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롱테일과 고금리 시대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길게 이어진 팬데믹의 방역 국면이 서서히 종료 시점을 보이기 시작한다. 마스크를 완전히 벗는 것은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내년 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겨울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해서 기존의 독감 바이러스들이 활성화되는 시간이다. 재난으로서의 팬데믹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주요 이벤트들이 사건 초기에 집중되는 태풍이나 지진과는 달리 재난 전 기간에 분산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기간도 워낙 길었지만, 후유증도 아주 길게 나타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지, 아니면 아프리카 등 제3세계 한쪽에서 계속해 맹위를 떨치게 될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마케팅에서는 초기 판매보다 후반기 판매가 가늘고 길게 이어져서 중요해지는 현상을 보여줄 때 ‘롱테일’이라는 용어를 쓴다. 국민경제에 대한 코로나19의 후유증은 이런 롱테일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 롱테일은 여러 분야에 나타날 것이지만, 가장 직접적인 것은 역시 금리 인상이 아닐까 한다. 돈이 워낙 많이 풀렸고, 더 풀릴 예정이다. 인플레이션에 의한 물가 상승은 피하기 어렵다.

매파와 비둘기파라는 표현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주로 나온다. 매파는 기준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사람들이고, 비둘기파는 경기 침체를 우려해 저금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한국은행 쪽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매파인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행 혼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7명의 금융통화위원 중에는 상공회의소와 은행연합회가 추천한 인사들도 있다. 금리가 내려갈 때는 쭉쭉 내려가지만, 올라갈 때는 늦게 그리고 천천히 ‘아기 걸음마’로 올라가는 것은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제도적 이유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이후로 금통위는 비둘기파들이 더 강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워낙 강해 미국부터 금리를 올리고, 비둘기 성향의 한국 금통위도 결국에는 뒤늦게라도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다.

물가 안정이냐 경제 활성화냐
코로나 일상 회복서 만날 첫 고비
금리변화는 삶의 비용에 큰 영향
다시 금리 오르면 코로나 충격은
모두의 금융생활에 깊고 긴 흔적

경제위기와 함께 통화 흐름이 가장 크게 바뀐 것은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 때의 일이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왔고, 1980년대에는 이걸 잡기 위해 매파의 시대가 길게 펼쳐졌다. 팬데믹 초기에는 1929년의 대공황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형태상으로는 1970년대 석유파동과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제 1번 신호는 역시 물가와 금리다. 팬데믹 기간에 자산 시장이 격동을 했고, 주식 등 유가증권과 가상통화는 물론 은과 같은 귀금속 시장까지도 들썩거리게 되었다. 다른 나라야 그런 인플레이션을 오히려 경기 회복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운용하는 미국은 입장이 전혀 다르다. 석유와 곡물, 텅스텐 등을 거래하는 선물시장 등은 자체적인 수급만이 아니라 달러와의 관계에 의해서도 요동치는 시장이다. 미국이 금리를 조정하면 달러와의 관계에 의해 다른 나라들도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냥 버티면 자국 통화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

팬데믹 이후 경제 상황은 결국 미국 연준의 매파 움직임에 의해 한국 금통위의 비둘기파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아직은 한국 비둘기파의 의견이 강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금리 상승도 부작용이 강하지만, 인플레이션도 워낙 부작용이 강한 요소다. 최악은 물가는 올라가는데 경기는 살아나지 않는 장기 침체다. 한국은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 상태라서 이런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지만, 자산시장의 격동에 의한 노동 가치가 떨어진 것은 충격을 준다. 아기 걸음마처럼 천천히 올라가더라도 결국은 비둘기파도 현실을 인정함에 따라 기준금리가 올라가기는 할 것 같다.

물가 안정이냐 자산시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냐, 이게 코로나 일상회복에서 제일 처음 한국 경제가 만나게 될 고비다. 저축성 보험이나 퇴직금을 그냥 둘 건가, 아니면 미리 찾아서 주식 같은 유가증권으로 바꿀 것인가, 결국 인플레이션은 모든 사람의 경제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은 법에 의해 독립성이 보장된 기관이기는 하지만, 금통위원의 대부분은 임명 과정에서 대통령과 집권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공회의소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은행연합회 역시 관치 금융의 나라에서 정부 눈치를 안 보기 어렵다.

금리의 변화는 노동의 가치는 물론이고 자산 가치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삶의 비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크게 보면 1990년대 이후의 저금리 시대 심지어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팬데믹과 함께 종료되고, 다시 금리가 높아지는 시대가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의 충격은 모든 경제 주체의 금융생활에 깊은 흔적을 오랫동안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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