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의 옆집물리학]대칭

독자에게 묻는 질문이다. 매일 거울에서 보는 얼굴은 진짜 내 얼굴일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다른 이가 보는 내 모습과 정확히 같은 걸까? 매일 거울을 보면서 머리 모양과 옷매무새를 정돈하는 모두에게 이 질문은 무척 엉뚱하게 들리리라. 그리고 이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라고 답한 분이 많으리라. ‘삑!’, 정답이 아니다.

매일 거울을 보며 살지만, 거울에 비친 모습은 진짜 내 모습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울은 늘 좌우가 뒤바뀐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른쪽 눈 밑 작은 점이 거울에서는 왼쪽 눈 밑에 보인다. 왼팔에 시계를 찼는데 거울 속의 나는 오른팔에 시계를 차고 있다. 매일 거울을 보지만, 난 단 한 번도 내 참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익숙하다고 진실은 아니다.

[김범준의 옆집물리학]대칭

많은 이가 아름답다고 하는 얼굴에는 공통점이 있다. 좌우대칭인 경우가 많다. 정면 얼굴 사진 한가운데에 수직선을 긋고 얼굴의 왼쪽과 오른쪽을 뒤집어서 원래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얼굴이 대칭인지 알 수 있다. 휴대폰에는 사진을 좌우로 뒤집어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독자도 한번 해보시라. 원래의 사진과 좌우가 바뀐 사진, 둘 중 하나가 좀 더 나아 보인다는 사람이 많다. 둘의 차이가 적을수록 잘생기고 예쁜 얼굴일 가능성이 크다. 얼굴의 대칭성은 유전적, 환경적 결함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대칭성이 매력적인 이유다.

여러 사람의 얼굴 사진을 겹치고 겹쳐 합성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인터넷에서 이렇게 합성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상당히 매력적인 얼굴로 보인다. 그 이유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왼쪽 눈이 오른쪽 눈보다 큰 사람도 있지만 거꾸로 오른쪽 눈이 조금 더 큰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의 얼굴 사진을 더하는 과정에서 이 둘의 경향은 서로 상쇄되어 결국 양쪽 눈의 크기 차이가 거의 없는 대칭적인 모습의 합성 사진을 얻게 된다. 100명의 얼굴 사진에서, 비록 한 사람의 입술 바로 왼쪽에 점이 있다 해도, 나머지 99명의 사진 중 정확히 같은 위치에 점이 있는 얼굴이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전체 합성 사진에서 한 사람의 얼굴에 있는 점의 도드라짐은 100분의 1로 줄어 주변 피부색과 비교해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된다. 제각각 다른 위치에 잡티가 있는 많은 이의 얼굴 사진을 더해 나가면, 잡티가 눈에 띄지 않는 매끈한 피부의 얼굴이 된다. 결국 피부도 매끈하고 얼굴도 좌우대칭인 사진을 얻게 된다. 평균은 대칭을 만들고 대칭은 아름답다.

왜 사람들의 평균얼굴이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우리가 어떤 얼굴에 끌리는 것이 자손을 남기는 과정에서 더 유리한지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다. 키나 몸무게, 혹은 두 눈 사이의 간격처럼 연속적인 값을 갖는 사람의 표현형질의 발현에는 여러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 이럴 때 자주 작동하는 것이 바로 통계학의 중심극한정리다. 서로 독립적인 여러 마구잡이 확률변수가 함께 작용해 만들어지는 결과 값의 확률분포는 흔히, 가운데가 높고 양쪽으로 갈수록 높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종 모양이 된다. 실제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키 데이터를 모아 막대그래프를 그려보면 가운데 부분에서 봉긋한 봉우리가 보이는 종 모양을 뚜렷이 볼 수 있다. 막대그래프에서 가장 위로 볼록 솟은 곳을 최빈(最頻)값이라 한다. 가장(最) 흔하게(頻) 발견되는 값이란 뜻이다. 종 모양의 정규 분포에서는 평균값이 최빈값이다. 키가 평균에 가까운 사람이 더 많고, 가운데 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아주 크거나 아주 작은 사람은 상당히 드물다. 예를 들어, 키가 2m보다 큰 남성에게만 마음이 설레는 여성은 인생에서 맘에 드는 남성을 만날 확률이 아주 작을 수밖에 없다. 평균적인 모습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성에게 끌리는 것이 자손을 남기기에 더 유리하다. 평균값이 최빈값이라 그렇다.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모습이 평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유를 진화심리학의 입장을 택해 설명해 보았다. 평균에 가까운 사람이 다수고, 다수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나의 조상이다.

자 이제, 물리학에서의 대칭성 얘기를 해보자. 물리학의 대칭성은 좌우대칭성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다. 얼굴이 좌우대칭이라 함은, ‘중앙 수직선을 기준으로 좌우 뒤집기’를 하고 봤더니 변화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무언가를 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물리학자는 이를 대칭성이라 한다. 아름다운 얼굴은 좌우 뒤집기에 대해 불변이어서, 좌우대칭성이 있다. 물리학에는 다른 대칭성도 많다. 전 우주의 모든 것을 가만히 들어 모두 다 1m 옮겨도 변할 것은 전혀 없다. 바로, ‘공간 옮김 대칭성’이다. 아무 방향이나 회전축을 하나 골라 모든 것을 똑같이 1도의 각도로 돌려도 우주는 변화가 없다. 이는 ‘공간 돌림 대칭성’이다. 시간도 공간처럼 옮김 대칭성이 있다. 물리학의 법칙에서 시간 t를 t+a로 임의의 상수 a를 더해도 아무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물리학의 연속적인 대칭성 하나하나에는 각각 짝을 이뤄 보존법칙이 존재한다. 바로, 에미 뇌터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론이다. 공간의 옮김 대칭성과 돌림 대칭성은 각각 운동량과 각운동량이 보존됨을, 시간의 옮김 대칭성은 에너지 보존을 알려준다. 물리학의 발전의 역사는 대칭성의 발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리학은 아름답다. 대칭성 덕분이다. 물리학에서도 대칭성이 아름답다.

리영희 선생님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새는 몸통을 축으로 좌우대칭의 모습이다. 한쪽 날개만 있어 대칭이 깨진 새는 날지 못한다. 새의 날개를 자세히 보라. 몸통에 가까운 쪽이 두껍고 날개의 끝으로 갈수록 단면적이 줄어든다. 나는, 중앙에서 먼 날개의 한쪽 끝이 갈수록 점점 더 두꺼워지는 모습을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것 같아 걱정이다. 날개 끝에는 거짓 뉴스로 사람들을 현혹해 손짓해 부르는 나쁜 이들도 있다. 대칭의 축을 갈등의 축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이다. 갈등을 넘어 건강한 대칭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심축의 현명한 설정이 필요하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깨어 있는 시민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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