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 기자의 고민 "경향신문이 좌파 성향인 건 알겠지만 그래도 언론사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하길 바랍니다." "개인의 생각을 배제한 사실만을 담백하게 담은 뉴스레터를 보고 싶었는데, 대통령과 관련한 (기자의) 생각이 너무 많이 담겨 있어 실망했습니다." "대통령 체포가 아니라 내란수괴 체포라고 해주세요. 점선면 이런 부분이 간혹 아쉽습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보내드린 레터에 들어온 의견입니다. 사안이 엄중하고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점선면의 논조에 실망하신 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독자님은 점선면이 너무 대통령에 비판적이라고, 어떤 독자님은 점선면이 대통령에 너무 무르다고 평가하셨습니다.
매일 고민합니다. 어떤 태도로, 어떤 관점에서 소식을 독자에게 전해야 할지요.
정답은 없고 모두의 기대를 채울 수도 없겠지만, 적어도 피하는 것과 지향하는 방향은 있습니다. 오늘은 이 시국, '보통의 기자'의 고민을 담은 칼럼을 가져왔습니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요!
🌅 오는 월요일과 수요일 점선면은 쉬어갑니다. 독자님,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금요일에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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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점선면 🧊 읽어보기 | 보통의 기자 이야기 🧊 대화하기 | 점선면의 온도 🧊 12·3 사태 업데이트 | 심판정에서 만난 윤석열·김용현 외 🧊 뉴스 따라잡기 | 흉물된 '윤석열 응원 화환' 외 🧊 구독자 방명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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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기자 이야기 2025. 1. 22. 백승찬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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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기자 나오는 한국 영화·드라마를 보는 심정은 의사가 메디컬 드라마, 변호사가 법정 드라마를 볼 때와 비슷하게 불만스러울지 모르겠다. 한국 영화·드라마 속 기자는 열정적으로 정의를 추구하거나, 권력과 밀착해 가짜 뉴스를 쓰거나, 과도한 욕심에 오보를 낸다.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인지 요즘엔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유형의 기자가 많이 등장하지만, 가끔은 무능한 검경을 대신해 부패한 권력자에 맞서는 기자도 나온다. 모두 너무 미화됐거나 너무 사악해 단지 극 안에서만 기능적으로 존재하는 인물로 보인다. 대다수 사람이 위대한 영웅이거나 사악한 악당이 아니듯, 기자 역시 주어진 조건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보통의 직업인이다. 오히려 미국 영화에서 현실적인 기자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경영과 편집이 충돌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오해하다 이해하는 풍경을 스케치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경쟁사에 '물 먹은'(특종 놓침) 걸 만회하려다 단독 기사에 접근하는 <더 포스트>가 그랬다. 양극단화된 사회에서 벌어진 내전을 살벌하게 묘사한 수작 <시빌 워: 분열의 시대> 속 기자들도 국적만 미국일 뿐, 한국의 취재 현장 어디선가 만날 법한 유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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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의 한 장면. 마인드마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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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워>는 내전 중인 미국의 풍경으로 다짜고짜 돌입한다. 왜 내전이 벌어졌는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가 연합해 정부군과 전투 중이라는 상황이 설명될 뿐이다. 주인공은 궁지에 몰린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수도로 향하는 기자 4명이다. 영화가 전쟁의 피해에 휘말린 민간인, 목숨 걸고 싸우는 군인, 전쟁의 향배를 두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정치인이 아니라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미국 내전에 대한 영화의 태도와도 관련 있어 보인다. 제작진은 영화가 특정 정파를 옹호하거나, 현 미국 상황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걸 매우 꺼리는 듯하다. 대통령이 위헌적인 3선에 도전했다는 사실이 암시되긴 하나,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 혹은 그 어떤 역대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키진 않는다. 민주당 지지 성향의 캘리포니아, 공화당 지지 성향의 텍사스가 연합해 싸운다는 설정도 <시빌 워>가 친민주당 영화 혹은 친공화당 영화로 분류되는 걸 피하려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영화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내전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 영화의 태도가 "설득력 있게 포장된 비겁함"이라며 "문제가 뭔지 언급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빌 워>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오늘날 기자들의 자세에 대한 지적과도 유사하다. 기자는 전통적으로 관찰자였다. 굶주린 아프리카 어린이와 그 뒤의 독수리 사진을 찍어 퓰리처상을 받았으나, '아이를 돕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고 비난받다 결국 자살한 사진 기자 이야기는 '관찰자로서의 기자' 논쟁 시 늘 등장하는 사례다. <시빌 워>에서도 기자들은 붙잡혀 고문당하는 민간인을 목격하지만, 사진을 찍곤 별다른 조처 없이 빠져나간다. 혼란스러워하는 신참 기자 제시에게 베테랑 기자 리는 말한다. "우리 일은 기록하는 거야. 의문을 제기하는 건 독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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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입문 앞에서 대기하는 취재진.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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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태도를 유지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데 있다. 한쪽의 목소리를 거세게 전하는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의 시대에 냉정한 관찰자로 남으려는 기자는 흔들리고 비난받곤 한다. 지난 정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의 편에서 조국을 음해했다'고 비난받았다가 이번 정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1년 넘게 수사받는 동료 기자도 있다. 기자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인데, 상황에 따라 정반대 비난이 쏟아진다. 게다가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 내란을 일으킨 혐의를 받고 그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하고 기자를 폭행하고 취재장비를 파손하는 와중에, '관찰자'란 무엇이며 그 위치를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 스스로 혼란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레거시 미디어에는 원론적인 길밖에 없다. 지향을 숨기지 않되 그곳으로 향하는 수단은 공정하고 객관적일 것. 때로 흔들리고 실수하더라도 바로잡는 용기를 가질 것. 그런 의미에서 체포되기 직전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고 레거시 미디어만으로는 판단이 안 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극우 유튜브 시청을 권한 대통령은, 유튜브만 보면 어떻게 되는지 스스로 명확히 증명했다는 점에서, 78년 된 레거시 미디어 종사자에겐 유용하고 고마운 말씀을 남겼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읽으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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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이후 경향신문 편집국에는 은근한 활력이 돕니다. 매일 취재거리가 쏟아집니다.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기사를 읽고 반응도 뜨겁습니다. 시국을 바라보는 심경은 복잡하지만 기자로서 보람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어깨도 무겁습니다. 많은 이들이 언론을 주목하고, 또 평가하고 있으니까요. "시진핑 개XX 해 봐." "한국말 해봐." (중국인이라는 뜻) "북한으로 돌아가라." (간첩이라는 뜻) 탄핵 반대집회를 취재한 동료 기자들이 최근 들었다는 말입니다. 이들은 특정 언론이나 유튜브 채널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레거시 미디어를 적대시합니다. 아마 경향신문 등을 '윤석열 대통령의 적'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동시에 '이재명 대표의 편=친중=친북 매체'라고 보고요. 그런데 경향신문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우리 편'으로 평가받지 못할 거예요. 위 칼럼에도 "(한 경향신문 기자가) 지난 정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의 편에서 조국을 음해했다'고 비난받았다"는 내용이 있지요. 경향신문 내부에서도 '논조'를 두고 항상 갑론을박이 오갑니다. 취재 대상, 기사 내용이나 제목, 기사의 배치를 두고 토론합니다. 특정 집단에 너무 비판적이라는 지적과 반대로 너무 비판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올 때도 많습니다. 치열한 논의, 그리고 그 영향을 받은 기사들이 모여 독자님이 '경향신문의 논조'라고 느낄 만한 것이 만들어집니다. 점선면의 온도도 그렇습니다. 세 명의 기자가 돌아가며 레터를 쓰고 있는데요, 각자의 톤이 모두 얽히고설켜 총체적으로 독자님께 '점선면의 태도'로 이해되는 것이겠지요.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까. 매번 고민합니다. 기계적 균형이나 양비론은 지양하려 합니다. 언뜻 보기엔 공정하고 중립적인 것 같은 기사들이 실은 진실을 가릴 때가 많으니까요. "그 각각의 근거들은 동일하게 정당할 수 없기에 이 논의에 진지하게 끼어드는 순간 완벽하게 중립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입장들에 대한 완벽한 중립이란 그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거나 침묵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위근우 평론가 말처럼요. 다만 '내 편이냐 남의 편이냐' 질문을 받을 때는 공정과 중립의 가치를 알 것도 같습니다. 누구의 편이라서가 아니라, 옳다고 믿는 가치와 오늘 발견한 사실에 기반해서 기사를 써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요. 윤석열 대통령이 즐겨 봤을 유튜브 채널도 반면교사입니다. "지향을 숨기지 않되 그곳으로 향하는 수단은 공정하고 객관적일 것. 때로 흔들리고 실수하더라도 바로잡는 용기를 가질 것." 백승찬 선임기자가 쓴 '미디어의 길'을 보며 용기를 얻습니다. 소신 있게 쓰되, 귀를 항상 열어두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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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앞에는 '윤석열은 이순신' '국민밖에 모르는 바보' 등이 적힌 화환이 40일 넘게 방치돼 있습니다. 개수는 무려 2300여개. 철거 민원이 빗발칩니다. |
미국 트럼프 정부는 출범 후 난민수용프로그램을 즉각 중단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맞서 미국을 도운 이들까지 발이 묶였는데, 신변이 위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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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지TV가 전설적 아이돌 'SMAP' 리더인 나카이 마사히로에 성상납을 했다는 폭로에 열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버티던 마카이는 결국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
텔레그램 성착취를 해온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조직 이름은 '자경단'. 피라미드 구조 조직으로, 피해자가 조직원이 되는 구조였습니다. 총책은 죄의식이 없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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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정에서 만난 윤석열·김용현 -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나란히 출석했습니다.
- 두 사람은 12·3 비상계엄이 '경고성'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비상입법기구 설치 등을 준비한 사실은 인정하는 모순을 드러냈습니다.
- 국회 투입 병력에 "의원을 끄집어내라" 지시한 의혹에 대해서는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지칭했다는 궤변을 했습니다.
-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을 직접 신문할 기회를 얻어 심판정에서 한동안 둘의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그 내용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대통령은 구치소 측 허가를 받아 변론기일 출석 전 별도 공간에서 단장을 하고 나온다고 합니다.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 조사에 응하지 않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과 관저·대통령실 압수수색은 결국 못했습니다.
- 검찰은 이날 공수처에서 수사기록을 받자마자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윤 대통령 구속기간도 연장할 방침입니다.
국회 청문회가 시작됐다 - 12·3 비상계엄 사태 진상 파악을 위한 국회 청문회가 22일 시작됐습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가 채택한 주요 증인들은 무더기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습니다.
- 청문회에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은 경호관과 군인·경찰을 동원한 윤 대통령 생일잔치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 관저 압수수색을 승인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영부인님도 경호대상자"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 대통령경호처 간부들은 최근 김 차장에 반발해 집단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이상민 전 행전안전부 장관은 청문회에 나왔지만 "증언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정치인 체포) 명단을 보니까 그건 안 되겠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인에 대한 체포가 일상화된 나라는 바로 '북한'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 서부지법 판사 집무실 문을 발로 찬 40대 남성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의 '특임 전도사'로 드러났습니다.
- 전국 판사들은 22일 임시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해 "헌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 국회에서는 23일 이번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질문이 있었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결코 저항권이라 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폭동이라는 데는 동의한다"고 했고,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도 '사법부 테러'임을 "인정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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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넘어 산이라고, 우리나라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네요. 앞으로 정치 면에서도 경제 면에서도 우리나라가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됩니다. 그래도 차근차근 바로잡아가면서 미래를 도모해야 할 것 같아요. 급하다고 땜질로 해결하려고 들면 나중에 더 수습하기가 어려울 테니 말이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방향에 대해서 정리해주신 글 덕분에 좀더 눈이 뜨이는 느낌이에요. 점선면에 늘 감사합니다. (마고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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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이라는 말이 딱 맞는 시기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당장 다음달부터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한 데 이어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는 등 기존의 세계질서를 어지럽히는 데 거침이 없습니다. 정신없이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것이고, 부정선거론이 단단히 뿌리내린 우리 사회도 치유해야 해요. 서로의 힘과 지혜를 믿으면서, 뚜벅뚜벅 걸어갈 밖에요. 뉴스레터 점선면은 독자님의 이야기로 더 풍성해집니다. 레터를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통찰이 있다면 언제든 아래 버튼을 눌러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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