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머리가 텅 빈 사람을 벌레에 빗대어 이르는 말로 ‘무뇌충’이 널리 쓰였다. 그 기세로 ‘무뇌충’은 국립국어원 신어사전에도 올랐다. ‘무뇌충’을 떠올려서인지 사람들 사이에서 ‘무뇌한’이란 말도 많이 쓰인다.
물론 ‘무뇌한’이란 말은 없다. 한데 소리가 정확히 ‘무뇌한’으로 난다. 그 때문인지 ‘무뇌한’으로 참 많이들 쓴다. 무엇을 잘 모를 때,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아님을 밝힐 때 흔히 하는 ‘~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대신 쓰는 말이다. ‘문외한’ 이야기다. ‘무뇌한’은 ‘문외한’의 잘못이다.
‘문외한(門外漢)’은 본래 문(門) 밖(外)에 있는 사내(漢)를 뜻한다. 어느 집에서 왁자지껄한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밖에서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다. ‘문외한’은 집 안에서 벌어지는 사정을 전혀 알 수 없다. 여기서 어떤 일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이란 의미가 생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일에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란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외한’의 ‘한’은 ‘남자’ ‘사내’ ‘사람’을 뜻한다. ‘한’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와 관련된 사람’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무뢰한(직업이 없이 불량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 아라한(성자), 인색한(인색한 사내), 파렴치한(뻔뻔한 사람), 호색한(여색을 밝히는 사람)의 ‘한’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