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걸림돌, 원전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최근 일각에서 탈원전 반대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 와중에 집권 여당의 한 중진 의원마저 가세해 정부가 백지화하기로 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를 주장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를 이유로 석탄화력 대신 원자력을 늘리는 게 더 낫고 원전 수출을 위해 원자력산업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녹색세상]에너지전환 걸림돌, 원전

원전지지자들이 얼마나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있는지, 다음 질문들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1) 원자력 발전, 정말 안전한가? 2) 현재의 탈원전, 너무 급한가? 3) 원전 수출이 경제적으로 득이 될까? 4) 탈원전은 공학 포기에 일자리 줄이는 일일까? 5) 원전은 효율개선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과 공존할 수 있을까? 6) 원자력발전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해결에 도움이 될까?

원전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전기술은 결코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원천적 위험기술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선진 산업국가, 그것도 안전관리국으로 정평 난 일본에서 일어났기에. “원자력 안전은 신화다.” 후쿠시마 사고의 값비싼 교훈이다. 우리 국토는 일본보다 더 좁고 원전 주변지역 인구는 더 많으며 원자로가 훨씬 더 조밀하게, 그것도 한 부지에 더 많이 입지해 있다. 신한울 3·4호기까지 지으면 무려 10기(11.5GW)가 한 지역에 입지한다. 세계 최고 원자로 수에 최대 규모다. 무엇보다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부지와 관리방안도 없이 원전 건설을 늘리는 건 참으로 무책임하다. 지금도 심각한데, 계속 지으면 그 부담은 체증할 것이다. 원전산업을 위해 우리 안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의 탈원전 속도, 외국과 비교하면 사실 너무 더디다. 현재 원전 24기(22.5GW)에서 2022년엔 28기(28.9GW)로 도리어 늘어난다. 2031년엔 18기(20.4GW)로 줄어드나 여전히 현재 시설용량의 90.7%에 달한다. 신고리 5·6호기가 완성되면 자그마치 2083년에 가서야 원전 제로가 가능하다. 만약 신한울 3·4호기가 건설된다면? 이 시점조차 뒤로 밀린다.

원전 수출로 돈을 번다? 1기 수출로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중형차 25만대 수출효과란다. 그렇다면 최근 일본의 미쓰비시가 터키와 베트남에서, 히타치와 도시바가 영국에서 왜 원전 사업을 포기하거나 접었을까? 히타치의 예상 손실액이 무려 3조원에 달하는데도. 후쿠시마 사고 후 원전 안전 규제 강화로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게다가 원전 수출은 대부분 건설 후 운영을 통해 투입 자본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그 사이 사고라도 난다면? 무엇보다 세계 원전시장 축소로 수출할 곳이 없다.

원전 축소가 공학 포기란 건 이해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 분야나 에너지 효율 개선 분야 기술 혁신이야말로 공학적 접근을 필요로 하고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 미국 핵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동일 자본 투입으로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일자리 창출은 원자력의 2배 이상이다. 이제 업종 전환과 함께 건설 위주에서 벗어나 원전 안전 강화와 해체, 방사선, 사용후 핵연료 처분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원자력발전은 에너지전환의 징검다리가 아니라 걸림돌이다. 정지와 운전 재개가 어려운 원전은 지속적으로 대규모 전력을 생산해내고 중앙집중적 에너지 시스템을 고착화한다. 에너지 수요관리 여지가 적고 수요의 시간별 계절별 편차를 반영한 탄력운영이 어렵다. 그래서 낭비적인 에너지 소비 행태가 지속되기 십상이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는 시간을 다투는 긴박한 문제다. 건설 공기가 긴 원전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효율개선과 절약으로 소비를 저감하면서 공기가 빠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가 보다 합리적인 해결방안이다. 그야말로 에너지전환이 긴급히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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