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수박과 참외는 과일이 아니다읽음

엄민용 기자

이육사가 손님에게 청포도를 대접하고 싶다고 한 7월도 이제 끝자락이다. 하지만 이 무렵에 제철 과일로 청포도를 맛볼 수는 없다. 청포도의 수확철은 8~9월이기 때문이다. 시 ‘청포도’가 발표된 때는 1939년으로, 당시 민간에서는 대부분 음력을 사용했다. 음력 7월은 양력으로 8월 초중순께 시작된다. 이육사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에 닿았는지 실제로 우리는 8월15일 광복을 맞았고, 이 무렵이면 청포도를 손님상에 올릴 수 있다.

이즈음이면 청포도 말고 수박과 참외가 흔하다. 수박과 참외는 모양이나 맛이 아주 다르지만, 사람으로 치면 둘은 같은 족속이다. 수박은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풀’이고, 참외 역시 ‘박과의 덩굴성 한해살이 재배 식물’이다.

참외는 한자로 ‘달콤한 오이’라는 의미의 첨과(甛瓜), ‘뛰어난 오이’라는 뜻의 진과(眞瓜)로 불린다. 참외의 원산지는 아프리카이지만 현재 세계에서 우리처럼 참외를 흔히 먹는 나라는 거의 없다. 따라서 외국인에게 한국의 먹거리로 대접하기에 참외만 한 것도 없다. 영어 이름도 ‘코리안 멜론(Korean melon)’이다. 수박은 영어명 ‘워터 멜론(water melon)’에서 알 수 있듯이 ‘물이 많은 오이’다. 수박의 한자어는 ‘서쪽에서 전해진 오이’라는 뜻의 서과(西瓜)이다.

수박과 참외의 또 다른 공통점은 둘 다 ‘과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둘 모두 ‘오이 혈통’이니 당연하다. 오이도 ‘박과의 한해살이 덩굴풀’이다.

과일이란 “나무를 가꾸어 얻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다. 반면 수박과 참외는 풀에서 얻는다. 그런 점에서 바나나와 파인애플도 과일이 아니다. 바나나는 파초과의 풀이고, 파인애플은 파인애플과의 풀이기 때문이다. 과일처럼 먹는 채소를 이르는 말은 ‘과채류’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도 과채류의 예로 수박·참외·토마토 등을 들고 있다. 한편 표준국어대사전이 과일에 대해 설명하고, 그 예로 사과·배·포도·귤·밤 등과 함께 바나나를 들었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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