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밭이 된 법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그 일당의 사법 파괴를 상징하는 장면처럼 보입니다. 우리 사회를 그럭저럭 굴려 온 근간이 대체 얼마나 더 망가져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30년간 판사 생활을 하면서 이와 같은 일은 예상할 수 없었고 일어난 바도 없다"는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의 말에서 참담함이 느껴집니다. 충격적인 이번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는 윤 대통령, 윤 대통령 대리인단, 국민의힘, 전광훈 등 극우 인사,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확증편향의 합작품입니다. 윤 대통령은 본인의 안위를 위해 지지자들에게 '지령'을 내리는 일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첫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더 힘을 냅시다"라고 했고, 체포되고 나서도 "많은 국민들께서 추운 거리로 나와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아주고 계시다고 들었다"며 거리 위의 행동을 부추겼습니다. 자신이 구속된 이후 법원에서 폭동이 벌어지자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지만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끝까지 여지를 남겼습니다. 윤 대통령 대리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아예 "시민들이 관저 문앞이나 입구에서 대통령 차량이 나가는 걸 막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고 했었죠. 여당이자 명색이 보수 정당이라는 국민의힘도 사태에 일조했습니다. 의원 수십명이 대통령 관저 앞으로 뛰어가 '불법 수사'라고 강변하며 분위기를 띄웠어요. 김민전 의원은 ' 백골단'이란 이들을 국회에 불러 마이크를 쥐여 줬습니다. 특히 윤상현 의원이 윤 대통령 구속심사 당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폭동을 선동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법원 담장을 넘었다가 유치장에 갇힌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곧 훈방이 될 것" "조사 후 곧 석방될 것"이라고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애국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경찰의 과잉대응"이라고 주장했어요.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폭도들을 가리켜 "함께 거병한 십자군 전사들"이라고 했습니다. 정치권 바깥에선 전광훈이라는 인사가 활약합니다. 전씨는 "강제로라도 (…) 대통령을 서울구치소에서 모셔 나와야 (한다)"라며 '국민저항권'이란 것을 발동해야 한다고 선동합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앞 분신 사건이 발생한 후에는 "제게도 개인적으로 '생명을 던지겠다'는 메시지가 수백통이 왔다"며 "언제든지 내가 죽을 기회를 줄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서 효과 있는 죽음을 (하라)"이라고 했습니다. 이 모든 메시지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스마트폰에서 증폭되고 강화됩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2024년 올해의 단어로 고른 ' 뇌 썩음'은 극우 유튜브에 탐닉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신봉 알고리즘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결국 자멸하게 된 현실, 그와 함께 '확증편향' '필터버블'에 갇혀 버린 지지자들의 모습과 관련이 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것들의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19일 헌재 담을 넘으려던 윤 대통령 지지자 등 3명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헌재가 어떤 위협에도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우리의 체제를 수호하는 헌법을 최우선으로 놓고 판단할 수 있게 지켜야 합니다. 수사기관도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습니다. 검찰·경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전원 구속수사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수공무집행방해는 물론이고 무조건 1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는 소요죄도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당분간 경찰 신변보호를 받습니다. 경찰은 극우 유튜버에 대해서도 "충분하게 수사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