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대학 청년문화

이융희 문화연구자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사람은 올해를 ‘2년제 전문대생 중 단 한 번도 등교하지 않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취업전선에 나오는 때’라고 평했다. 비단 전문대생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작년에 고3이었다가 올해 대학교 1학년이 된 학생들은 수능 준비를 비대면으로 하고, 대학교 입학 역시 비대면으로 했으리라. 3년제나 4년제 대학생들도 졸업 학기까지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사람들이 많으리라.

이융희 문화연구자

이융희 문화연구자

그러나 오늘 이 글에서 주목할 부류는 졸업해 나오는 학생들보단 여전히 학교 안의 생활을 영위하는 학생들이다. 1학년 입학 시기에 2~3주씩 입학이 미뤄지고 비대면으로 2학년까지 온 학생들. 그리고 곧 3학년이 될 학생들 말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3학년은 학과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학생회장이나 학회장 등이 되어 학과의 문화 전통을 이어가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선배들의 문화 중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걸 과감히 혁신·타파하고, 이어 나가야 할 전통은 유지·보수한다. 많은 신입생은 대학의 3학년들을 보고 학과의 분위기와 학과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의 3학년들은 과거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오프라인 문화를 체험해본 적이 없다. 신입생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축제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그리고 학과 MT나 졸업식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같은 행사들 말이다.

물론 이 글이 개인주의적 삶이 강해진 현대사회에서 집단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술자리를 강요하거나 FM 구호 등을 제창하며 사발식을 하는 고전적이고 야만적인 대학 문화를 되살리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핵심은 대학의 청년문화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과 대표들이 축구나 농구 등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e스포츠의 전장에 접속하는 정경이 낯익다. 몇 년 전부터 대학 축제에 소소하게 있었던 행사가 작년부터 대표 행사로 급부상한 것이다. 게더타운 같은 메타버스의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에브리타임 등 학교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유무형의 동아리 활동을 진행한다. 오픈카톡방을 중심으로 한 동아리들의 이주가 진행되고, 학과의 정보 교류부터 문화 교류의 방식들이 한 번에 전환되었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히 온라인의 행사가 활발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즐겨왔지만 제대로 된 문화로 평가받지 못했던 수많은 서브컬처들이 갑작스럽게 대학 청년문화의 주축으로 아카데미 담론장에서 축제로, 그리고 축제의 주역으로 부상한 것이다. 단계적 방역 완화와 위드 코로나 이후 확진자 전망을 살피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지 않을까.

대학교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적 청년문화는 청년담론과 세대론을 이끌던 주축이었다. 새로운 문화운동의 주축으로 이론적 기반을 다지고 운동권의 활동을 통해 사회개혁을 이끌었던 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대학의 청년문화는 바뀌고 있다. 지난 2년의 변화를 경험한 학생들이 내년이면 3학년이 된다. 그들은 지금의 변화를 문화로서 전달할 것이고 곧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간극을 더욱 넓혀놓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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