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문화와 삶]끝의 시작

지난 4일 홍대앞 라이브 클럽 ‘타’가 문을 닫았다. 9월 영업 종료를 발표하고 18일부터 마지막 날까지 ‘클럽 타는 고맙습니다’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공연을 했다. 이곳에서 종종 게릴라 공연을 했던 이승환을 비롯, 많은 밴드와 음악인들이 11년 역사의 끝을 함께했다. 4일에는 이 클럽의 운영자인 전상규와 김대우가 이끄는 와이낫의 공연이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후엔 뒤풀이가 있었다. 여기서 공연을 하거나 관람했던 많은 이들이 생맥주통과 냉장고를 비웠다. 새벽이 깊어갈 무렵, 너나 할 것 없이 무대 위에 올라 술을 마셨다. 10년 동안의 암묵적 금기였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밖으로 나가기 직전, 킹스턴 루디스카의 최철욱이 트롬본을 꺼냈다. 그가 연주한 곡은 ‘Farewell’, 클럽 타에서 마지막 울린 곡이 됐다. 모두를 내보내며 전상규는 잠시 혼자 있겠다고 했다. 새벽 4시4분, 간판 불이 꺼졌다. 전상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온 전상규에게 헹가래를 선사한 후 단체 사진을 찍었다. 클럽 타의 마지막 풍경이다.

2000년대 중반은 홍대 라이브 클럽의 세대교체가 완료되는 시점이었다. 90년대 중반, 음악 애호가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음악을 틀어주는 술집에 날마다 모여 있다가 어느 날 공연을 시작하며 형성된 게 1세대 라이브 클럽 문화다. 드럭, 스팽글, 빵, 마스터 플랜 등 이제 전설이 된 공간들이 그렇다. 2000년대 들어 보다 좋은 시설과 환경을 갖춘 공간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쌈지스페이스, 사운드홀릭, DGBD 등이 그랬다. 지난 6월 몇 주에 걸쳐 페스티벌 형태의 10주년 공연을 가진 클럽 타도 그중 하나다. 앞에 언급한 라이브 클럽들 대부분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클럽 타는 10년간 고유의 색을 유지한 채 자리를 지켜왔다.

운영진이 뮤지션인 덕에 공연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션들이 모여 술을 마시는 사랑방 역할도 해왔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핼러윈과 더불어 ‘홍대 3대 명절’이 된 경록절(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인 한경록의 생일 파티)이 지인들만 오는 파티에서 홍대 음악인들의 축제가 된 곳도 클럽 타가 기점이었으며, 2008년 김창완 밴드로 복귀한 김창완이 활동 재개를 알리는 파티를 열었던 곳도 클럽 타였다. 이승환도 홍대앞에서 번개 공연을 할 때마다 클럽 타에 종종 서곤 했다. 이제는 음원차트 1위를 어렵지 않게 차지하는 10센치가 데뷔한 클럽도 이곳이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10센치는 스타가 된 후에도 매년 클럽 타의 개관기념 공연에 기꺼이 서곤 했다. 개인적으로는 첫 내한 공연 후 며칠간 홍대앞 이곳저곳에 출몰했던 데미언 라이스가 비밀리에 클럽 타에서 술을 마실 때,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흥분했던 일도 떠오른다. 그렇게 11년이 흘렀고 임대료도 치솟았으며 한때 문화 특구로 논의되던 홍대앞은 관광특구로 지정될 예정이다.

라이브 클럽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클럽 타는 그래도 많은 이들의 아쉬움 속에 축제처럼 문을 닫았지만 소리소문없이 영업을 종료하는 곳들도 많다. 이는 단순히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임대료가 높더라도 그만큼 관객들이 들어차고 입장료도 올릴 수 있다면 균형이 맞을 터, 하지만 임대료 상승 속도와 라이브 클럽 시장 규모의 반비례 곡선이 그려지고 있는 게 지금 홍대앞 음악신의 현실이다. 음악의 주소비층인 10~20대가 즐겨 듣는 장르가 밴드·싱어송라이터에서 힙합과 EDM으로 넘어갔다. 시장은 축소되고 임대료는 오르니 이익보다는 생존이 지상명제가 된다. 다른 라이브 클럽들도 홍대앞을 떠나 망원동, 연남동 등 인근 지역으로의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제는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명동, 이태원, 신촌을 이어 한국 하위 음악 역사의 계보를 책임져왔던 홍대앞과의 조용한 작별을. 애석하지만 시대는 때때로 그렇게 흘러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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