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누가 어떤 이유로 선정할까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대통령 후보 선출 앞뒤로 각 당이 분주하다. 최종 후보 선정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는 며칠 전 국민 여론조사 방식을 4지선다형 질문으로 확정했다. 질문의 내용과 진행 방식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터라 후보별로 유불리를 따져 원하는 방향을 주장했는데, 일대일 가상 양자대결과 본선 경쟁력 두 주장을 조합하는 쪽으로 정리가 되었다. 이 과정을 지켜보니 한 달 후 즈음부터 속속 발표될 ‘올해의 책’이 떠올랐다. 유불리를 따질 일은 아니지만 어떤 방식이 명실상부한 올해의 책을 꼽는 과정일까 고민해보는 게 올해의 책 선정 결과 못지않게 흥미롭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올해의 책을 선정하고 발표하는 곳은 크게 언론사와 서점으로 나눌 수 있다. 언론사의 경우 대개 주간 단위로 책을 소개하는 지면을 운용하니 책의 한 해를 정리하고 평가하는 게 자연스럽겠다. 그런데 해당 언론사에서 주목했던 책을 바탕으로 살피기보다는 출판사 대표나 편집자, 평론가와 서평가 등 외부 인사의 추천으로 목록을 구성하는 경우가 다수다. 나름의 이유와 기대가 있겠으나 독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각 언론사에서 추천을 받는 인사가 겹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럴 때는 궁색해 보이기도 한다. 해당 언론사에서 집중하여 다뤘던 책을 중심으로 올해의 책을 갈무리하는 경우도 가끔 있는데, 아마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이루어진 시도가 아닐까 싶다. 언론사의 지향과 판단을 중심으로 해당 언론사의 기자가 숙고하여 제안하는 각 언론사의 올해의 책 목록이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그렇게 진행이 된다면 결과뿐 아니라 그 이유에도 눈길이 갈 거라 생각한다.

서점에서는 대부분 독자 투표를 기반으로 올해의 책을 선정한다. 올해의 책을 뽑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투표에 참여한 독자에게 적립금 혜택을 주어 구매를 독려하는 목적도 있으니 참여를 최대한 늘리는 방향이 투표수와 매출 모두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가급적 제한을 두지 않는 편이다. 하루가 지나면 같은 책에 투표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1인 1표가 아니라 다섯 권 내외에 투표하는 방식이 보통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한류 스타의 책이 해외 팬의 집중 투표로 중간 결과 1위에 오르거나 직원 수가 많은 출판사의 조직적 참여로 출근 시간 직후면 특정 도서의 실시간 순위가 오르는 경우를 마주하는 까닭이다. 이러다 보니 앞서 언급한 효용에 의미를 더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는데, 그해에 나온 모든 책을 대상으로 투표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구매한 책에만 투표를 할 수 있게 한다거나 투표 전 후보작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독자의 추천을 받아 반영하는 방법 등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언론사와 마찬가지다. 서점에서 직접 책을 다루는 이들이 꼽는 올해의 책과 그 이유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압력과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미처 알리지 못한 책도 있을 테고, 같은 책이라 해도 주목한 맥락은 다를 수 있으니 독자로서 각자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출판사의 책 소개는 물론 귀한 기초 자료이지만 독자의 평이 훨씬 생생한 느낌을 전하듯, 어떤 책이 올해의 책으로 기록되느냐 못지않게 누가 어떤 매력으로 그 책을 올해의 책으로 꼽게 되었는지가 더 많은 독자로 연결되는 이야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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