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김성호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김성호

“내 단 하나의 소원/ 저녁녘 고요 속 바닷가로/ 돌아가고파 숲 가까이서/ 조용히 잠들고 싶어/ 끝없는 바다 위엔/ 맑디맑은 하늘/ 난 화려한 깃발도 소용없어/ 훌륭한 집도 필요 없어/ 다만 젊은 나뭇가지로/ 내 잠자릴 엮어다오/ 내 베개 밑에서/ 슬퍼할 자는 아무도 없고/ 마른 잎 위를 스쳐가는 가을바람 소리뿐.”

1978년 제1회 TBC 해변가요제가 충남 태안의 연포해수욕장에서 열렸다. 예선을 거쳐 올라온 노래 중에서 중앙대 스쿨밴드인 블루드래곤의 ‘내 단 하나의 소원’이 있었다. 서슬 퍼런 박정희 정권 말기여서 방송도 자체검열이 심했던 시절이다. 일부 심사위원이 “깃발도 소용없어” 운운하는 가사가 불순하다고 지적했지만, 무사히 살아남아 장려상을 받았다. 곡의 완성도가 뛰어났지만 너무 긴장해서인지 박자를 놓치는 바람에 상위권에 입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블루드래곤에서 작사와 작곡, 노래를 담당했던 김성호가 최근 방송에 나오면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환갑을 넘긴 나이가 됐지만, 싱어송라이터 김성호는 만만치 않은 실력에 비해 저평가돼왔다.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눈물을 흘리지 말어’를 비롯해 솔로로 활동하면서 발표한 ‘김성호의 회상’ ‘웃는 여자는 다 이뻐’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등은 지금 들어도 탁월한 서정성과 멜로디를 겸비한 노래다.

작곡가로서도 그는 히트곡을 많이 만들었다. 다섯손가락의 ‘풍선’, 박성신의 ‘한 번만 더’, 박영미의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 김지연의 ‘찬 바람이 불면’ 등이 그의 작품이다. 동방신기가 리메이크한 ‘풍선’을 비롯해서 지금도 꾸준하게 사랑받는 곡이 많다. 유독 수줍음이 많았던 김성호는 자신을 내세울 줄 모르는 아티스트였다. 지금이라도 그의 진가를 알아보고 찾는 이들이 많아져서 기쁘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황폐해진 칸 유니스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아름다운 불도그 선발대회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페트로 아웃 5연승한 넬리 코르다, 연못에 풍덩! 화려한 의상 입고 자전거 타는 마닐라 주민들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