시민이 함께 했습니다. 시민들은 입을 모아 남태령의 경험이 자신들을 안국역으로 이끌었다고 말했습니다. 취약 노동자를 위한 병원을 표방하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에는 후원이 몰려 한때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성탄절 아침엔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는 생수 수천 통이 배달됐습니다. 352일째 고공농성 중인 해고노동자 박정혜·소현숙씨를 향한 응원이었어요. 자성하는 광장 전장연 시위에 참여한 조민정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회에서 무시당하거나 소외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탄핵 집회에서 많은 소수자가 무대에 올라 목소리를 내면서 연대의 손을 내미는 계기가 됐다"고요. 조씨의 말처럼 집회 발언대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가 아닌, '탄핵 너머의 세상'을 말하는 이들의 무대가 됐습니다. 집회 주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중장년 고학력 비장애 이성애자 남성'이 아니라 20대 여성·장애인·성소수자·청소년·농민 등입니다. 주최 측도 ' 혐오 없는 광장'을 만들기 위해 애씁니다. "비웃음과 냉소에 맞서 해학과 패러디, 환호와 환대가 거리 위를 물들이고 있다." 김관욱 덕성여대 교수는 이렇게 썼습니다. 거리에서도, 온라인에서도 해학과 환대가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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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태령 사태의 전개를 밤새 실시간으로 지켜보자니 잊고 있던 전 정권들의 무도하고 폭력적인 시위 진압이 떠올랐습니다. 그때가 다시 재현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고 무서워 편히 잠들지 못했습니다. 광화문 집회 후에 남태령으로 달려가 밤새 연대한 여성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지지를 표한 많은 사람들에게 동료 시민으로서 큰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갈핑님) 📬 저는 상식과 민주주의라는 가치는 양쪽 거대 정당에서 함께 짓밟고 있다고 보는 편이라서요. 현 시국에도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기대할 만한 지도자와 정당이 보이는 것 같지도 않아 더 서글픕니다. 기자님들만이라도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향한 낙인이 반복된다면 우리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을까, 저는 회의적이거든요. (가브리엘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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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 보내드린 점선면 <🎇 광장에 자꾸 나가는 이유>를 읽고 독자님들께서 보내주신 의견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언론의 자유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점선면팀도 매일 실감하고 있습니다. 검증된 정보를 정확하게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널리즘이 정치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방법은 부단히 찾아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레터에도 아낌없이 의견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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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팀 광고, 기타 문의: letter@khan.kr 서울시 중구 정동길3 경향신문사 l 02-3701-1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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