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나머지 예기치 않은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갑자기 벌어지는 이런 상황을 가리켜 흔히 ‘엉겁결’이란 말을 쓴다. 한데 마지막 음절 ‘결’의 영향 때문인지 ‘엉겁결’을 ‘엉겹결’로 쓰는 사람이 적잖다. ‘엉겹결’은 틀린 말이니 주의해야 한다.
‘엉겁결’은 ‘엉겁’과 ‘결’이 만나 하나의 단어가 되었다. ‘엉겁’은 끈끈한 물건이 마구 귀찮게 달라붙은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신발이 진흙으로 엉겁이 되었다’처럼 쓰는 그 ‘엉겁’이다. ‘결’은 ‘때’ ‘지나가는 사이’ ‘도중’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귓결’ ‘꿈결’ ‘말말결’(이런 말 저런 말 하는 사이) ‘아침결’ ‘잠결’의 ‘결’과 같다. 이처럼 ‘결’이 붙은 말들은 뒤에 ‘에’라는 조사를 붙여 ‘귓결에, 아침결에, 엉겁결에’ 등과 같은 부사로 사용된다.
원치 않는 끈끈한 물질이 몸에 달라붙으면 정신 줄을 놓기 쉽다. 여기서 ‘엉겁결’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엉겁결’은 정신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점에서 ‘얼떨결’과 의미가 상통한다. ‘얼떨결’은 ‘얼결’과 한뜻이다. ‘얼결’도 ‘얼결에’ 꼴로 주로 쓰인다.
글쓴이가 엉겁결에 쓰겠다고 해 시작한 ‘알고 쓰는 말글’이 5년이 되었다. 어줍은 우리말 실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넘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제 종착역이 보인다. 마지막 ‘작별 인사’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