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잡다’는 접두사 ‘겉’과 동사 ‘잡다’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이다.
‘겉잡다’에서 ‘겉’은 양이나 정도를 나타내는 단어 앞에 붙어 ‘겉으로만 보아 대강한다’는 뜻을 더하는 말이다. ‘겉가량, 겉대중, 겉어림, 겉짐작’의 ‘겉’이다. 이들은 모두 ‘겉잡다’와 의미가 상통한다. ‘겉’은 일부 명사나 용언 앞에 붙어 실속과는 달리 ‘겉으로만 그러하다’는 뜻을 더하기도 한다. ‘겉멋, 겉치레, 겉핥다’의 ‘겉’이 그러하다.
동사 ‘잡다’는 ‘어림하거나 짐작하여 헤아리다’란 뜻을 갖고 있다. “이 책들을 권당 5000원으로 잡아도 100권이면 50만원이다”에서 쓰인 ‘잡아도’가 ‘잡다’의 활용형이다. 해서 ‘겉잡다’는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다’란 의미다. ‘겉잡다’는 주로 ‘겉잡아도’ ‘겉잡아서’ 꼴로 쓰인다.
한데 소리가 ‘걷짭따’로 같아서인지 ‘겉잡다’를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서의 ‘걷잡다’와 혼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걷잡다’는 ‘거두어 잡다’의 줄임말로, ‘잘못 치닫거나 기우는 형세 따위를 바로잡다’ ‘마음을 진정하거나 억제하다’라는 뜻이다. ‘걷잡다’의 첫 받침에 ‘ㄷ’을 쓰는 것은 ‘거두어’에서 쓰인 ‘ㄷ’ 받침에서 비롯되었다. ‘걷잡다’는 주로 부정형으로 쓰인다. 따라서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는 ‘걷잡을 수 없는’에서 보듯 ‘없다’와 잘 어울리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