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디지털 일상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한 달 전 갱년기 관절통으로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아들이 최신형 로봇청소기를 선물했다. 아들은 로봇청소기가 얼마나 똘똘하고 다양한 기능이 있는지, 이걸 제대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앱을 깔아야 하며, 수동으로 쓰는 건 오히려 돈을 낭비한 게 되는 거라는 둥 긴 훈계가 이어졌다. 이전부터 엄마가 TV며 휴대폰이며 최신 기기를 스마트하게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하던 아들이 기회를 잡은 거다. 고마운 것도 잠시, ‘급피곤’해졌다.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한때는 X세대라 불렸던 50플러스 세대. 아래아한글 태동과 PC 통신의 진화, 컴퓨터의 대중화까지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를 모두 경험한 세대였건만 스마트폰, 키오스크, QR코드, 모바일뱅크, 디지털 페이, 온라인 회의 등 빠르게 진화하는 세상에서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느낀다. 친구들 모임에서 키오스크 주문 실패담은 이어지고, 이 모든 건 노안 때문이라고 적당한 핑계도 덧붙인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일상에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50플러스, 시니어들의 불편이 가중되었고 아예 서비스 이용을 포기해버리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정보 습득과 소통 방법이 달라진 지금 디지털 전환이라는 흐름을 마냥 외면하고 살 수는 없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몸이 불편할수록, 가족들과 떨어져 살수록 스마트 기기를 잘 활용하는 것은 개인의 안전을 지키면서 각종 피해로부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제일 좋은 스마트 기기를 구입하고 활용법을 익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더 나아가 디지털 기반 사회·경제 활동은 나이 제한이 없고, 부가가치가 크고, 일반 자영업보다 위험률이 낮기 때문에 50플러스 세대에게는 퇴직 후 시도할 만한 창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고, 디지털 플랫폼 참여를 새로운 노후준비로 바라보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50플러스 일상의 슬기로운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먼저 새로운 학습, 배움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교육기관과 온라인 강좌를 찾을 수 있다. 주저하지 말고, 가성비 같은 거 따지지 말고 쉬운 것부터, 많이 만져보고 활용해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좀 거창한 것 같지만 시니어들 간 연대도 효과적일 수 있다. 50플러스가 7080세대를 돕고, 먼저 익힌 사람이 멘토가 되어주는 일명 디지털을 매개로 한 세대 이음 형식이다.

배우려는 노력 못지않게 마음 자세, 소통 기술도 중요하다. 아무리 배워도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어릴 때부터 각종 디지털 기기를 장난감처럼 접한 젊은 세대와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 게임하면서 컴퓨터를 익혔던 우리 세대는 비교불가다. 그러니 주눅 들지도, 창피해하지도 말고 모를 때는 과감하게, 단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연습을 해 보자. 종종 키오스크 앞에서 화부터 내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봤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생각해 보니 변화무쌍한 스마트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우리도 참 애썼다. 올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했던 ‘디지털 세대 이음단’ 사업의 카피로 마무리한다. ‘고작 스마트폰 하나 모른다고 누군가의 삶이 멈춰서는 안 됩니다. 모두의 삶이 계속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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