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로스 효과읽음

이용균 스포츠부

야구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큰돈을 들여 비싼 선수를 데려오는 게 ‘왕도’에 가깝지만, 비싼 선수들 모아놓는다고 우승할 수 없다는 걸, 미국과 한국의 많은 팀이 스스로 증명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야구는 물론, 우리들이 살아가는 거의 모든 곳에서 ‘진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구슬을 꿰는 ‘실’은 어디에 있을까. 누가 어떻게 꿰어야 할까. ‘팀워크’라는 건 진짜 있는 걸까.

[기자칼럼]데이비드 로스 효과

매년 MIT에서는 ‘슬로언 스포츠 분석 콘퍼런스’라는 회의가 열린다. 2017년 슬로언 콘퍼런스에서 독특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디애나대학 켈리경영학스쿨 교수와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연구원 둘이 함께 연구했다.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 한 명이 팀에 어떤 긍정적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 개인의 야구실력을 합한 데이터는 그 팀 성적에 20%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계산됐다. 오히려 ‘팀워크’라고 불리는 일종의 ‘분위기’가 팀 성적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의 계산에 따르면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 한 명이 팀에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는 약 44% 수준으로 팀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이 이 연구 결과에 붙인 이름은 바로 ‘데이비드 로스 효과’. 줄여서 ‘로스 이펙트(Ross Effect)’라고 부른다.

데이비드 로스는 빅리그 통산 15시즌을 뛰었지만 통산 타율 겨우 0.229, 연평균 홈런 약 7개로 별 볼 일 없는 타자다. 그나마 포지션이 포수니까 15시즌을 버텼는데, 그마저도 주전이 아니라 ‘백업포수’였다. 100경기 넘게 뛴 시즌이 딱 한 번. 신시내티에서는 브론슨 아로요, 보스턴에서는 존 레스터의 전담포수였다. 시카고 컵스가 레스터와 FA 계약을 할 때 전담포수 로스도 함께 데려갔다. 로스의 커리어 최고 연봉은 310만달러로,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 400만달러에도 못 미친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별 볼 일 없는, 연봉 적은 베테랑 백업포수다.

‘로스 이펙트’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연구가 있다. 미국 버펄로대학의 케이트 베즈루코바와 체스터 스펠은 ‘메이저리그 구단의 팀 조직력’을 살피는 연구를 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메이저리그 팀들을 분석해 ‘인싸’와 ‘아싸’로 나눴고, 그 사이의 ‘단층선’을 구별했다. 주전과 후보, 연봉, 나이, 국적, 언어의 차이 등이 메이저리그 팀 내 ‘장벽’인 단층선이다. 단층선의 구조와 범위, 강도 등을 구분하고 팀 성적을 계산한 결과 ‘갈등관리 실패’는 플러스·마이너스 3승, 즉 6승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그런데 이 연구에 따르면 팀 조직력은 단층선이 거의 없는,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모였을 때 오히려 떨어졌다. 단층선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도 이들 단층선의 사이를 오가며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주는 ‘중간자’의 존재가 팀 조직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게 바로 ‘로스 이펙트’의 비밀이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뚜렷한 단층선은 연봉과 인종, 언어의 벽이다. 고액 연봉과 저연봉이 갈리고 백인과 히스패닉이 갈라진다. 일반적으로 ‘백인=베테랑=고연봉’이 한 축을 이루고 ‘히스패닉=신참=저연봉’이 한 축을 이룬다. 이 단층선의 양쪽을 아우르는 선수가 팀을 단단하게 만든다. 로스는 나이 많은 베테랑 백인 선수지만, 연봉이 적은 백업포수다. 로스와 반대로 비슷한 선수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카를로스 벨트란이다. 은퇴 시즌, 마흔살 때 연봉이 1600만달러였던 성공한 히스패닉 선수. ‘로스 이펙트’와 마찬가지로 ‘벨트란 이펙트’가 존재했다. 이들은 팀 내 ‘인싸’와 ‘아싸’를 모두 아우를 수 있었다.

로스는 2016년 시카고 컵스를, 벨트란은 2017년 휴스턴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2019시즌이 끝나고 로스는 컵스의 감독이, 벨트란은 뉴욕 메츠의 새 감독이 됐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