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누구와 함께?읽음

코로나19 시대, 인권운동도 어렵다. 사람들이 모여서 말하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 본령인데, 모이지 말라는 시간이 길어지니 말이다. 집회는 쉽게 금지되었다.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를 하면 실외 집회는 당연히 실내 행사보다 위험이 적다. 법과 물리력이 정부에 있으니 금지당할 뿐이다. 실내 행사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돈이다. 거리 두기를 하려면 훨씬 넓은 장소를 빌려야 한다. 온라인 영상 중계나 접근권을 높이는 것도 다 돈이다. 주주총회는 인원제한 없이 허용되지만 동네 식당들은 집합금지 명령으로 휑하다. 무엇이 멈추고 무엇이 이어지고 있는가.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위드 코로나. 정부가 9월 말 10월 초라는 일정을 언급하면서 방역체계 전환 논의가 공식화됐다. 마냥 미룰 수 없는 논의다.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방역수칙을 정하는 지금의 방역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리의 삶이 그렇다. 접촉과 연결을 끊기란 불가능했다. 누군가는 과로사의 문턱을 오갔고 누군가는 단절되어 목숨도 생계도 위태로워졌다. 그러나 감염을 피하는 대신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한다고 저절로 삶이 회복되지 않는다. 우리가 두려움을 다스리며 위드 코로나에 도전해야 한다면 전환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정치권은 위드 코로나 논의를 반기는 분위기다. 기다렸다는 듯 경제 활성화의 전망을 설파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경제가 멈춘 것처럼 말할 때에도 우리는 다 같지 않았다. 자산이 풍족한 이들은 앉은 자리에서 통장에 돈이 쌓였다. 고액 연봉을 받는 일자리는 재택근무든 휴가든 자유로웠다. 가난한 사람들은 달랐다. 아파도 쉴 수 없는가 하면 쉬어야 해서 앓아눕는 사람들이 있었다. 실업자나 자영업자의 고통은 충분히 응답받지 못했다. 돌봄을 멈출 수 없었던 여성의 노동은 계산도 되지 않았다. 지금껏 다 같이 어려워지지 않았듯 방역체계의 전환이 다 같이 나아지는 길이라 믿을 근거는 없다. 불평등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환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방역체계는 각자도생이 불가능하다는 본능적 깨달음 덕분에 유지되었다. 바이러스의 생물학이 연대감의 배경이었다. 전환을 말하는 지금, 연대의 사회학은 예비되고 있을까? 방역체계 전환의 고리는 백신 접종이다. 감염을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못해도 위중증과 사망 비율을 큰 폭으로 낮추고 전파 가능성도 줄인다. 그런데 백신 접종에서도 차별이 이어진다. 같은 의료기관에서 의사는 접종대상인데 청소노동자는 배제되고, 같은 사업장에서 정규직에게만 신청을 받고 비정규직에게는 안내하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의무검사 명령이 계속될 뿐 접종을 늘리기 위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다.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목표는 희미해지고 백신은 방역수칙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감염 위험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개인이 떠안는 각자도생이 될 뿐이다.

전환의 사회학이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할지 우리는 알고 있다. 누구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없다. 이때 삶을 이어주는 필수노동이 무엇인지를 보았다. 가족 안 여성 일이라며 떠넘겨진 돌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평가절하되었던 노동이 우리의 세계를 떠받치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채우는 일들. 돌아보자. 작년 1월 이후 위드아웃 코로나였던 적은 없다. 재난을 가장 먼저 맞닥뜨려야 했던 사람들이 ‘위드아웃’된 결과, 코로나 없는 세계로의 복귀라는 환상이 유지되었을 뿐이다. 위드 코로나는 멈췄던 세계를 다시 굴리자는 제안일 수 없다. 멈출 수 없었던 세계가 어떻게 굴러왔는지 성찰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도전이어야 한다.

평등해야 안전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내일 온라인농성을 시작한다. 집합을 금지당한 사람들의 시간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