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님 한 수 가르쳐주세요

김희연 오피니언(소통) 에디터

석 달 전 경향신문 편집국에는 소통 에디터 직책이 새로 생겼다. 지면과 관련해서는 오피니언팀, 토요판팀 구성원들과 콘텐츠 내용과 편집을 두고 의견을 나누며 돕는 역할을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것은 그간 해온 일이니 더 어려움이랄 것은 없다.

[편집국에서]펭수님 한 수 가르쳐주세요

그런데 직책명에서 알 수 있듯 ‘소통’이 문제다. 안으로는 편집국 구성원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되도록 돕고, 밖으로는 독자들과 소통의 길을 열어야 한다. 독자들도, 편집국 구성원들도 연령대가 다양하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니 희망 사항과 불만 또한 천차만별일 것이다.

독자들의 가려운 곳, 아픈 곳을 잘 파악해 반영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막상 쉽지 않다. 최우선의 과제이므로 연구 중이다. (경향신문이 독자와 만나 의견을 나누고 좋은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 저에게 연락주세요!)

소통이란 무엇인가, 소통을 위한 자세는 어떠해야 하나? 한창 고민이 깊은데 요즘 월드스타 자리를 넘본다는 펭수를 알게 됐다. ‘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 외자를 써서 이름이 펭수다. 최고의 ‘인싸’인 그를 아직 모르는 분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간단히 소개하자면 올해 열 살 난 펭수는 EBS 캐릭터 인형으로 현재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크리에이터로도 맹활약 중이다. 갈수록 높아지는 인기로 요즘은 방송사를 넘나든다. 방송·유튜브계는 물론 출판·유통·의류계 등 다양한 업계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펭수는 EBS 제작진이 어린이를 포함해 어른들도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민하던 차에 탄생했다. 특히 2030세대에서 인기가 높다. 펭수가 어린이, 청년, 장년층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뭘까. 거기에서 소통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펭수가 나온 유튜브 내용들과 며칠 전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 출연한 모습을 보며 비결을 찾아봤다.

우선 소개된 캐릭터 서사가 엉뚱하면서도 어느 한 부분씩 마음에 와닿았다. 고향이 남극이라니, 펭귄이니 그럴 수 있다. 뽀로로와 BTS(방탄소년단)를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다는 그는 유치원을 졸업한 후 펭귄 가족들과 헤어져 머나먼 이곳까지 왔다. 펭수는 “스위스를 거쳐 서울로 헤엄쳐서 왔다”고 밝혔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나선 그 여정에서 짐작되는 고생스러움에 일단 짠해진다. “남극 출신은 오디션 보면 안돼요?” 과감히 오디션에 도전(캐릭터 스토리)하며 지역과 생물 간의 경계를 허문 그는 현재 EBS 연습생 신분이다. 그는 주거난민이기도 하다.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EBS 소품실 바닥에서 기거한다. 고달픈 현실에 비해 즐겁게 사는 모습에 반전이 있다.

꿈도 원대하다. 목표는 글로벌을 넘어선 ‘우주 대스타’. 원대한 꿈이 사라진 시대, 주눅들지 않고 우주를 말하는 당당함에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펭수의 성별은 뭘까. 인적사항에 본인도 ‘모르고 관심이 없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또 빵 터진다. 성소수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와글와글 세상이 끝날 것처럼 상처내기에 급급한데 성별을 초월한 고유의 존재라는 거다. 우리 모두는 성별로 구분되기 이전에 하나하나가 고귀한 존재 아니었던가. 좋아하는 과자는 ‘빠다코코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MBC에 출연해 양사의 사장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고 묻는, “EBS 김명중(소속사 대표) 대 MBC 최승호”라는 질문에 거침없이 “최승호가 누구냐”고 되묻는다. 시원하게 위계를 깬다. 그러고선 “최승호 사장님, 밥 한 끼 합시다. 독대로”라면서 능청을 떤다.

뽀로로, 방귀대장 뿡뿡이, 번개맨 등과 함께 경기를 펼쳐 화제가 된 ‘이육대’(EBS 아이돌 육상대회)에서도 웃음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장 210㎝ 거구에 짧은 팔과 다리, 거대한 얼굴 등으로 신체적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 그는 경기에 임하며 “이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허를 찌른다.

펭수에게 소통에 관해 한 수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것은 최근 소개된 인터뷰(중앙일보)에서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해달라’는 부탁에 이렇게 말한다. “힘든데 힘내라, 이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전 응원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솔직하게 대면하며 서로에게 공감하는 것보다 더 큰 소통의 비결이 있을까. “펭수님! 직접 방문해서 한 수 가르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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