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 레터

🍓사과할 용기, 부끄러운 양심

2023.05.19

6분

광주민주화운동 2차가해 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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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son3 🧡

VOL 21 . 2023.05.12~05.18

Editor's Note

사과할 용기, 부끄러운 양심

어제는 광주 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4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일은 늘 중요하지만, 올해 더 특별했던 건 아마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의 행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우원씨는 지난 17일 5·18 민주묘지에 재방문했습니다. 전씨는 지난 3월31일 5·18 민주묘지에 처음 방문했었는데요. 전두환 일가 중 유일합니다. 눈물로 사죄하는 모습에 5·18 유족과 피해자들은 전씨를 다독이며 끌어안았습니다. 진실을 외면한 시간이 너무 길었던 만큼 마음의 응어리가 다 해소될 수는 없었겠지만, 용기 내 사과한 그 마음을 품은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고보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은 단순히 '기억'을 넘어 책임 있는 당사자의 "진심어린 사과"가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씨편을 다룬 MBC PD수첩 방송을 혹시 보셨나요? 초등학생들이 전씨를 위로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입니다.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데까지 27년이 걸렸다"는 전씨 이야기에 한 초등학생이 말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잘못을 뉘우치는 거니까요."

용기 내고 사과하고 기억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이 사회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속도가 더딜지라도 말이죠. 전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을 향해 "인터뷰를 읽는다면 이제 그만 어둠 속에 있지 말고 빛으로 나오시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며 잘못을 외면하는 전두환 측근의 '어른'들이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수십 년 된 역사에서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당장에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 그리고 이어지는 '2차 가해'의 반복된 '역사'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개봉을 앞두고 '2차 가해'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집요하게 2차 가해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사과할 용기조차 없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 가해자 두둔 세력의 민낯을 봅니다.

경향시소에 출현한 김재련 변호사는 "사실을 사실로써 인정하지 못하고 가해자에 대한 믿음 영역 안에 있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기들의 믿음 안에서 문제제기 하고 거기에 대해서 피해자에게 답을 하라고 하는 것은, 순화해 표현하자면 굉장히 폭력적인 행위이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참담하게 반복되는 '폭력적인' 역사를 겪어내는 일은 참 아픕니다. 지난한 과정을 몇 번이나 더 거쳐야 하는 걸까요.

플랫팀 ｜ 유선희 기자 yu@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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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플랫 PICK

한주간 중요하게 볼 이슈는

우리 주변의 '나현씨'

이번 레터에서는 이주민 '나현씨' 이야기를 통해 '더불어 산다는 의미'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플랫 '싸우는 여자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베트남 이주여성 김나현씨(50)가 한국에서 '더불어 살기' 위해 시작한 건 '한국어 공부'였습니다. 먹는 문제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을 경험하면서 "내 권리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부할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아 베트남에서 가져온 사전 한 권에 의지해 독학했습니다. 김씨의 한국어 노트엔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군요. 세월이 흘러 색이 바랜 노트엔 '무서워' '나는 나의 고향을 그리워합니다' '스트레스' '슬픈 표정'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시민단체 도움을 받아 한국어를 정식으로 배운 김씨는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직접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한국에 먼저 온 선배로서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김씨는 “소통을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말합니다.

언어를 배우고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 김씨는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합니다. 김씨는 현재 부산지역에서 의료분야 통번역 업무 총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언어장벽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관련 예산도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억원까지 늘어났는데, 올해는 5000만원으로 절반이 삭감되면서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현 정부의 이주민 정책이 차별과 편견을 양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겠다며 콘서트 현장을 급습하거나 예배 중인 노동자들을 현장 체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시적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안까지 재발의됐습니다.

김씨 인터뷰 기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우리 주변의 이주민이 놓인 현실을 직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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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젠더이슈

놓치지 말아야 할 뉴스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사 주재자로 ‘최근친 연장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새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유족 간 협의가 안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제사 주재자로 우선한다’는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는 헌법이 정한 남녀평등 이념에 "조화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새 기준을 제시한 바탕엔 기존 판례가 유교적 가부장제에 뿌리를 둔 제사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녀평등 이념에 어긋나"…'제사는 장남' 판례 깬 대법원

📌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던 10대 여중생이 서울 강남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을 SNS로 생중계한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한 달간 여러 피해자들을 만나고 갤러리를 모니터링 해보니 가해자들은 피해자보다 나이가 많은 성인 남성이 다수였습니다. 피해자들은 "성인 남성들이 우울증도 없으면서 미성년자와 성관계할 목적으로 우울증갤러리를 이용한다"고 했습니다.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n번방과 다른 울갤 #그루밍성범죄 #술피뎀 #피해자도 가해자도_다수

📌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개봉을 앞두고 '2차 가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개봉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막무가내식 성폭력 부정주의에 기인한 2차 가해"라고 비판하고, 여성가족부도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비판과 우려에도 지난 16일 다큐멘터리 제작발표회가 강행됐습니다.

✔여가부도 '2차 가해' 우려한 박원순 옹호 다큐, 제작발표회 강행

문화가 있는 플랫

이번주에 들을 노래

🗣️ 오늘 소개할 문화 콘텐츠는 가수 비비의 '나쁜년' 입니다. 지난해 11월 발매된 1집 정규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분노'를 담은 곡으로 알려졌습니다. '맑은 눈의 광인'이 하나의 신조어처럼 쓰이는 요즘 함께 들으면 좋을 것 같아 선택해 봤어요.🙂

해당노래를 작사, 작곡한 비비는 "내게 한 번 잘못한 것은 봐주겠지만, 앞으로는 다시는 봐주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가사를 썼다. 또다시 잘못하면 '나쁜년'으로 변해서 어떻게 해버리겠다는 마음"이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요. 노래 가사에 꾹꾹 눌러 담은 분노의 감정이 중독성 있는 멜로디, 비비의 몽환적인 목소리와 어울려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곡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사는 "다신 붙잡히지 마, 그땐 보게 되는 거야. 미친년" 입니다. 부당한 일을 마주하면서 혹은 상식 밖의 사건들에 대응하면서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경고 메시지'로 가사에 잘 담겼다고 느껴서입니다. 내 안에 꿈틀대는 '미친년 감정'이 느껴진달까요. ㅎㅎ

노래를 듣다가 문득 미국 드라마 <가십걸>에서 블레어 윌도프(레이튼 미스터)의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야"라는 명대사도 떠올랐습니다.😂 우리, 자신만의 중심을 잃지 말아요.

플랫 우체통

우리 대화 나눠요

💌 To.Flat

지난회차 레터를 읽은 독자분들의 피드백입니다.

👤 지난 레터를 보고 정말 놀랐어요. 제가 추천한 영화가 소개되다니! 라디오에 사연이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습니다. 자세히 설명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좋다'고만 했어서요. 너무 성의없는 추천인 것 같아 보내기를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보내기를 잘했네요! 좋아하는 작품을 나누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에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20th Century Women>, 즉 '20세기의 여성들'이라는 원제목에서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빠진채 <우리의 20세기>라는 제목으로 국내 개봉되었다는 점이에요. 그래도 이것만 제외하면 정말 멋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함께 감상해주셔서, 레터에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레터 잘 감상하며, 플랫과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 From.Flat

1. 라디오 사연 당첨에 비유하며 기쁨을 표현해주시다니 제가 감사합니다. ㅎㅎ ^^

덕분에 제가 오히려 좋은 영화를 알게 돼 기뻤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내용, 인물에 대해서도 이번 피드백에서 상세히 써주셨는데,

분량상 그리고 혹시 아직 못 본 분들을 생각해 여기에 다 옮기진 않았는데요.

엄청 길게 말씀 보내주셨어요. 감동 그 잡채.😍

개인적으로 '애비'가 파티에서 소리치는 장면은 저 역시 인상 깊게 봤답니다.

영화 제목에 대한 의견에 정말 공감합니다.

원제목 그대로 살렸더라면 의미가 더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2. 최근 입주자분들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분이

뉴스레터로 "뉴스를 접하고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