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피아] 🎓‘하인’이 사라진 시대의 가사노동 : ‘싼값 가사노동자’는 새로운 해법인가?

‘하인’이 사라진 시대의 가사노동 : ‘싼값 가사노동자’는 새로운 해법인가?

The Invention of modern times : Housework and House maids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121), 2024.4.17,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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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하인, 집안일, 외국인 가사노동자, 근대, 기획노동

1.머리말

2.그게 매력적인 건 당연하다, 왜냐면... #하인의 시대

3.‘가난한 일꾼’의 무한 공급 : 사람 아래 사람

4.하인은 정말로 사라졌는가? : 유령이 된 ‘허드렛일’

5.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최근 ‘외국인 가사노동자’ 이슈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 필리핀 가사노동자를 국내 가정에서 고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건데요. 의문이 떠오릅니다. 현재도 국내에 가사관리사들이 존재하는데 왜 해외에서 노동자들을 데려오려고 하는 걸까요?

핵심은 ‘가격’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임금이 월 100만원 정도되면 정책 효과가 있다”며 최저임금 미적용을 주장해왔고, 지난 3월 한국은행 보고서 발간(링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높은 가격으로 인해 가사도우미 고용이) ‘그림의 떡’이 되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테면, 대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떡’이 돼야 한다는 거죠.1)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4일 외국인 가사노동자와 관련해 “가정 내 고용으로 최저임금 제한도 받지 않고 수요·공급에 따라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링크)이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임금이 월 100만원 선에서 결정돼야 정책 효과가 있다"며 최저임금 미적용을 주장했습니다.(왼쪽)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공청회에 참석해 정부를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있습니다. / 경향신문

“그림의 떡”이라는, 사람에 대하여서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비유를 바라보며 곰곰 생각합니다.

오늘날, 가사 노동이 한 사람이 해내기엔, 특히나 아이가 있고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경우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실제 많은 여성들은 ‘어머니 혹은 가족, 친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아슬아슬하게 일과 육아 등을 병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런 가사노동의 가격을 낮추면 해결 되는 일일까요? 왜 가사노동이 몹시 중요한 일인 걸 모두가 알면서도 그건 한사코 ‘싼 값’이어야만 하는 걸까요? 가사노동은 지금까지처럼 그저 ‘누군가’에게 헐값에 떠맡겨버리면 좋을 일일까요?

오늘 편지에서는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빌 브라이슨), <삼순이>(정찬일), <사랑의 노동>(매들린 번팅) 등을 지팡이 삼아 해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해당 발언, 사업 추진 등과 관련해서 올해 3월 여성의 날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국여성단체연합에 의해 ‘성평등 걸림돌'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링크)

【2.그게 매력적인 건 당연하다, 왜냐면... #하인의 시대】

“그야말로 하인의 시대라고 할 만했다. 당시의 각 가정에서 하인을 두었던 것은, 오늘날 각 가정에서 이런저런 생활용품을 구비하고 있는 것과 유사했다. 일반 노동자도 하인을 두고 있었다. 심지어 하인도 또다른 하인을 두고 있었다.”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우선 저는 서두부터 못 박아두고 시작하고자 합니다.

오세훈 시장의 ‘해법’, 즉 ‘싼 값에 가사노동을 대신 해줄 사람’을 구하는 것은 당연히 고용주의 입장에선 매력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왜냐면 그것은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당연한 ‘올드-노멀’이었거든요. 영국 뿐 아니라 당시 대부분의 유럽 국가, 미국 등에서도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실제로 1851년 런던의 젊은 여성 인구(15~25세) 중 3분의 1은 하인이었다고 하고요. 아무리 가난한 사람들도 하인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상의 내용은 제가 최근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라는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깜짝 놀랐던 부분입니다.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At home>는 미국의 저명한 논픽션 작가 빌 브라이슨이 쓴 ‘근대사’ 책입니다. 주로 18~19세기 영국과 미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요. 다만 이 벽돌책의 가장 독특한 점은, 엄청나게 많이 반복되어서 별 감흥이 없을만한 산업혁명 등 근대사 이야기를 철저히 ‘집 안에서(At home)’ 다루고 있다는 점이죠.

저자는 어느날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왜 우리가 거의 대부분의 삶을 보내는 긴밀한 공간인 집 내부에 대한 근대 역사를 제대로 다룬 책은 없을까?’

빌 브라이슨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친숙하게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사생활(엄격한 위생기준, 상하수도, 집의 구조 등...)은 거의 모두 근대의 발명품이다!”라는 것이고요.

미국의 논픽션 작가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책 표지. 이 책에는 통상 빅토리아시대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산업혁명 관련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가구, 벽난로, 거실과 화장실 등에 주목합니다. (왼쪽) 주로 18~19세기에 급증한 하인, 하녀들. 이들 대부분은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저임금과 격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 까치, Getty Image

실제 이 책에는 아주 다양하고 신기한 이야기들, 발명품들이 가득합니다만 - 그 중에서도 이 책에서 가장 존재감이 큰 근대의 발명품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집안일(가사노동)’과 ‘하인’이죠.

우선 ‘집안일’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위생 및 영양, 양육 등의 기준은 불과 1~2세기 전에는 당연한 것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연구자님들 가운데서 1년에 한번 목욕을 하거나, 청소를 1년에 두번만 하는 경우는 없으실테니까요. 이 책에 소개된 18세기의 한 여성처럼 쥐가 들끓는 침대에서 베개 대신 슬리퍼를 한아름 품에 안고 잠드는 분도 아마도(?) 없을테고요.(쥐가 시끄럽게 굴 때마다 슬리퍼를 던져 쫓아버리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오늘날은 아이를 열 명 낳아 그중 3~4명이 죽는 것이 당연하지도 않습니다. 예방의학, 공중위생 등의 덕도 보았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부지런히 영양을 신경쓰고 청결을 유지한 덕분이죠. 이에 대해 루스 코완은 가사노동자들은 “깨끗한 욕조, 화장실, 세면대”를 소비한 것이 아니라 “생산해왔다”고 말하기도 했죠.

이런 높은 위생 등 기준을 유지하기 위한 ‘촘촘한 가사일’이 탄생한 것, 그것도 상류층 뿐 아니라 중류층 이하에게까지 보편화 된 것은 분명 ‘대단한 근대의 발명’이라고 할만 한 것입니다.

“현재 주부들은 노동절약적인 도구들이 있기 때문에 할머니 시절에는 봄에 한차례 대청소 때까지 남겨놓았을 먼지들을 매일 닦아내고 있다. 주 1회 아홉명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우리는 매일 목욕시켜야하는 두세명의 아이들이 있다. 선반이나 항아리에 둘 파이나 과자가 떨어졌다고 해서 우리의 양심이 찔리지않지만 식단에 비타민이 빠졌는지 혹은 칼로리는 모자라지 않는지에 대해선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1930, <레이디스 홈 저널> (김덕호, <세탁기의 배신>에서 재인용)

그리고 근대에 탄생한 까다롭고 복잡한 ‘집안일’을 가능하게 했던 핵심은, ‘하인’의 존재였습니다.

빌 브라이슨은 이 책에서 심지어 근대를 “하인의 시대!”라고 정의할 정돈데요.

갸우뚱하실 수도 있습니다. 대체 왜 하인이 ‘근대의 발명품’이야?

(원래 옛날부터 종, 노예 등은 있지 않았나?)

좀 더 엄밀히 말하면, 근대 이후 노예, 예속된 상태가 아닌 ‘일반 자유민’이 이렇게 많이 다른 사람의 지붕 아래서 일했던 적이 없다는 건데요.

원래는 종, 하인을 두는 건 소수 상류층의 특권이었지만, 18~20세기 초반엔 아무리 여유가 많지 않은 중류층이라고 하더라도 하인을 3~4명 두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정도였다고 하니까요. 마치 오늘날 우리가 가정에 냉장고, 세탁기, 식탁 등을 으레 갖추어 두듯요.

* 마셤씨는 3명의 하인을 두고 있었다. 가정부인 웜 여사, 그 마을에 살면서 잔심부름꾼으로 일하던 젊은 처녀 마사 실리, 그리고 제임스 베이커라는 이름의 마부이자 정원사였다 […] 독신 성직자 한 명을 돌보기 위해서 무려 3명의 하인이 필요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과도하게 보이지만, 마셤이 살던 시대(19세기)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 그야말로 하인의 시대라고 할 만했다 [...] 칼 마르크스는 런던 소호에서 항상 빚더미에 시달렸고, 식탁 위에 올려놓을 음식조차 없는 때가 종종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부 한 명에 심지어 개인 비서도 한 명 고용하고 있었다. 집은 좁은데 식구는 많았으므로 그 비서는 마르크스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자야만 했다.

* 하인들의 일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은 종종 규모가 더 작은 가정에서 생겼는데, 더 큰 가정에서 두세명이 할 일을 겨우 한명이 모두 감당했기 때문이었다 […] 연 수입이 1000파운드(*현재 가치로 약 2억2천만원)인 사람은 5명의 하인 […] 심지어 연 수입 150파운드(*약 3천만원)밖에 되지 않는 사람도 다용도 하녀(maid of all work)를 고용할 정도로는 부유하다고 간주되었다.

(*괄호 안 금액은 1850년 영 파운드 기준 - 2024년 원화 변환 (계산사이트))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이하 동일)

확실히 오늘날 돈으로 환산해보니 감이 딱 잡히는 느낌인데요. 오늘날 연봉 3000만원인 사람이, 따로 가사를 위해 ‘전일제 하인’을 구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을테니까요. 실제 당시 얼마나 많은 가정이 하녀를 고용하고 있었는지 어림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하녀는 이미 세탁기, 가스레인지 등 ‘편리한 주방의 친구’들이 발명된 한참 뒤인 20세기 초중반까지도 웬만해선 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기계가 ‘편리하다’해도 당연히 사람이 대신해주는 쪽이 훨씬 안락하니까요.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특히 상류층일수록 더더욱) ‘기본적인 자기 일’조차도 할 줄 몰랐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1850년에 이르자 양국의 대도시에서는 대부분 가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스는 줄곧 중류층만의 선호품이었다 [...] 만사를 하인이 대신해주는 상황에서는 굳이 더 이상의 편의시설에 투자할 급박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한번은 이 양반(10대 말버러 공작,1920년대)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매우 당황해하면서 도로 나왔는데 칫솔에서 치약 거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땠을까요?

우리나라의 상황도 마찬가집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나라는 1960~70년대까지만해도 ‘식모’가 꽤 흔했죠.

1969년에 서울 가정 중 냉장고가 있는 집보다 식모가 있는 집이 열 배는 넘게 많았다고 하고요(!)2). 조선일보 조사에 따르면 1970년대 초 서울의 가정 10가구 중 약 3가구(31.4%·24만6000명)가 ‘식모’를 두었다고 하네요. 그닥 멀지 않은 ‘올드-노멀’이라 할 만합니다.

공지영 소설 <봉순이 언니>는 1960년대 식모살이를 했던 봉순이 언니에 대한 소설입니다. 당시 무작정 상경한 도시 빈민 어린 여성들은 식모살이 외에는 거의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에 '재워주고 먹여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했습니다. (왼쪽) 1976년 공급된 잠실주공아파트 5단지(35평형) 평면도. 가운데 가정부방이 따로 표시되어있습니다. / 동아일보(링크),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정찬일이 쓴 <삼순이: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은 우리나라의 ‘식모’ 등 근현대 시기 여성들이 주로 종사했던 직업의 역사를 다룬 흥미로운 책인데요.

위의 <거의 모든 사생활에 대한 역사> 속 영국과 마찬가지로, 19세기 노비 세습제 폐지 이후(고종,1886) 일제시대, 6.25 전쟁 등을 거쳐 ‘식모’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에서도 ‘발명’되고 또 보편화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는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 얼마나 식모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당시의 기사 대목들입니다.

* ‘밥만 굶지 않고 사는 서울의 가정이면 모두 식모를 두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1966)

* ‘우리 동네 중류 가정들, 빠듯한 수입원을 가진 가정에서도 식모를 두고 있다.’ (1968)

* ‘서울 성북구의 한 표본조사에 의하면 셋방 사는 가구의 7할5푼(75%)이 식모를 두고 있다’(1967)

이쯤에서 두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대체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그리고 ‘그런 시대는 왜 끝났을까?’

2)물론 1969년엔 냉장고가 국내에 도입된 초기라 가격이 웬만한 도시 노동자의 몇달치 월급 수준이었고(링크), 이 때문에 냉장고 보유 가구비율이 굉장히 낮았던 탓도 있긴 합니다만, (오늘날 심지어 원룸에도 있는) 냉장고와 하녀의 대비가 꽤 강렬해서 둘을 나란히 비교해보았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박해천, 2011)에 따르면, 식모 고용 가구는 당시 대략 전화기 보유 가구 비중과 비슷했다고 하네요.(약 30%)

【3.‘가난한 일꾼’의 무한 공급 : 사람 아래 사람】

1) 우선 ‘대체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곰곰 살펴봅니다.

여기서의 ‘이런 상황’이란 물론, 오 시장의 원대한 꿈처럼, 가사노동을 대신 수행해주는 노동이 ‘그림의 떡’이 아닌 ‘보편적 떡’이 된 상황을 말합니다.

핵심부터 말하자면, ‘사람 아래 사람(下人)’ 있었기 때문입니다.

빌 브라이슨(<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에 따르면, 근대 영국에선 17세기 이후 토지 수탈, 농업 등 모든 분야의 기업화, 산업화로 인해 대부분의 서민들이 적당히 자급자족하며 도란도란 사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 고향을 떠나 ‘자발적으로 쥐꼬리 임금을 받고서라도 일하고자 하는 가난한 뜨내기들’이 도시로 물 밀듯 쏟아져 나왔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유례없이 풍부한 ‘빈민 공급(!)’으로 인해 이전에는 극소수 귀족들만의 특권이었던 종, 하인이 중하류층에게까지 보편화될 수 있었다는 거죠.

이런 설명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놀라울 정도로 똑같습니다. <삼순이>에서 정찬일은 말합니다.

“전 가구의 30퍼센트 이상이 식모를 두는 현상 [...] 이에 대한 답은 수학 문제의 답처럼 명확하다. 식모들의 인건비가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식구 중 한 입이라도 덜고,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구직자들이 너무나 많았다 […] 어린이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 […] (이로써) 급기야 서민들도 식모를 둘 수 있었다.”

-정찬일, <삼순이>

당시 대부분의 가난한 여성들에게 있어, 밥 굶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그리고 최후의 방책이 식모살이 뿐이었던 거죠.

권정생의 <몽실언니>(1984)는 주인공 몽실이가 학대, 6.25전쟁 등을 지나며 어려운 삶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는 아동 소설입니다. 몽실이는 어릴 적 김 주사 댁에 얹혀살며 '식모'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죠. 제대로 된 '노동' 취급을 받았을리 없습니다 (왼쪽) 1960년 1월 7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식모 학대 사건 기사('사람 대우 못 받는 식모') / MBC, 조선일보

이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이 많아질 수록’ 식모의 공급은 ‘풍요로워’졌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많은 가정은 싼 값에도 마구 식모들을 여럿 부릴 수 있게 됐죠. (심지어 싼값조차 아니라 무임금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식모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니 식모를 구하기 쉬운 것은 당연했다 […] ’동난(動亂·6.25전쟁)이 가져온 선물 중의 하나로 어느 가정이나 식모를 두었다는 것을 들어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물론 단칸짜리 셋방살이, 판자집 살림에도 환경과 가정 형편은 염두에도 없다는 듯이 서로 다투어 너도 나도 식모를 두고 있다.

-‘여원’ 1957년 11월호’

‘동난이 가져온 선물’이라니, 입맛이 씁쓸해집니다만.

실제로 이 책 등에서 ‘식모 공급’이 급격하게 늘어난 주요 시기들을 추려보았더니,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①1910~20년대 : 일제 토지조사 시기 ②1950년대 : 6.25전쟁 이후 ③1967~68년 : 영호남의 기록적 가뭄 ④1973년 : 유류파동으로 인한 실직

비단 특정 개인만의 비극이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이 수십만명씩 쏟아져 나온 비극적 시기였죠.

그리고 이런 ‘가사노동에 대한 저임금’ 및 일상적인 해고의 위협은 결코 ‘인격적인 하대 및 폭력’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2) 이어, ‘그런 시대는 왜 끝났을까?’라는 질문입니다.

그간 과연 오갈데 없는 빈민을 “거두어 먹여주었으니” 윈윈이었을까요? 푼 돈이라도 받을 수 있었으니, 식모들은 감지덕지한 마음으로 살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식모들은 ‘값싼 허드렛일’을 하는 자로서 많은 경우 모진 수모와 모욕을 당했고, 하루에도 15시간을 일하고 언제든 주인이 부르면 대기 중이었어야 했습니다. 이 때 노동의 ‘싼값’과 ‘인간적 모욕’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긴밀하게 붙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애초에 보잘것없는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하대가 있었기에 저임금으로 부릴 수 있었고, 언제든 해고가 가능했으며, 이는 인격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현재진행형인 홍콩, 싱가폴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사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대체로 임금만 적게 받고 존중 받는 직업이란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근래에 종이란 것은 거의 없어진 모양이오 […] 이것이 얼른 보기에 자유인 듯하나 기실은 붙박이 종보다도 도리어 생활의 안정이 없다. 종은 병이 나면 치료해주고 자식이 나면 길러주고 죽으면 묻어주지마는 남의집살이 하는 부인은 언제 쫓겨날른지도 모른다 [...] 이리 하여 가정 안에서도 아직도 상놈과 양반 상전과 종의 계급이 분명히 살아 있다.”

-동아일보, 「어멈 문뎨」, 1926

최저임금법조차 적용받지 못했던 가사관리사들이 2022년부터 4대보험 및 최저임금을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으로 인해 사실상 물거품이 되리라는 우려가 높습니다. (왼쪽·링크) 홍콩서 일하는 필리핀 해외이주노동자(OFW)들이 센트럴역 인근 상가에 모여 일요일을 보내는 모습. 일각에선 본국에서보다 돈을 많이받으니 '감지덕지'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먹고 사는 데는 그 도시의 물가로 돈이 듭니다. 이때문에 이들은 유일하게 쉬는 날에도 휴가를 누리지 못하고 길거리에 모여 날을 보냅니다. / 경향신문, 홍콩OFW

대부분의 하녀들은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일을 했고요. 이처럼 하녀들의 불만이 높다보니 고용주 입장에서도 “안락해야 할 집이 가시방석 같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고요 - 이는 대체로 자업자득이었습니다만, 중요한 건 ‘저임금 노동’과 모멸적 태도가 - 찻잔 안에 앉아 발장구를 치면 제 몸까지 흔들리듯 - 고용주에게도 좋지 않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가정이라는 공간 내에선요.

일상화된 차별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적 효과를 미쳤을리 없습니다. 심지어 1956년의 한 언론사 설문조사에서는 ‘식모나 사동보다 강아지를 더 우대하는 것은 정당하다’라는 질문에 무려 45%나 되는 대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1970년대 이후 여성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식모’라는 단어 대신 ‘가정부(家政婦)’ 파출부 등의 명칭으로 대체되고 월급이 높아지자, 자연스레 ‘하녀의 시대’ - 인간 아래 인간 으로 운영, 유지되어온 시대가 문을 닫게 된 것입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대하자는 데에 대한,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4.하인은 정말로 사라졌는가? : 유령이 된 ‘허드렛일’】

하지만 진짜 문제는, 오늘날 ‘하인’이 사라진 것 같아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하인이 사라진 시대에, 사람들은 기존에 하인이 하던 모든 일을 기계라든지 시스템이 자동으로 한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가사(세탁, 청소 등)를 기계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기준이 높아지면서 일 자체가 더 복잡해진 문제도 있긴 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가정 내 양육 및 (아이 및 노인, 약자) 돌봄'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보이지 않는 노동' 취급당하며, 그간 가정 내 누군가가 무임금으로 혹은 저임금 허드렛일로 떠맡아온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짧게 살펴볼 매들린 번팅의 책 <사랑의 노동>의 부제는 '가정, 병원, 시설, 임종의 침상 곁에서 돌봄과 관계와 몸의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논픽션 작가인 매들린 번팅은 스스로도 아이를 낳아 양육해본 경험이 있는 여성인데요. 그는 가정과 병원, 시설 등 우리 사회에 '돌봄'이 존재하는 곳들을 찾아 다니며 돌봄을 주고 받는 이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이 호소력 있는 책을 읽으며, 제가 가장 주목한 대목은 20세기 중후반, 하인이 사라지면서 이들이 하는 일 자체가 사라지지 않았고 - 대신, 비가시화되었다는 점입니다.

돌봄을 핵가족이 떠맡아야 할 책임으로 보는 것은 20세기 후반에나 생겨난 최근의 현상이다 [...] 20세기 중반의 중산층 여성에게 ‘하인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었다. 식모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가내에서 수행해야 하는 돌봄의 임무를 온전히 맡아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여성의 노동시간 참여가 증가하는 동안, 가사노동은 세탁기나 식기세척기 같은 기술 발달로 해결되리라고, 혹은 저녁이나 주말에 몰아서 하면 되리라고 간단히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애초에 여성이 집에서 정확히 어떤 일을 해왔는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돌봄 위기의 핵심에는 오랜 역사 내내 이어져온 돌봄노동의 비가시성이 있다. 이러한 비가시성은 가내 돌봄노동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모든 영역의 돌봄노동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매들린 번팅, <사랑의 노동>(이하 동일)

저자는 이런 비가시성이 가장 큰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노동을 더욱 더 존중하지 않고, 누군가 무임금으로 떠맡도록 계속 사회적으로 강압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돌봄경제에 시간, 돈, 가치를 투자하지 않으며, 돌봄의 관계에 흐르고 있는 시간, 관심, 공감, 존중, 신뢰, 존엄, 호혜, 연대를 인식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사회는 양질의 돌봄이 충분한 보상과 좋은 노동 조건, 적절한 자금 지원, 효과적인 조직 관리, 문화적 인정과 같은 더 큰 맥락에 달려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다. 지겹도록 신화화되는 것과 달리, 돌봄은 성인이나 천사나 영웅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체제, 돌봄을 없는 일 취급하는 체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합니다.

이유는 우리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으며, 현재를 지속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마치 얇은 나뭇가지위에 몇명이 올라갈 때까지 버티고 있는지를 바라보며 멍하니 요행을 바라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저자는 이에 '돌봄'의 가치 자체를 받아들이고, 저평가된 돌봄을 제자리에 올려놓는 것을 통해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당연히 경제적 문제를 포함하고, 또 우리 모두가 돌봄의 업무를 나누었어야 한다는 - 수백년 넘은 과오를 바로잡는 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허리 위에 올라가 편하게 누렸던 과거는 모두가 행복한 풍경이 아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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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캐번디시는 “이 여성들이 하는 일은 나는 결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냥도 하기 어려울텐데 그들처럼 밝은 빛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라고 인정했다…”나는 돌봄에 이렇게 헌신적인 사람이 많다니, 우리 사회가 믿을 수 없게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계속해서 당연시한다면,…우리가 나이 들었을 때는 그러한 사람들이 여전히 곁에 있으면서 우리를 돌봐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매들린 번팅, <사랑의 노동>

【5.맺음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가사노동에 지쳤습니다.

버거운 게 당연합니다.

불과 반 세기 전까지만 해도, 하인까지 두어가며 달성했어야 하는 '기준'인데 - 이제는 출퇴근까지 하면서, 일과 가정, 육아를 도맡아야 하는 '슈퍼우먼'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출생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제대로 된 삶을 살 수조차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체로 '윗분'들이 '사람 아래 사람'을 다시 동원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레터를 통하여,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런 방법('올드-노멀')으로는 안된다고요.

실은 처음 이 레터를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역사책을 읽다가 의외로 최근까지도 '하인'이 굉장히 많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에 깜짝 놀랐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런 일이 있었군. 나는 왜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 참 신기한 일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레터를 쓰는 도중에 점차 갈수록 과연 오늘날에는 '하인'이 없어졌다고 할 수 있는가? 그간 해왔던 일은 대체로 누가 간신히 떠맡고 있는 일인가?라는 질문이 제 안에서 터져나왔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돌봄, 가사노동의 특성 상 갑자기 ‘없던 것이 뿅’ 생겨나지 않을텐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간(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그 일을 간신히, 보이지 않게 떠맡아 온 사람들이 있다는 얘깁니다.

'싼 값'에 처리해도 될 일 취급 받는 일을 버티며 해온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그런 노동을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저평가 받아온 일들, 그런 일을 떠맡아온 사람들이 있다면 과연 오늘날에 '하인'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자님들도 오늘 레터를 통해,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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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삶을 조금이나마 덜 고단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면 우리 삶이 무슨 의미겠어요?- 조지 엘리엇, <미들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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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의 삶에 대해 우리가 하는 커다란 오해 가운데 하나는 우리 삶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착각하는 일일 것이다.” -소영현, <하녀>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빌 브라이슨, 박중서 옮김,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 까치, 2011.

-오늘 레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책입니다. 실은 예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꽤 두꺼운 책이라 엄두를 못내고 있던 중, 직접 읽다보니 의외로 내가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 전혀 맞닥뜨리리라 기대하지 않았던 키워드('하인')가 가장 인상깊게 떠올랐고 - 왜 '하인'이라는 키워드가 낯설게 다가왔을까? 왜 그간 하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다루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질문 자체에 천착하다보니 오늘날의 저임금 가사노동자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함께 엮어보게 되었습니다.

꼭 책 전체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되는 종류의 책이므로, 슥 훑어보시다가 관심이 가는 대목을 골라 읽으셔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앞부분의 '아마추어 교구목사' 관련 이야기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김덕호, 『세탁기의 배신』, 뿌리와이파리, 2017.

-예전에 <가속사회> 관련 레터에서도 짧게 소개한 바 있는 책인데요. 워낙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라 이번 회차에도 사실 한 챕터 분량으로 내용을 작성했다가, 아무래도 오늘 레터에서는 '하녀'라는 키워드에 집중을 하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거의 들어내었습니다(...👤) 요는 이 책은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에 곧바로 뒤에 이어지는 책이라고도 읽어도 좋은데요(실제로 시대가 미묘하게 <세탁기의 배신>이 뒤쪽입니다). 또한 빌 브라이슨의 책이 영국 상황에 집중했다면, 김덕호의 책은 미국을 주된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국가의 사뭇 다른 '근대-현대화' 방식/시기의 차이가 돋보이기도 합니다.

오늘 다룬 맥락에서 이 책의 메시지를 요약하자면 - "하인이 사라진 시대에 과연 기계는 하인을 대체하였는가?"이고 답은 "전혀 아니다"입니다. 아래 소개한 책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지점인데, 1970년대 이후 하녀에 대한 처우 개선 움직임은 안타깝게도 실질적으로 '가사노동'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주부의 무임금 노동으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하녀를 쓰는 주부의 게으름, 낭비벽 등을 비판)

그리고 이 책마저도 다소 이전의 이야기(20세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축을 조금더 우리쪽으로 당겨와보자면 오늘날 주부-워킹맘의 많은 업무는 '기획노동(매니징)'과 '육아/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글 속 한문장-KBS 다큐멘터리 참조) 그리고 실은 '돌봄'이라는 무형의-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일들이 대부분을 채우고 있을 것입니다.

매들린 번팅, 김승진 옮김, 『사랑의 노동』, 반비, 2022.

-영국 논픽션 작가인 매들린 번팅이 직접 가정(에서의 자신의 경험) 및 병원, 돌봄시설 등을 돌아보며 과연 오늘날 돌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식으로 은폐되고 보잘 것 없는 취급 받아왔는가를 묻고, 또 이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고민한 책입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가정 내 돌봄' 이야기에 집중을 했기 때문에 책의 앞부분을 주로 참고하였습니다. 얼핏 흔한 컨셉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저자의 집요한 취재와 글솜씨로 돌봄과 관련해 다양한 해찰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현장 취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풍부한 문헌 인용도 함께 되어있어 인용을 읽으며 함께 고민해보고 또 다른 읽을거리를 추천받을 수도 있습니다.

소영현, 『하녀』, 문학동네, 2024.

정찬일, 『삼순이 : 식모, 버스 안내양, 여공』, 책과함께, 2019

-최근 출간된 문학평론가 소영현의 <하녀>(평론집)와 2019년에 출간된 정찬일의 <삼순이>입니다. <삼순이>의 경우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 식모, 버스 안내양, 여공에 대해 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다루고 있는데요. 이 중에서도 '식모'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역사책이나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많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소영현의 <하녀>는 문학평론집인만큼 문학 작품들을 바탕으로 '하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는 이 책에서 과연 '하녀가 오늘날 없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하녀, 식모의 삶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에 소개된 소설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가사노동은 ‘최저가 경쟁상품’이 아니다

독서시간: 약 4분 / 글자수: 약 1600자

🖍글 속 한 문장

출산과 함께 일과 가정, 육아라는 세 개의 공을 저글링하는 상황이 되자 나는 또 엄마에게 손을 벌렸다. 육아도우미 도움을 받았다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라도 했겠지만, 엄마에게 드리는 용돈은 공식적인 노동으로 기록되지도 못했다. 온기가 있는 집에서 가족을 먹이고, 나가서 일과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사람을 돌보는 데에 엄청난 공짜노동이 녹아 있다는 걸, 그 혜택을 누리면서 ‘엄마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최근 SNS에서 이슈가 된 가사노동 관련 경향신문 칼럼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온기가 있는 가정'에서 편하게 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노동/대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이 켜켜이 쌓여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를 단지 다음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연쇄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요. 오늘 레터에서 다루어보진 못했지만, 실은 집안일, 돌봄이 지나치게 피곤한 일이 된 것은 노동시간 자체가 지나치게 길어진 탓도 큽니다. 저출생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 시간 축소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해왔습니다.

‘한달 담뱃값’으로 식모를 두다

독서시간: 약 7분 / 글자수: 약 3200자

🖍글 속 한 문장

'식모' 없는 서울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때가 있었습니다. 1960~1970년대 서울의 두 집 중 한 집에선 식모를 뒀습니다...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소녀들은 남의 집 부엌에서 서울살이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이른 새벽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식구들이 다 들어온 후 문단속까지 마친 뒤에야 잠자리에 들었던 그들은 도시의 가정 살림을 움직이는 동력이었고, 농촌의 경제를 일부 지탱하는 버팀목이었습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중앙일보의 기획 기사 <이모를 찾아서>입니다. 오늘 다룬 20세기 중후반 식모에 얽힌 이야기를 사료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사입니다. 당시 가계부를 보면 실제로 '담뱃값 1500원' '식모 1500원'이라고 쓰여있었다고 하는데요. 당시 환율이 어떤지는 몰라도, 한달 담뱃값이 10~20만원을 넘긴 어려울텐데, 이정도 가격에 식모를 둘 수 있었다니 깜짝 놀랄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하녀>나 <삼순이> 책을 읽어보면, 심지어 '무임금'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응답도 많았고 또한 임금을 주는 시점이 '매달' '매주' 등이 아니라 '시집갈 때'(!)인 경우도 꽤 되었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노동자 취급을 하지 않은 거죠.

‘싼 값 가사도우미’가 해결책이라고?

독서시간: 약 9분 / 글자수: 약 4300자

🖍글 속 한 문장

세계는 가사노동자를 내보내고 받아들이는 망으로 연결돼 있다. 국제가사노동자연맹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각 가정에 고용돼 돌봄·청소·운전·경비 등을 하는 15세 이상 가사노동자는 전 세계 약 7560만명이다[...]그중에서도 이주 가사노동자는 전체 가사노동자의 15%에 해당하는 1150만명에 달한다[...]앞서 도입한 나라들 사례에 비춰봤을 때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돌봄 노동을 해결하기 위한 ‘손쉬운 해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한 사회가 그동안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문제를 새로이 맞닥뜨리게 될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최저임금 이하의 가사도우미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의 공통적인 논지는 "이들이 한국에서 적게 받아도 본국에서 받는 것보단 많이받지 않느냐"입니다. 하지만 '노동' 그 자체를 놓고보면, 같은 종류의 노동을 하는데 단지 출신 국가가 다르다는 이유로만 차별을 하는 것이고 이런 국가에 기반한 임금 차별은 ILO에 의해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한 특정 직종에 한해 최저임금 이하 노동을 허용한다면, 기존에 국내에서 일하던 동일 직종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과거 '식모'들을 무임금에 가깝게 부리던 고용주들의 목소리가 겹쳐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거두어 먹여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한다고요.

그림자 노동의 그림자, ‘기획노동’

KBS 다큐멘터리 <창>(약 50분)

🖍글 속 한 문장

"우리가 회사를 운영하고 유지할 때 기획은 핵심 부서의 책임급, 관리자급들이 기획을 하게 됩니다. 그것처럼 가사 일에 있어서도 의식주, 자녀돌봄, 가족 간의 교류 행사 등등...일정을 짜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것인지 기획하는 것은 가족 생활에 매우 핵심적인 일이고요. ..."

👤김스피의 블라블라

예전에 맛있는 딸기가 세일하길래 즐겁게 사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몇알 먹고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한동안 잊었다가 다시 찾아보니 먹을 수 없어져서 크게 실망했던 기억입니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먹는 값은 실은 식재료 자체의 구입가격 외에도 냉장고를 신경쓰는 값까지 포함되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안일은 사실 수많은 '신경쓰기, 기억하기'의 연쇄입니다. 휴지가 떨어지지 않았는지, 겨울옷 드라이클리닝은 어떻게 할지,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지...특히나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학원 알아보기, 학교 준비물, 돌봄서비스 신청 등 신경쓸 것이 아주 많죠. 하지만 이런 종류의 노동은 그림자 노동의 그림자같은 것으로, 아예 존재 자체가 무시되어왔습니다. KBS 다큐팀은 이 노동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기획노동'이라고요. 이 영상에는 <세탁기의 배신>을 쓴 김덕호 교수가 인터뷰이로 등장해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 회차의 반응

지난 회차(‘소리 없는 목소리들 : 누칼협 시대의 대자보’)에 대한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모아 소개합니다. 편지로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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