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 한국외교 ‘시험대’ G7회의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영국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G7과 더불어 초청된 한국의 참석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와 선진국의 위상을 확인하는 데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반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현안별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또 다른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특히 G7에서는 대만해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협력 강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것이다. 이 현안들은 다음달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둔 시진핑 지도부에도 정치적 및 국가안보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G7의 결과에 따라 한·중관계의 도전요인들에 대한 한국의 관리 능력이 다시금 시험받게 될 수 있다.

그간 문재인 정부는 친중정책을 펼친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에 대해 자주적인 모습을 추구해왔다. 이로 인해 한·미 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동맹의 견고함을 거듭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양국 간 전략적 신뢰가 감소하고 나아가 한국이 중국에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워싱턴 외교가를 중심으로 떠돌아다녔다.

하지만 지난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한·미 동맹과 관련된 우려를 상당 부분 상쇄시켰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공동성명에서 대만이 언급되고 반도체, 2차 배터리 등 한국의 대표적인 첨단기업들이 투자 및 생산시설 건립을 통해 미국의 첨단산업 생태계에 편입되자 오히려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끌어당김에 ‘휙’ 휩쓸려 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한·미 동맹은 실질적으로 가까워졌다.

이에 대해 중국은 일단 원칙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일방적인 압박이 오히려 한국 내에서 반중감정을 고조시켰고, 한·미 동맹을 재평가하게 했던 사드 사태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기술 자립을 외치고 있는 중국은 반도체 등 한국과의 기술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중국이 한국의 입장을 모두 용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9일에 있었던 정의용 외교장관과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간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 재확인, 한·미·일 협력 강화와 관련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비판, 한국과 첨단 기술 협력 강화 등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이제 한국은 G7에서 주요 현안별 우리의 가치와 국익에 따른 입장 정리와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진영국가들의 산업생태계 형성과 첨단산업에 대한 국제규범과 기준 논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한국의 이익과 지분을 보호해야 한다. 세계 GDP는 2019년 기준으로 미국 24.13%, 중국 16.82%, 일본 5.97%, 독일 4.52%, 인도 3.54%, 영국 3.18%, 프랑스 3.13%, 이탈리아 2.27%, 브라질 2.24%, 캐나다가 1.99%를 구성하고 있으며 (GDP 세계 1~10위), 그 외의 국가들이 23.19%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진영국가들의 새로운 산업생태계는 10위까지의 국가들 중 중국과 브라질을 제외하더라도 8개 국가가 세계 GDP 48.73%의 시장을 형성하고, 새로운 국제규범과 질서를 확립하여 참가국가들 간 이익과 지분을 나누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가까운 스페인, 호주, 네덜란드 등까지 참여하면 약 17%의 중국 시장을 압도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유럽연합(EU)과 일본의 대응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U는 미국과 디지털 세금(Digital Tax) 협상이 여의치 않자 2020년 12월에 EU·중 포괄적투자협정(CAI)을 체결했다. 이후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디지털세에 대한 양보를 나타내자 지난 5월에 유럽의회는 CAI에 대한 비준을 보류하는 등 미·중 사이에서 규범과 기준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 표명과 함께 실행에서 상황에 따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일본은 군사안보 면에서 미국편에 서면서도 2020년 10월에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추진하던 ‘클린 네트워크’에 불참하겠다고 하는 등 협력의 속도조절을 통해 중·일관계를 관리하고 있다.

이번 G7에서 한국은 대만 및 한·미·일 협력 강화 현안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분명히 존중하면서도 중국 견제의 전략적 필요성을 중시하는 미국과 역내 평화와 안정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에서 접근하는 한국 사이의 미묘한 시각 차이를 분명히 지적하며 협력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의 가치와 국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현안과 속도조절이 필요한 현안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하느냐가 G7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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