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해체 수준의 성찰이 필요하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 교수

출입처 기자단 존폐 여부가 또다시 쟁점으로 부각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변호인이 내용은 쓰되 원본 사진으로는 공개하지 말아달라며 제공한 ‘사찰’ 의혹 문건을 오마이뉴스 기자가 공개하자 검찰 기자단이 1년 기자실 출입정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편 미디어오늘과 뉴스타파는 기자실을 운영하는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하고 거부하면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검찰기자단을 해체해달라는 청원이 기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섰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 융합자율학부 교수

기자단의 존재가 기자단에 이미 가입한 언론사의 기득권을 옹호하고 기자단의 취재원인 출입처의 이해관계만 대변한다는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자단이 출입 기자를 징계하는 경우는 대부분 알권리 충돌의 문제다. 기자단은 취재원과 맺은 약속을 지켜야 다음에 꼭 필요한 취재를 할 수 있는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기자단의 약속을 깨고 보도한 언론은 그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라 한다. 누가 옳은지는 각자의 주장이 아니라 시민 차원에서 어떤 것이 더 진실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다. 내용을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도 원본 사진을 공개하면 안 된다는 취재원의 요구는 시민들이 자료에 직접 접근해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꺼리고, 기자들이 ‘필요한’ 부분만 전달해달라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자단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의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언론이 법조 관련 기사를 쓸 수 있다. 하지만 기자단에 속해야 검찰의 기자회견과 정례 브리핑 취재가 가능하고, 티타임 형식의 배경설명 모임 참석도 가능하다. 기본적인 정보 접근에서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특혜를 주고받는 취재원과 기자단의 관계 속에서 언론 본연의 기능인 비판 감시가 쉬울지는 의문이다. 더군다나 법조기자단은 ‘6개월 동안 최소 3명의 기자가 법조 기사를 보도’해야 가입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소위 큰 언론사라야 가능한 조건이다. 이런 객관적인 조건을 만족해도 기자단 재적 3분의 2 출석과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하다. 법조기자단은 2020년 4월 기준 청와대 230명보다 많은 260명으로 가장 큰 규모이지만 출입 언론사는 40개사로 청와대 출입 134개 언론사의 반도 안 된다고 한다. 소수 언론사의 기득권이 그만큼 강한 기자단이라는 뜻이다.

방어적인 공무원 조직에 정보를 요구하고, 친밀성을 기반으로 권력의 아성을 허무는 정보를 얻어냈던 과거 기자단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으나 지금도 기자단의 존재가 유효한지는 성찰해봐야 한다. 인터넷 기반으로 일반시민이 쉽게 정보에 접근 가능하고, 전자 정부를 지향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언론 보도가 취재원에게서 받은 보도자료나 설명으로 획일적인 기사에 머무르면 시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까? 정보를 제공하는 취재원의 속내를 고려하면, 진실은 보도 자료나 브리핑 너머에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기자단의 존재는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까? 취재원의 발언을 요약한 것이 기사화되는 따옴표 저널리즘의 폐해는 오래된 비판이다. 거기에 정보 접근에서 우월한 언론사가 취재원에 유리한 기사를 생산하고, 정보 접근에서 주변화된 언론들이 그 기사를 재생산하는 일반적인 행태는 소수 권력과 그 권력에 유착한 언론사들이 여론 지형을 좌우할 수 있는 기반이다.

지금도 언론의 사회적 필요성은 여전하지만 산업으로서 언론은 쇠락하고 있다. 기술 변화에 따른 새로운 매체의 등장 때문만일까? 아니다. 자기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획일적이고 특정 집단에 유리한 편파적인 기사, 깊이 없는 기사 등 때문에 언론을 비판하고 멀리한다. 출입처, 취재원에게 의존하는 우리 언론의 예정된 운명이다. 기자단은 해체 수준의 성찰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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