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중 ‘하릴없이’라는 표현이 있다. 발음이 비슷해서인지 이 ‘하릴없이’를 ‘할 일 없이’와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릴없이’는 ‘하릴없다’에서 나온 부사다. ‘하릴없다’는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다. 그런데도 ‘해야 하는 일 없이’ 또는 ‘하고자 하는 일 없이’라는 뜻으로 많이들 쓴다.
물론 ‘하릴없다’에는 ‘일이 없어서 한가하게 지내다’란 의미가 없다. ‘하릴없다’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고 방도가 없다’는 뜻이다.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렸으니 꾸중을 들어도 하릴없는 일이다”에서 보듯 어쩔 수 없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나타낼 때 흔히 쓸 수 있는 표현이다.
‘하릴없다’에는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의미도 있다. 이 경우 ‘하릴없다’는 ‘영락없다’ ‘간데없다’와 의미가 상통한다. 반면 ‘하릴없다’와 소리가 비슷한 ‘할 일 없다’는 글자 그대로 일이 없어서 한가하다는 말이다. 정말 해야 할 일이 없어 한가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을 때 딱 들어맞는 말이다.
간혹 ‘할일없다’처럼 붙여 쓰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면 틀린 말이 된다. ‘할일없다’는 하나의 낱말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할 일 없다’처럼 세 단어로 띄어 써야 한다. 국어사전은 ‘할일없다’처럼 붙여 쓴 말은 ‘하릴없다’의 북한어라고 밝혀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