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의 환경·생태적 가치는 아주 높습니다. 그린벨트는 대기오염물질을 유의미하게 줄이고, 인근 도시의 표면온도를 낮춰 줍니다. 동·식물 생태계를 보존해주기도 하죠. 기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는 요즘 그린벨트는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린벨트 면적은 꾸준히 줄고 있어요. 그린벨트 제도가 도입된 1971년 당시 5397㎢이던 면적은 2023년 말 기준 70%인 3789㎢만 남았습니다. 정부가 해제하려는 그린벨트의 74%가 환경영향평가에서 1~2등급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라는 점도 걱정입니다. 정부는 1~2등급 지역을 해제하려면 다른 녹지를 그린벨트로 대체 지정하라고 했지만, 1~2등급 지역만큼 잘 보존된 다른 녹지를 구하기가 쉽진 않죠.
심지어 대체 지정이 면제되는 곳도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에는 여러 항목이 있는데, '수질'이나 '농업적성도' 항목에서 1~2등급을 받은 곳은 이번에 대체 지정 의무가 면제돼요. 계산해보면 1~2등급 해제 지역 31㎢의 절반 정도인 14.4㎢가 대체 지정이 불필요합니다. 문제는 비수도권의 일자리·인프라 수요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인구 유출과 지역소멸의 주된 원인이 일자리 문제라는 점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어요. 비수도권에서 일자리 문제는 인구 유출을 넘어 저출생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정부가 이번에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목적도 지역 산단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그린벨트의 환경·생태적 가치는 너무나도 중요하지요. 한편으로는, 소멸을 눈앞에 둔 비수도권 지역 입장에서는 그런 말이 한가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VS 접근법'은 한계가 있어요. '그린벨트 보존'과 '지역균형발전'은 어쩌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 더 들어봤어요.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인구감소 시기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지역 발전에 해가 된다"고 했습니다. 반면 우명제 서울시립대 교수처럼 "지역 거점을 집중 조성해 인근 광역시와 연결하는 건 의미가 있다"는 분도 있죠.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만든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산단과 제조업 공장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기는 끝났다"고 해요. 이미 있는 지역 중소기업들에 일·가정 양립, 조직문화 개선 등을 지원하는 게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사무·연구직은 수도권 인근으로 가고, 지역 생산직에서는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는 양극화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지역 불균형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고, 지역균형발전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정부가 충분히 고민했는지 의문입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유지와 문화적 환경 같은 어려운 문제를 용감하게 돌파하는 대신, '그린벨트 해제=개발=성장'이라는 게으른 공식에 기댄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손쉬운 선택은 진정성을 의심받기 마련이죠. '왜 선거를 앞둔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 이야기가 나오나' '개발업자만 이득 아니냐' 등 질문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