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스위트 홈’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강제 집콕 모드에 구원의 빛은 넷플릭스와 유튜브입니다. 한손에 휴대폰을 들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퍼즐 게임을 즐기며 노트북 컴퓨터의 영상을 바라보는 장면에 주전부리까지 합쳐지면 하루가 ‘순삭’되는 마술을 경험한 분들이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송길영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개인마다 맞춤형 콘텐츠를 주겠다며 랭킹을 표시하지 않던 넷플릭스가 얼마전부터 지역별 선호 콘텐츠의 순위를 보여주며 새로운 볼거리를 유혹하는데 우리나라 인기 순위로 보여주는 콘텐츠의 제목들이 낯익습니다. 몇년 전부터 포털의 웹툰 서비스를 통해 인기를 얻은 작품들이 드라마로 선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중 <스위트 홈> 1편을 클릭하고 나니 어느새 타임 워프가 일어나 다음날 시리즈 1의 마지막 10회까지 정주행하고서야 정신을 차리는 이적을 맛봤습니다. 웹툰의 성공적인 영화나 드라마화는 이미 겪은 일이지만 전 세계에 유통되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제작하여 50개가 넘는 나라에서 동시에 순위에 오르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입니다.

어릴 적 만화방은 오락실과 더불어 학교에서 정의한 유해업소의 표본과 같았습니다. 주요 소비자의 출입이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모조리 금지되었는데도 동네마다 성업을 하던 아이러니를 보고 자란 우리에게 세상이 가르쳐주고 싶던 것은 인생은 미스터리라는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금지되었기에 더욱 갈망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갈망이 지금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아이러니입니다.

웹툰 이전 출판만화 시장에서 만화작가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합니다. 문하생의 지난한 과정을 통과의례와 같이 견디며 선생님께 사사받은 새로운 작가는 연재처를 찾아도 낮은 고료와 수작업의 노동으로 씨름하며 수많은 그림과 글들을 채워나가도 직접 독자에게 판매되는 것보다 대본소를 통해 대여되는 방식의 수익모델은 들인 노고에 적합한 보상을 제공해주기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도 건전치 못한 매체로 매도되는 부당함을 겪어온 그 시절의 예술가들은 참으로 혹독한 세월을 견딘 분들입니다.

2000년대 초반 포털의 콘텐츠 사업으로 시작되어 20년도 안 된 기간 내에 수많은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온 시스템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직접 독자들과 만나게 해준 플랫폼 구축이 열쇠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만든 명칭인 웹툰(webtoon)이 하나의 장르로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수위권의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시선 또한 웹툰 작가가 선망되는 직업으로 인식되며 재능있는 창작자들이 더 많이 시도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영화로, 게임뿐 아니라 머천다이징 상품까지 연결되는 2차, 3차 저작물의 산업화는 이제 시작된 새로운 기회로 창작자들을 더욱 독려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힘은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문화 장르를 우리가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젊은층에서 시작된 웹툰은 트렌디한 한국의 최신 정서를 반영하며 우리의 문화를 홍보 형태가 아니라 삶의 모습으로 자연스레 전하는 매개체로 작동합니다. 맥도널드와 코카콜라, 그리고 디즈니로 대변되는 이전 선진국으로부터의 산업과 문화의 흐름이 이젠 우리나라에서 출발하는 감격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이 감각적인 사람들이 창의적 작품들을 끊임없이 창조해내는 곳으로 인식되는 내일을 기대합니다. 맘껏 배우고 꿈꿔온 우리의 다음 세대는 그 이전 세대처럼 들인 시간과 노동에 의해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그 꿈과 창의력에 의해 대접받는 미래를 바랍니다. 그 미래엔 깊은 고민을 하고 멋진 것들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헬조선”이 아닌 “스위트 홈”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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