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독도는 외로운 섬이 아니다

엄민용 기자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표기법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다. 일제강점기는 물론 1960년대 표기도 지금과 사뭇 달랐다. 어떤 단어의 근원적인 형태, 즉 어원(語源)은 지금의 표기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것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기 마련이다. ‘새(鳥)’의 어원도 그렇다. 새의 여러 어원 가운데 재미있는 것 하나가 ‘뜨다’에서 왔다는 얘기다. 새의 특징은 뜨고 나는 것이다. 그렇게 뜨고 나는 의미를 가진 ‘뜰’이 ‘새’로 변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따뜻하다’와 ‘따스하다’나 ‘때깔’과 ‘색깔’ 같은 말을 보면 쌍디귿(ㄸ)이 시옷(ㅅ)으로 변하지 못할 까닭도 없어 보인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섬(島)의 어원도 ‘뜸’이라고 말한다. ‘뜸’이 ‘슴’을 거쳐 ‘섬’이 됐다는 것이다. 섬을 ‘물 위에 떠 있는 산’으로 여겼고, 한자 섬 도(島)와 새 조(鳥)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그런 이유라고 얘기한다. 우리말 ‘섬’이 일본말 ‘시마’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물론 이런 얘기들은 여러 설들 가운데 하나일 뿐 모두가 어김없이 맞는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많은 섬 중에 ‘독도’가 외로운 섬이라는 의미의 ‘獨島’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분명한 사실이다. 독도의 ‘독’은 원래 ‘돌덩이’를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독’이다. 한때 섬주민들을 본토로 이주시키는 공도정책(空島政策)을 펴던 조선은 고종 때에 이르러 울릉도 재개척 사업을 벌인다. 당시 울릉도 이주민 대부분이 전라도 사람들이었다. 1882년 이규원 울릉도검찰사가 고종에게 올린 보고서에 따르면 울릉도 전체 인구 141명 중 115명이 전라도 사람이었다. 이들이 동남쪽 끄트머리의 섬을 자신들 사투리로 ‘독섬’이라 불렀고, 이후에 이 ‘독섬’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음이 같은 ‘홀로 독(獨)’을 가져와 쓰게 된 것이 ‘獨島’다. 즉 ‘독도’는 ‘외로운 섬’이 아니라 ‘돌섬’이다. 그리고 오늘(10월25일)은 121년 전인 1900년 고종이 대한제국칙령 제41호에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한 것을 기념하는 ‘독도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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