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전시기획자
뭎, 벨벳 디알로그, 2021, 장소특정적 퍼포먼스

뭎, 벨벳 디알로그, 2021, 장소특정적 퍼포먼스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구)동숭아트센터 자리에 새로 개관한 예술청 마당으로 레드카펫이 펼쳐졌다. 퍼포머들이 서로 인사하고, 의지하고 두 팔 벌려 포옹하면서 카펫 위를 걷는다.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의 움직임을 지지해주고, 한 사람의 걸음을 돕고, 서로의 징검다리가 되어 준다. 퍼포먼스 그룹 ‘뭎’은 11월 문을 연 예술청의 개관을 축하하고, 방문객들에게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 이곳에서 이루어질 우연한 마주침과 관계의 순간을 향한 기대감을 레드카펫 위에 올려놓았다.

1989년 문을 열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내 최초의 민간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동숭아트센터가 축적한 과거를 헤아리고, 예술가가 주도하는 예술플랫폼이라는 미래를 꿈꾸는 이들을 향한 뭎의 인사는 ‘예술청’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환대의 장소가 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예술청은 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기획자들과 공공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이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세세한 부분까지 협의하면서 만들어왔다. 양방향으로 소통하고 문화예술계 현장의 이야기를 경청하겠다는 예술가들과 재단의 의지는 하드웨어로서의 공간뿐 아니라 개관을 알리는 프로그램 곳곳에 차분하게 담겨 있다.

“민관이 협력해 소통하면서, 틀 안에서 틀 밖의 것들을 시도한다”는 이들의 목표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관의 보수성과 예술가들의 급진성은 동전의 양면처럼 등을 맞대고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실험과 도전이 등을 돌린 ‘민관’이 아니라 서로를 마주보는 ‘민관’이 되어, 느리더라도 함께 걷는 생산적인 실험을 전개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흥미로운 예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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