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 한다

김선경 기자

대화 중 상대가 잘 알아듣지 못해 답답할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알아야 면장이라도 한다.” “뭘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고 하기도 한다.

아는 게 없으면 정말 ‘면장’을 못할까? 그렇다. 말장난하느냐고 나무라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여기서 ‘면장’은 흔히들 알고 있는 면(面)의 행정을 맡아보는 으뜸 직위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면장(面長)이 아니다.

‘알아야 면장이라도 한다’의 면장은 한자로 面牆(또는 面墻)으로 쓴다. ‘면장’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인 ‘면면장(免面牆)’에서 유래되었다.

‘면면장(免面牆)’에서 장(牆 또는 墻)은 담벼락을 뜻한다. 그래서 ‘면면장’이라고 하면 담벼락을 대하고 있는 것과 같이 앞이 내다보이지 않는 상황을 면(免)한다는 뜻이 된다. 곧 견문이 좁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면면장’에서 앞의 면(免)자는 떼어버리고 ‘면장(面牆)’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발음이 같고 우리에게 익숙한 면장(面長)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생긴 듯하다.

그러나 ‘알아야 면장이라도 한다’에서 ‘면장’은 면장(面長)과는 전혀 상관없다. 학식이 있어야 담벼락을 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즉 사람이 어떤 일을 하려면 그와 관련된 지식이 적당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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