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안 하세요?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작년부터 주변의 작가들을 만나면 인사치레처럼 나누던 말이 있다. “유튜브 안 하세요?” 하는 것이다. 독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유튜브 방송을 해 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해야 할 사람이어서 그렇다기보다는, 누구나 하고 있는 것 같으니 하지 않으면 괜히 뒤처지는 마음이 되거나 했던 것이다. 몇 년 전에 “우리 대리운전이나 할까…” 하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는데, 그 ‘~이나’의 계보를 유튜브가 이어받은 듯하다. 물론 두 노동이 가진 무게감은 다르지만.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작가들 중 자신있게 “네, 저 유튜브합니다”라거나 “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 주변에서는 그랬고, 실제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에서도 작가들은 거의 검색되지 않았다. 저마다 이유가 있을 테지만, 대개는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라는 반응이었다. 여기에서 ‘그런 걸’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유튜브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다. 그 앞에 ‘감히’라는 부사를 붙이면 적절하겠다. 유튜브를 하려면 우선 호감형의 외모가 필수적이고, 말을 잘해야 하고, 매력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화질이 좋은 카메라 여러 대와, 요즘의 감성을 가진 편집자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돈도 많이 들 것이고, 도무지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판단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유튜브의 필수조건 중 그 무엇도 제대로 충족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며칠 전, 드디어 유튜브를 시작하고 말았다. 심지어 라이브 방송이었다. 작년에 원격으로 독자들을 만나는 동안 이것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별다른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내가 아는 작가들을 초청하고 방송을 보는 구독자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작가들은 대개 멋있게만 말하려고 하니까,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들과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책 너머의 그들과 함께 만나보기로 했다. 내가 아는 몇몇 작가들에게 연락했고, 나와 나이가 같은 친구 작가를 섭외했다. 그는 전화를 받고는 “아아, 그러니까 먹방이군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니까 맛있는 것 사 주세요” 하고 흔쾌히 응해 주었다.

나의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려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방송이 끝난 지금, 이것은 마치 나의 석사 논문처럼도 보인다. 석사 논문은 그 평가가 어떠하든 써 본 사람들에게 영원한 흑역사로 남는다. 이 첫 번째 영상도 나에겐 그럴 것 같다.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무엇을 석사 논문 이후 다시 내어놓고 말았다.

나는 그와 함께하는 두어 시간 동안 맛있게 먹고, 즐겁게 말하고, 참여자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다시 살펴본 영상은 그렇지 않았다. 준비한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했고, 너무 심각한 표정을 하거나 바보처럼 웃고 있거나 했고, 참여자들의 채팅에도 잘 반응하지 못했다. 그러한 총체적 난국 속에서 초대된 작가가 고군분투하여 어떻게든 첫 방송이 끝났다.

가장 부끄러운 건 영상의 화질도, 나의 어색한 모습도 아니었다. 나는 그간 연예인이나 BJ들이 방송에서 보이는 말과 선의 태도를 보면서 ‘아, 나라면 저렇게 안 할 텐데, 나라면 저런 표정을 짓지 않을 텐데, 나라면 저런 말로 누군가를 상처 주지 않을 텐데’ 하는 마음을 쉽게 가졌다. 그러다 보면 작은 실수를 빌미 삼아 타인을 비평하는 일도 참 간편해진다.

그러나 결국 첫 영상에서 보인 이 모습이 내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 그대로였겠다. 누군가를 무례함, 경솔함, 몰염치함 등의 언어로 규정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보아야 했다. ‘다정함’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면서도 나의 글과 내가 보이는 모습에는 그만큼의 괴리가 있었다. 첫 유튜브를 마친 나는, 타인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다잡는다. 다음주에 초청된 작가는 갈비찜을 먹고 싶다고 했다. 조금 더 다정하게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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