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개헌도 '타이밍'? 더 중요한 건

2025.04.09

6분

대선 개헌 정치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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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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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점선면 | 광장에서 얘기합시다, 여의도 식당 말고

오늘의 브리핑 | 트럼프 때문에 주저앉는 경제 외

밑줄__ |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뷰파인더 | 탄핵 이후 찾아온 봄, 그리고 벚꽃

광장에서 얘기합시다, 여의도 식당 말고

📌점 사실들 : 대선과 개헌 동시에 하자고?

6월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쟁이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시점을 두고 말이 많은데요,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선 투표날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환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내에서도 입장차가 나타났어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개헌 이슈 중 권력구조 개편은 대선 후로 보류하자고 했고, 김동연 경기지사 등 다른 주자들은 동시투표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선 맥락들 : 공감하지만, 왜 하필 지금?

개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늘 있었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을 계기로 만들어진 현행 '헌법 제10호'는 대통령 직선제와 헌법재판소 부활 등 민주주의와 관련된 여러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38년이 지난 만큼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장 많이 비판받는데요.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되면 인사권·예산권·감사권 등 막대한 권력을 갖는 '승자독식' 구조 때문입니다. 대통령 자리를 둘러싸고 지나친 진영 갈등이 반복되고, 한번 대통령이 되면 민심을 외면한 채 독주해도 견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죠.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국정 방향이 완전히 뒤집히기도 하고요. 12·3 비상계엄 사태는 현 체제에서 대통령 한명의 의지가 국가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타이밍'입니다. 우 의장의 주장처럼 '대선-개헌 동시투표'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합니다. 대선까지 당장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개헌안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까지 끌어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동시투표를 주장하는 쪽은 단계적 개헌을 하자고 말합니다. 헌법 내용은 크게 '권력구조'와 '기본권'으로 나뉘는데, 대통령 권력 분산 같은 '권력구조' 개헌을 먼저 처리하고 '기본권' 개헌은 차기 정부에서 하자는 겁니다. 누구든지 대통령이 된 뒤에는 권력 분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아예 대통령이 없을 때 권력구조 개헌을 못박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타이밍'에 딸린 논란거리는 또 있습니다. 개헌이라는 이슈가 대선 주요 의제로 등장하는 순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내란 관련 논의는 가려질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우 의장의 '대선-개헌 동시투표' 제안을 환영하고 나선 것도 '내란 책임론'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어요. 반대로 이 대표는 "내란 극복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며 개헌을 대선 뒤로 미루자는 입장입니다. '4년 중임제' 개헌에는 동의하지만 조기 대선 국면에서 다룰 사안은 아니라는 겁니다.

🗺️면 관점들 : '여의도 고급 식당' 말고 '광장'에서

개헌은 너무 중요해서 정치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문제입니다. 각계각층의 토론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개헌론은 '정치적 카드'로 쓰이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국민의힘은 "개헌은 언제나 권력 독점을 원하는 정치인의 반대에 가로막혔다"며 이 대표를 압박하는데요.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극우 세력을 선동한 데 따른 반성은 온데간데없이 개헌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대표 역시 '대선 후 권력구조 개편에 동의한다'는 말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구체적인 일정·계획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개헌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장 두 달 안에 개헌안을 만들어내려면 '졸속'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무엇을 위해 하려는지, 어떻게 할지, 언제까지 할지 분명하게 공약해야 합니다. 개헌 시점을 법으로 확정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광장의 시민들이 요구한 평등과 인권, 민생 등 의제를 담아내기 위한 충분한 숙의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면 여의도의 고급 식당이 아니라 전국 곳곳의 '광장'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치인들끼리만 논의하는 개헌은 시민의 삶과 괴리된 '파워 게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해람 기자

트럼프 때문에 주저앉는 경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충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8일 원·달러 환율이 1473원을 돌파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어요. 전날엔 국내 증시가 5% 넘게 폭락하면서 매매를 5분간 중단하는 '사이드카'까지 발동됐었죠.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3조 넘게 팔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관세 협상이 본격 시작됐어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관세 제외를 요청했어요.

대통령 선거일 6월3일 확정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일이 오는 6월3일 화요일로 확정됐습니다. 선거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됩니다. 각 정당은 늦어도 5월10~11일까지 후보를 확정해 등록하고, 즉시 선거운동에 돌입해야 합니다. 사전투표는 5월29~30일입니다. 국민의힘에선 안철수 의원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이철우 경북지사,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미 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오늘(9일) 대표직을 사퇴합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같은 날 출마 선언을 할 예정입니다.

'내란 방조' 인사를 헌법재판소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함상훈 후보자를 지명해 논란이 되고 있어요. 임시로 대통령 역할을 수행 중인데, 대통령 고유 권한인 추천권을 행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완규 법제처장은 12·3 비상계엄 다음날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회동하고 휴대전화도 바꿨던 인물입니다. 이 '안가 회동'은 계엄 관련 법적 대응을 궁리한 자리로 의심받고 있어요.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동조 세력의 헌재 장악 시도"라고 반발하며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대 의대 사실상 전원 복귀

서울대 의대 본과 1~4학년생이 사실상 전원 수업에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전국 의대 수업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지난 7일까지 등록하지 않으면 유급·제적 대상에 올린다고 못박았기 때문이에요. 서울대 의대생들은 의정갈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활동도 중단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차기 정부로 넘기는 건 무책임하다"며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화의 장을 열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가장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 정세랑 작가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 중에서

비서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됐어요. 유서엔 가족에게 남기는 말만 있었다고 해요. 국민의힘에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달라"는 애도사가 이어졌어요. 여권 누구도 "장 전 의원 권력이 무서워 10년을 참고 살았다"는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았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경찰이 피의자 사망을 이유로 수사를 종결한다면 피해자의 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며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권력자의 사망으로, 단죄받지 않은 위정자의 죽음으로,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고통의 시간은 얼마나 더 길고 험해야 할까요.

🔗 권력형 성폭력과 2차 가해

📸 by 서성일 기자

탄핵 이후 찾아온 봄, 그리고 벚꽃

서울의 대표적인 봄 축제인 '여의도 봄꽃축제'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시민들이 벚꽃이 흐드러진 여의도 윤중로를 산책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애초 지난 4일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4일로 지정되면서 8일로 연기됐어요. 여의도 봄꽃축제는 오는 12일까지 닷새간 열린다고 합니다. 탄핵 선고가 늦어지면서 그동안 마음 졸여왔던 독자님들, 이제는 맘 편히 봄을 만끽해보시면 어떨까요.

4월7일 탄핵 특별판 레터에서는 탄핵 이후 대한민국이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개헌 등 여러 과제를 짚어봤는데요. 한 독자님은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는 등 일상에서의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게 먼저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다른 독자님은 개헌 이슈로 내란 세력 척결 문제가 묻히고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는 심경을 전해주셨어요.

📌'AI가 쓴 것 같은 레터가 왔다'고 알려주신 독자님이 있었는데요, 구글 지메일(Gmail) 자동번역 기능 때문에 생기는 오류로 보입니다. 지메일로 레터를 열었을 때 화면 왼쪽 상단에 '번역 옵션'을 확인해보세요. '영어→한국어'로 되어 있다면 '원본 보기'를 클릭하시거나 번역 기능을 종료하시면 됩니다.

💬 윤석열이 파면되어 다행입니다. 권력 구조 개편과 같은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도 민주주의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극우 세력의 폭동을 보았습니다. 제도가 개선된다고 해서 이들이 생각을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었던 까닭 중 하나는 자신의 그런 행위가 사람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얻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도가 개선되면 제2의 윤석열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좋은 것은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팥빵님)

💬 우원식 의장의 개헌 관련된 긴급 특별 담화는 의미는 이해하고 동의하지만 지금 무엇이 더 중요한 일인지로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계엄 동조자들, 옹호자들, 나라를 망치고 있는 자들의 척결이 우선되어야 할 시기에. 국회의장이 주말에 긴급을 붙여서 할 얘기가 고작 개헌이라니요. 개헌은 해야 합니다. 그건 누구나 다 동의할 겁니다. 근데 긴급까지 붙여서 담화를 해야 할 만큼의 의도와 목적은 무엇입니까? 그 발언으로 내란 잔당과 윤석열의 재판은 개헌의 이슈로 또 묻히고 있습니다. (onlyone님)

💬 정보라 작가님의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를 읽고 있는데 마침 정보라 작가님의 기고를 읽을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소설 속에 '투쟁'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하는데요. 우리의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제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향신문과 점선면팀 모두 우리가 잊을지도 모르는 사건들에 대해, 잊어서는 안되는 사건들에 대해 꼼꼼하게 다뤄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쳇말로 '끌올'이라고 하죠. 대한민국의 잘못된 과거를 '끌올'해서 끝까지 바로잡을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마고님)

점선면팀은 늘 독자님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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