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진심을 보여주세요읽음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사랑한다면서 밥값 한번 안 낸다면 그 사랑은 믿을 수 없다. 마음 가는 곳에 돈이 가는 법이니까. ‘전례 없는’ 기후변화 위기 속에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다. 각국 정상들은 떠나고 정부대표단이 남아 파리협약(COP21)에서 남긴 ‘탄소시장 이행규칙’을 놓고 다툴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즉시, 신속한, 대규모의 배출 감소”를 촉구한 점을 감안하면 서둘러야 할 때 무슨 다툼일까. 기후변화 대응은 해야겠고 큰돈은 들이고 싶지 않은 선진국들의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서로 돈을 덜 내겠다고 아옹다옹한다면 거기에서 어떤 진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나온 한 줄기 햇살 같은 기쁜 소식 하나를 꼽으라면 이것이다. 온라인에서 책을 팔아 세계 최고의 부호가 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지난 2일 COP26에서 자연 서식지를 보호하고 식량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베이조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이 2030년까지 산림 벌채를 종식시키겠다는 협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민간 부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마존은 2025년까지 모든 사업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할 것이라는 RE100 선언도 했다. 이러한 아마존의 움직임 뒤에 기후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압박이 있었음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아마존 직원들은 석유회사들이 아마존에 요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며,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정치인들에게 기부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아마존이란 회사명에 걸맞은 직원들이다.

베이조스는 이미 202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베이조스 지구기금’에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기부했으며, 이번 COP26에서의 선언도 지구기금 사업의 일환이다. 빌 게이츠는 지금 기후변화를 막아야지 우주에 갈 때가 아니라고 핀잔을 줬지만, 최근 블루오리진이라는 자신의 로켓회사에서 만든 우주선을 탄 베이조스는 우주여행을 하면서 자연의 연약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저 위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대기가 너무 희박하고 세계는 유한하며 연약해 보였다”면서 “우리 모두가 앞으로의 결정적인 10년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이 시점에 힘을 모아 세계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현실로 다가올지에 대해서는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우주여행 경험이 지구의 취약성을 깨닫게 해주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회장님들의 회장님 빌 게이츠는 “인류가 지금껏 이룩한 위업 중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해야만 했던 것에 견줄 만한 것은 없다”고 강연할 때마다 강조한다. 그래서 그런지 빌 게이츠는 자가용 호화 요트 ‘라나’에서 66번째 생일 파티를 열 때 딱 50명으로 한정한 초청인 명단에 베이조스를 올려준 건 ‘안비밀’이다. 어찌됐든 세계적인 갑부가 우리에게도 있다.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에 이어 우리 기업인들도 기후대응에 진심(!)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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